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1차지명 포수' 개막 2달 앞두고 전격 은퇴, 추신수도 "프레이밍 깜짝 놀라" 칭찬했는데...

양정웅 기자 / 입력 : 2025.01.16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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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율.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1차 지명을 받고 입단했고, 10년 동안 프로 생활을 이어왔다. 팀에서도 동행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롯데 자이언츠 포수 강태율(29)은 확고한 은퇴 의사를 밝혔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5일 강태율을 임의해지선수로 공시했다. 2025시즌 개막(3월 22일)을 66일 앞두고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어떻게 된 걸까.


최근 스타뉴스와 연락이 닿은 강태율은 "나이는 한 살 한 살 먹어가는데, 나는 그대로인 것 같았다. 뭔가 발전이 없는 것 같아서 조금씩 생각하고 있었다"며 선수생활을 마칠 뜻을 밝혔다.

부산수영초-대천중-부경고를 졸업한 강태율은 지난 2015년 롯데에 1차 지명을 받아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지난해까지 프로 10년 동안 1군 65경기에 출전, 타율 0.123(81타수 10안타), 3홈런 21타점 3득점, 출루율 0.250 장타율 0.259, OPS 0.509의 성적을 올렸다

타격에서는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그래도 수비에서만큼은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최근 선수생활을 마친 '레전드' 추신수(전 SSG)는 지난 2021년 방송 인터뷰에서 "깜짝 놀랐다. 볼 같은 공을 스트라이크로 잘 보이게 만드는 것 같았다"며 강태율의 프레이밍 실력에 칭찬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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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유강남과 서동옥, 강태율, 손성빈(왼쪽부터).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하지만 팀에서의 입지는 점점 좁아졌다. 입단 당시에는 부동의 주전 포수 강민호(현 삼성)가 버티고 있었고, 이후로는 포수진의 난맥상 속에 혼란을 겪었다. 군 전역 후 이름도 강동관에서 강태율로 개명하며 간절함을 드러냈지만,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았다.

2023년에는 유강남(33)이 FA(프리에이전트)로 입단했고, 1군 백업의 기회도 정보근(26)이나 손성빈(23)에게 돌아가고 말았다. 지난해에도 개막 엔트리에 들었지만 1군에서 단 10경기, 10타석의 기회를 받았을 뿐이었다. 강태율은 "2군 생활이 길어지면서 나 자신에 대한 침체기가 느껴졌다"고 고백했다.

그래도 지난 시즌 막판 1군에 올라와 결정적인 도루 저지를 해내는 등 인상 깊은 모습도 보여줬다. 강태율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했다. 콜업됐을 때 마지막 기회를 못 잡으면 과감히 그만두자고 생각을 해왔다"고 했다. 9월 들어 10경기에 나왔던 그는 시즌 종료가 되기 전 1군에서 말소됐고, 결국 과감한 결정을 하게 됐다.

강태율은 "지난 시즌을 시작하면서 '올해가 마지막이다'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했다. 그래도 뭔가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며 "결정하기까지는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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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율.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롯데는 시즌 종료 후 보류선수명단에 강태율의 이름을 올려뒀다. 포수 출신인 김태형(58) 감독도 그에게 기회를 더 주기로 했고, 구단 관계자들도 은퇴를 만류했다. 하지만 확고한 의지를 돌릴 수는 없었다. 그는 "많이 지치고, 내 실력에 대해 인정을 하게 됐다"며 "아쉽긴 하지만, 10년 동안 있으면서 같은 포지션에 나보다 더 괜찮은 동생들도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뭐라고... 이렇게 붙잡아주시나 감사함과 미안함을 느꼈다"고 했다.

지난 10년의 프로 생활을 돌아본 강태율은 "20살 때는 너무 힘들었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못하고 눈치를 많이 봤다"고 돌아봤다. 이어 "군대에 다녀오고 나서 '내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데, 눈치만 보다가 허송세월하는 게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강태율은 군 전역 후 2020년 14경기에서 타율 0.455(11타수 5안타) 2홈런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본인 역시 프로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때로 이 시기를 꼽았다. 이후로도 강태율은 구슬땀을 흘렸다. 그는 "진짜 절실하게 했다. 전역 후 야구를 그만 둘 때까지 후회를 남기기 싫어서 열심히 했다"고 했다.

최선을 다하고도 자리를 잡지 못하자 강태율은 미련을 남기지 않고 선수생활을 마치기로 했다. 그는 "이제는 인정하게 된다. 나보다 좋은 기량의 선수가 있으면 그 선수가 경기에 나가는 게 맞다. 그걸 인정하다 보니 이렇게 그만두는 것도 후회 없이 결정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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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율.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선수 생활은 미련 없이 마쳤지만, 돌이켜 보면 아쉬웠던 부분은 있었다. 강태율은 "수비에서는 늘 자신감이 있었다. 연차가 쌓이며 경기를 보는 시야가 넓어졌다. 이제는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내가 간과했던 건 '포수는 수비가 먼저다'라는 생각을 너무 갖다 보니 타격에 신경쓰지 못했다. 거의 수비에 80~90% 이상 비중을 쏟았다"고 했다.

이제 강태율은 제2의 야구인생을 위해 나선다. 그는 "마산 쪽에서 야구 아카데미를 하려고 한다"며 "그래도 (선수를) 그만두고 나서 뭔가를 바로 할 수 있다는 게 참 좋은 것 같다"고 했다.

끝으로 강태율은 고마웠던 사람들을 언급했다. 그는 "선배님들 덕분에 좋은 얘기도 들었고, 동생들도 허물 없이 같이 지내줘서 너무 고맙다. 모두들 다치지 말고 잘했으면 좋겠다. 구단 직원분들도 볼 때마다 반갑게 인사해주셔서 힘이 됐다.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이어 "지금까지 너무 좋은 지도자분들만 만난 것 같다. 인복이 있었고, 행복하게 야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팬들에게는 "제가 잘하진 못했고 욕도 많이 먹었지만, 응원도 많이 해주시고 잘 챙겨주셔서 행복했다"며 "제2의 인생도 응원을 부탁드린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끝으로 가족들에게도 "응원 많이 해주셨는데 고맙고 사랑합니다"라며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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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율(왼쪽 2번째)과 김태형 롯데 감독이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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