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성훈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2' 관련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성훈은 극 중 트랜스젠더 현주 역을 맡아 열연했다. / 사진제공=넷플릭스 /사진=김창현 chmt@ |
박성훈은 지난달 26일 공개된 OTT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2'에 트랜스젠더 현주 역할로 합류, 호연을 펼쳤으나 뜻밖의 논란으로 큰 민폐를 끼쳤다.
작년 12월 30일 개인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오징어 게임' 시리즈를 저속하게 패러디한 일본 AV(성인물) 표지를 게재한 것. 여기엔 여성들의 성기 노출뿐만 아니라 성행위 장면이 담겨 충격을 충격을 더했다. 박성훈의 '빛삭'(빛의 속도로 삭제) 후엔 소속사 BH엔터테인먼트가 '거짓' 해명을 내놓으며 화를 키웠다. 인스타그램 기능 탓으로 돌리는 핑계를 대며 되려 의문을 증폭시킨 것이다.
이에 '오징어 게임' 황동혁 감독마저 불편한 심기를 표출했다. 황 감독은 2일 인터뷰에서 "시즌1 때도 해외에서 그런 것(음란물)이 등장했었다. 불쾌하다. 작품 자체에 대한 의미를 완전히 망가뜨리는 것"이라며 "박성훈과 아직 그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진 못했는데, 저도 박성훈에게 묻고 싶다. 왜 그런 실수를 했는지, 저도 알고 싶다"라고 밝힌 바 있다.
배우 박성훈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2' 관련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성훈은 극 중 트랜스젠더 현주 역을 맡아 열연했다. / 사진제공=넷플릭스 /사진=김창현 chmt@ |
이내 박성훈은 음란물을 저장하고 있던 이유에 대해 직접 상세히 해명했다. 그는 "('오징어 게임' AV 표지 사진을 올린) 그날 상황에 대해 간략히 말씀드리고 싶다. 이날 점심때쯤에 일정이 있어서 부랴부랴 준비를 하던 중에 문제가 된 사진을 DM(다이렉트 메시지)으로 발견했다. 그 당시가 작품 공개 첫 주간이라, 많은 시청자분의 반응들을 (소속사) 관계자와 주고받고 있던 타이밍이었다. 그래서 그 사진을 발견하고 너무 충격적이고, 너무 황당해서, 이건 분명 문제의 소지가 있을 거란 생각에 저장하여 (소속사 관계자에게) 전달을 드린 것이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박성훈은 SNS에 음란물을 올리게 된 배경에 대해선 "관계자와 DM을 주고받으며 (AV 사진) 전달 과정에서 조작 실수가 있었는지, 어떻게 된 건지는 저 자신도 납득이 어려운 상황이다. 인스타그램 스토리라는 것에 올라가 있더라"라고 얘기했다.
애초 음란물 유포자를 빼놓은 채 문제 제기를 한 점도 의아함을 자아냈다. DM을 캡처해 유포자 또한 문제 삼았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으로 이어졌지만, 박성훈은 "저도 DM을 캡처해 보낼 것을 후회했다. '차라리 말로 문제를 제기할 걸'이라는 후회도 했고. '내가 저장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이런 후회들을 많이 한다"라면서도 "근데 제가 정말 헤아릴 수도 없을 정도의 DM을 받고 있다. 음란물은 그중 하나이고, 다시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대한 부가적인 답변은 (소속사) 홍보팀에서 정리해 주시는 걸로 알고 있다"라는 입장을 취했다.
배우 박성훈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2' 관련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성훈은 극 중 트랜스젠더 현주 역을 맡아 열연했다. / 사진제공=넷플릭스 /사진=김창현 chmt@ |
그러면서 박성훈은 "주변분들이 많이 위로를 해주셨다. '너를 응원하는 사람들도 많다'라고, 최근까지도 많은 연락을 받았다. 참 그 와중에 '아 내가 인복은 너무 좋구나' 싶더라. 너무 감사드리고, 앞으로 그분들께 갚으면서 살아야겠다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는 요즘이다"라고 되새겼다.
박성훈 /사진=넷플릭스 |
특히나 쉽지 않은 '트랜스젠더' 캐릭터를 소화해야 했던 박성훈. 그는 "해외에서 트랜스젠더가 아닌 배우가 현주를 연기하는 것에 불만을 갖고 계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트랜스젠더가 강조되지 않도록 더 신경 쓰며 현주를 만들어갔다. 실제로 트랜스젠더분들을 만나서 자문을 구하기도 했었다"라며 "다만 저는 트랜스젠더 하면 매체에서 떠올리는 여성적인 태도를 취하려 하지 않았다. 절대 현주가 희화화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참가자들 중에서 가장 이타적이고 정의롭고 배려심 강한 현주의 그런 면들에 집중해서 연기했다. 목소리도 정말 긴박하고 극적인 상황에 놓여지는 것이다 보니까, 절대로 꾸며지는 소리가 나오는 게 아니라고 봤다. 본능적으로 갖고 있던 톤이 나올 거라 생각했다"라고 진중한 접근을 전했다.
박성훈은 "아직까지도 소수자분들에 대해 어떤 사회적 편견을 갖고 계신 분들이 계시다면, 현주를 보고 그 시각이 조금이나마 부드러워지는 계기가 됐으면 싶다. 그러면 정말 너무 뿌듯할 거 같다"라는 바람을 이야기했다.
여전히 전작인 넷플릭스 '더 글로리'의 '전재준'으로 불리고 있는 소회는 어떨까. 박성훈은 "어느 순간은 그런 생각도 들었다. 제 이름이 박성훈이라는 걸 아시면서도 일부러 그렇게 안 부르고 전재준으로 부르는 거라고. 전 국민이 저를 놀리고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전재준이 엄청 따라다니고 있다. 하지만 사실상 전재준을 빨리 떼어내고 싶다던가 이런 생각은 안 한다. 그냥 새로운 작품이 나왔으니까, 이제는 '오징어 게임2' 현주로 불러주시는 분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정도의 마음을 갖고 있다"라고 덤덤하게 얘기했다.
"전재준으로 개명할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느냐"라는 물음엔 "저를 전재준이라고 계속 불러주신다고 해서 재밌게 생각해 주시는구나 싶지, 굳이 개명의 필요성까지 느끼고 있지는 않다"라고 답했다.
배우 박성훈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2' 관련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성훈은 극 중 특전사 출신 트랜스젠더 현주 역을 맡아 열연했다. / 사진제공=넷플릭스 /사진=김창현 chmt@ |
비록 박성훈은 음란물 게재 여파로 tvN 새 드라마 '폭군의 셰프' 출연이 무산됐지만, 올해 '오징어 게임3'와 영화 '열대야'로 대중을 찾아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