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거전' 유연석 "'나한테 벌 주고 있는 거야' 역대급 대사..작가님이 숙제를 줬구나 싶었죠. 하하"[★FULL인터뷰]

한해선 기자 / 입력 : 2025.01.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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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킹콩 by 스타쉽


"저도 대사에 대한 반응을 보긴 했어요. 낯간지러울 수 있는 대사를 어색하지 않게 잘 소화했다는 반응이 있었어요. 참 신기한 게, 저도 활자로 봤을 땐 어떻게 담백하게 잘할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막상 촬영하면서 그 신이 다가올 때 쯤이면 제가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상태와 감정이 돼 있더라고요. 촬영 당시엔 제가 그 말을 내뱉을 때까지 그 상황을 믿고 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럼에도 막방 때 '나 지금 나한테 벌 주고 있는 거야'라는 대사를 보고선 작가님이 나에게 숙제를 줬구나 싶었어요.(웃음) 그게 저의 제일 마지막 촬영이었는데 그 말을 내뱉는 게 저에겐 희주에 대한 미안함을 가지고 재회한 상황이어서 그 말이 저절로 나오더라고요. 사언이가 '했군', '했나', '했지'라고 말을 하는데 제가 그대로 소화하는 걸 보고 배우들이 처음엔 놀랐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대본을 최대한 지켜서 하려고 했고 사언의 캐릭터 플레이가 될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잔뜩 성난, 거기에 만화 같은 문어체를 곁들인 유연석. MBC 금토드라마 '지금 거신 전화는'(극본 김지운, 연출 박상우, 위득규, 이하 '지거전') 속 백사언은 자칫 '흑역사'로 남기 좋을 난이도 높은 캐릭터였지만, 유연석의 소화력 좋은 연기로 이 낯선 사언이 섹시하단 호평을 얻었다. 우리나라 못지 않은 '도파민의 민족' 남미가 유연석에 그렇게나 환호했다. '지거전'은 유연석의 얼굴 갈아끼우기 차력쇼가 돋보인 작품이었다.

'지금 거신 전화는'은 협박 전화로 시작된, 정략결혼 3년 차 쇼윈도 부부의 시크릿 로맨스릴러. 극 중 백사언(유연석 분)과 홍희주(채수빈 분)는 정략결혼으로 연을 맺은 쇼윈도 부부로, 집에서도 서로 말 한마디 섞지 않는 철저한 비즈니스 커플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통의 협박 전화가 걸려 오면서 소통이 단절됐던 두 사람의 관계가 애틋하게 요동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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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킹콩 by 스타쉽



-'지거전' 종영 소감은?

▶늘 기대를 갖고 작품을 시작하지만 결과는 예측하지 못하는데,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지속적으로 상위 랭킹이 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굉장히 놀랐다. 공들여서 촬영한 작품을 사랑해 주셔서 감사했다. 남미, 동남아 등 해외에서 굉장히 많은 사랑을 보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사언의 대사를 소화하기엔 어렵지 않았나.

▶스릴러 '운수 오진 날'을 촬영할 때 이 작품 대본을 봤는데, 이 작품이 로맨스보다는 스리러로 그려지더라. 사언의 히스토리가 강화될 것이고 본 팩토리가 로맨스를 많이 만들었기 때문에 그런 걸 잘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사언이 처음엔 냉철하고 차가워 보일 수 있지만 다양한 면모를 보여줄 수 있겠더라.

-희주의 대사톤도 남달랐는데 촬영하며 서로 민망했던 순간은 없었나.

▶처음엔 냉랭하다가 굉장히 뜨거워진 대사를 보면 '어떻게 이렇게 될 수가 있지' 싶었다. 뒤의 대사를 막상 촬영할 때면 둘의 감정상태의 교류가 많이 돼 있었다.

-사언과 희주의 첫날밤 신도 화제였다.

