화상 인터뷰에 임하는 김상식 감독. /사진=화상 인터뷰 캡처 |
김상식 감독(가운데)이 베트남 선수들과 우승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AFPBBNews=뉴스1 |
김상식 감독은 7일 한국 취재진과 화상 인터뷰에서 2024 아세안 미쓰비시일렉트릭컵 우승에 대해 "한 편의 드라마를 쓴 것 같다. 매 순간마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상황들이 펼쳐져 당황하기도 했지만, 슬기롭게 헤쳐 나갔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상식 감독은 베트남의 미쓰비시컵 우승을 이끌었다. 베트남은 지난 6일 태국과 결승 2차전에서 혈투 끝에 3-2로 이겼고, 1·2차전 최종 합계 5-3으로 정상에 올랐다. 이로써 베트남은 통산 3번째이자, 박항서 전 감독이 이뤄냈던 2018년 우승 이후 6년 만에 다시 한 번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미쓰비시컵은 '동남아 월드컵'으로 불릴 만큼 현지에선 권위 있는 대회다. 베트남 축구팬들도 열광했다. 베트남 현지 매체 VN익스프레스는 "수백만명의 베트남 팬들이 미쓰비시컵 우승을 축하하기 위해 거리로 나왔다"면서 "하노이의 거리는 승리의 구호와 나팔 소리로 활기를 띄었다. 베트남 국기를 들고 거리로 나섰다"고 전했다. 김상식 감독을 향해서도 찬사가 쏟아졌다.
김상식 감독은 "태국 원정에서 우승한 뒤 TV로 베트남 현지를 봤는데 열기가 장난이 아니었다"면서 "공항에 도착했는데 길에서부터 많은 베트남 분들이 응원해주셨다. 오토바이에 베트남 국기를 달고, 많은 인파가 있어서 놀랐다. 축하연도 했는데 베트남 국민들이 환영해주고 응원해줬다. 흐뭇했다"고 고마워했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김상식 감독은 힘든 시간을 보냈다. 전북 현대 지휘봉을 잡은 뒤 K리그 우승, 코리아컵(당시 FA컵) 우승 등을 이뤄냈지만, 지난 2023년 팀이 부진에 빠지자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해야 했다. 당시 일부 극성 전북 팬들은 김상식 감독을 향해 선 넘는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김상식 감독은 "K리그 시절이 생각 많이 난다. 이번 우승을 통해 아직 살아있음을 팬들에게 보여준 것 같다. 전북 팬들의 '나가'라는 소리가 그립기도 하다"면서 "전북 시절 우승도 했지만 '바보' 소리를 들어야 했다. 좋지 않은 비판, 바보 소리도 들었는데 (베트남 우승 덕분에) 살아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전북 현대 사령탑 시절 김상식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미쓰비시컵 우승 이후 박항서 감독의 축하 메시지를 받은 김상식 감독은 "박항서 감독님께서 격려와 조언을 많이 해주신다. 우승했을 때도 문자와 통화를 주면서 힘내라고 격려해주셨다"면서 "베트남에선 많은 분들이 너무 축하해주고 손을 흔들어줘서 감동적이었다. 박항서 감독님이 계실 때 보기만 했던 것을 제가 받으니 감개무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동남아 월드컵에 우승했으니 다음에는 월드컵 본선에 나가보는 게 꿈"이라며 "박항서 감독님의 업적이 너무 커서 따라갈 생각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베트남 축구의 발전을 생각하면서 이번 대회처럼 노력을 하면 결과가 따라올 것이다. 제가 가야할 길을 묵묵히 가겠다"고 약속했다.
김상식 감독. /AFPBBNews=뉴스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