▶3년 차 부부가 협박전화로 인해서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 이후의 모습이 그들의 진짜 첫날밤이지 않을까 싶었다. 그 신에 대해 저도 많이 고민했고 희주와도 고민했다. 레퍼런스 영상도 보면서 찍었는데 남미쪽에서 환호성을 지르면서 보시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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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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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


-사언의 '갈매기 눈썹'도 돋보였다. 제작발표회 때 '섹시 미간이라 불리고 싶다'고 했는데.

▶대화조차 쉽사리 꺼내기 힘든 사람의 느낌을 보여주고 싶었다. 냉철하고. 내 아내가 납치됐단 전화를 받고선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촬영할 때 자연스럽게 미간이 좁혀지더라. 메이크업도 더 깔끕하게 다듬어서 '앵그리 버드'처럼 깎아서 연출하기도 했다. 촬영 후엔 한동안 미간이 잘 안 펴지기도 하더라. 제작발표회 때 저도 애칭처럼 '섹시 미간'이라 했는데 '섹시 미간 백사언'이라고 하더라. 재미있었다.

-'지거전'이 시청자들에게 사랑 받은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소통이 부재한 커플이 많다고 생각한다. 내 남편이 말하지 않고 숨기고 있어도 나를 지금도 굉장히 사랑할 거란 대사와 메시지를 사언이 직접 해주니 그걸 좋게 봐주신 것 같다.

-'지거전' 초반 살도 많이 빠져 보였는데.

▶직전에 뮤지컬 '헤드윅'을 하면서 체중이 감량돼 있었다. 거기서 더 찌우진 않아도 되겠다 싶었고 그 느낌대로 가는 게 날카로워 보이겠다 싶었다. 스릴러와 로맨스를 함께 하는 게 생각보다 쉽진 않더라. 제 체중이 원래 74kg 정도인데 5~6kg 줄어서 60kg대 후반이 됐더라. 지금은 많이 돌아온 상태다.

-납치범, 진짜 사언 역의 박재윤 배우와 연기 호흡은 어땠나.

▶'베르테르' 때도 만난 적이 있는데 제가 도움을 줄 수 있는 팁이 있으면 서로 주면서 연기했다. '찐 사언'과는 캐릭터로는 적이었지만 피해자이고 서로 연민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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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킹콩 by 스타쉽


-지난 5일 방송된 '2024 연기대상'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는데.

▶수상 소감에서 제가 작가님 이름을 빼먹었다. 작가님이 사언이에 대해 굉장히 많은 애정을 갖고 써주셔서 수상 소감 때 온갖 미사여구를 써서 말하려고 하다가 한석규 선배님이 보이더라. 그러고 내려오니 작가님 말씀을 안 드렸더라. 제가 어제 방송 전에 작가님에게 따로 감사의 말을 보내드렸다.

-채수빈과 '사주 커플'에 대한 응원이 많았다. 해외 SNS에선 '둘이 결혼해라'라고도 하던데.

▶로맨스 케미를 잘 봐주신 거겠다. '사주 커플'을 몰입해서 봐주신 것 같아서 감사했다. 진짜 많이 응원하는구나 싶었다. 우리가 스릴러도 하지만 로맨스도 잘 보여주고 싶었다. 이런 게 잘 풀려서 이 커플에게 관객들이 끌려오길 바랐다. 이런 반응은 우리 의도대로 관객들이 잘 끌려온 것 같아서 감사했다. 처음엔 (애정신을 촬영하며) 어색하고 수빈이와 친해지는 데에 시간이 걸렸다. 수빈이가 저를 의지하고 잘 따라와줘서 고마웠다.

-채수빈과 실제 연인 사이로 발전할 가능성은 정말 없는가.

▶그런 건 없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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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킹콩 by 스타쉽


-유연석에게 '지거전'은 어느 정도의 만족감을 가지는 작품이 될까.

▶제가 그 동안 부드러운 역도 하고 악역도 하고 다양한 장르에서 연기를 했는데, '이전에 했던 역할의 종합 선물세트 같다'라는 반응, '이전 역할의 좋은 부분들이 잘 나온 것 같다'라는 반응을 보면서 기분이 좋았다. 저도 이번에 하면서 차가운 면, 재미있는 부분, 따뜻한 로맨스 부분을 잘 표현하고 싶었는데 그런 게 잘 전달된 것 같아서 좋았다. 다만 우리 드라마가 방송됐던 시기가 '우리 드라마를 온전히 즐겨달라'라고 말할 상황은 아니었던 게 아쉬웠다. 하지만 저희 드라마를 보면서 잠깐이지만 위로를 받았다고 하는 분들에겐 감사하다.

-'지거전'을 통해 받은 시청자 반응 중 기억에 남는 것은? '키스 장인'의 면모를 이번에도 보여준 것 같다.

▶'로맨스 잘한다', '로맨스는 유연석을 시켜줘야 한다'는 댓글을 봤는데 저는 이 대본 자체로 해석하려고 노력했다. 저는 키스신 찍을 때 희주랑 감독님이랑 어떤 감정에서 키스를 하는지에 대해 다르게 표현해 보려고 했다. 그걸 몰입해서 봐주시니 감사했다.

-대변인 역을 위해 아나운서 스킬적으로는 어떻게 준비를 했는지.

▶MBC 전종환 아나운서께서 도와주셨는데 강의 듣듯이 많은 자료와 함께 얘기를 들었는데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됐다.

-사언이 대통령실 대변인 역이었는데, 방영 중 대통령에 대한 이슈가 있었다.

▶저도 아이러니하긴 했다. 제가 이 드라마를 하면서 여러가지 상황이 생기니 언젠가부터 포스팅을 못 하겠더라. 드라마는 드라마로 봐 주시길 바랐고 현실과 연결시키지는 않으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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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킹콩 by 스타쉽


-예능에선 '유라인(유재석 라인)'이지 않냐. 예능인 유연석으로는 어떤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는가.

▶처음엔 저도 예능적인 부분에서 신경쓴 게 있었는데, 이제는 시청자들도 저의 극 안 모습과 예능 모습을 분리해서 봐주시는 것 같더라. 뮤지컬, 드라마, 영화, 예능을 해봤는데 내가 한 장르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각각의 장르에서 충실하면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번 드라마에선 그 갭이 커보여서 시청자들이 재미있어 한 것 같아서 ('지거전'을) 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틈만나면,'도 재석이 형이 함께 너무 잘해주셔서 부담감을 많이 덜고 한 것 같다.

-유재석은 '지거전'에 대해 어떤 피드백을 해줬는지.

▶촬영장에서 '어이 백사언이'라면서 말하더라.(웃음) 제 드라마가 잘 돼서 기분 좋아하시더라. 공교롭게 동시간대 드라마인 SBS '열혈사제' 홍보도 하고 수빈이와 '지거전' 홍보도 했는데 둘 다 잘 돼서 기분이 좋다.

-'지거전' OST도 직접 불렀는데.

▶촬영 후반부에 제가 감독님에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하겠다'라고 해서 녹음 전날에 한글이랑 노래를 받고 노래를 했다. 드라마를 추억할 수 있는 것, 팬분들에게 드릴 수 있는 걸 생각하다가 OST를 부르게 됐다. 제가 20주년 팬미팅 때 'Fallin''을 만들었는데 그런 것의 연장선상이 될 수도 있겠다.

-40대엔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가.

▶40대가 되면서 로맨스를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한데, 현장에서 제가 선배가 되면서 그런 게 부담이 되기도 하고 나를 찾아주는 작품이 있을까 생각이 들기도 하더라. 촬영을 하며 지친 상태였는데 한석규 선배님이 너무 좋은 말씀을 해주시더라. '사실 40대가 경계해야 하지만 배우로선 꽃을 피울 수 있는 나이'라며 '절대 불안해하지 말고 유혹에 빠지지 말아야 하는 나이다. 불안감을 떨쳐버려라'라고 응원해 주셔서 힘이 됐다. 선배님은 '10년에 한번씩 좋은 캐릭터를 남긴다'라는 생각으로 연기한다고 하더라. 40대 때 '뿌리깊은 나무'가 있었고, 50대 때 '김사부'가 있었다고 하더라. 나도 조급해하지 말고 연기해야겠다 싶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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