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손주영. /사진=김진경 대기자 |
지난해 가을 LG 트윈스는 손주영(27)의 팔꿈치 상태를 면밀히 판단하기 위해 거듭 신중을 기했다. 그리고 그 고민은 2025시즌을 위한 최고의 선택으로 돌아왔다.
손주영은 오지환, 임찬규, 박동원, 이영빈, 백승현, 진우영 등과 함께 선발대의 일원으로서 1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오는 23일부터 시작되는 미국 애리조나 1차 스프링캠프에 빠르게 적응하기 위함이다.
시즌 종료 후 오랜만에 많은 취재진 앞에 선 손주영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밝았다. 뉴스1에 따르면 손주영은 "팔꿈치 부상은 완벽히 회복했다. 애리조나로 가면 곧바로 공을 던질 수 있는 몸 상태"라고 힘줘 말했다.
울산대현초-개성중-경남고를 졸업한 손주영은 2017년 KBO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2순위로 LG에 지명된 좌완이다. 키 191㎝ 몸무게 95㎏의 큰 체격에서 나오는 최고 시속 151㎞의 빠른 직구가 매력적으로 데뷔 8년 차인 지난해, 처음으로 풀타임 시즌을 치르면서 그 재능을 만개했다.
4~5선발로 뛰면서 정규시즌 28경기 9승 10패 1홀드 평균자책점 3.79, 144⅔이닝 112탈삼진으로 선발진의 한 축을 지탱했다.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11차례 해냈고, 평균자책점은 원태인(25·삼성 라이온즈)에 이어 국내 선발 투수 중 2위 기록이었다.
LG 손주영. /사진=김진경 대기자 |
특히 포스트시즌 활약이 눈부셨다. KT 위즈와 준플레이오프 2경기에서 7⅓이닝 동안 단 1개의 볼넷만 주고 11개의 삼진을 솎아내는 퍼펙트 피칭으로 LG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끌었다.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선발 최원태가 조기에 무너지자 구원 등판해 5⅓이닝 2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고, 5차전에서는 7회 무사 1, 2루 상황서 구원 등판해 2이닝을 피안타 없이 무실점으로 막아내는 괴물 같은 투구를 선보였다.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와 함께 위기의 LG를 구해낸 가을 영웅이었다.
하지만 첫 풀타임의 여파였을까. 삼성과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등판한 손주영은 8회 2아웃을 잡아놓고 벤치에 신호를 보냈다. "팔꿈치에 무언가 찍히는 듯한 느낌이 든다"는 손주영의 말에 LG는 곧바로 교체했다. LG는 두 차례 MRI(자기공명영상) 촬영 및 병원 검진을 통해 면밀하게 살폈고, 왼쪽 팔꿈치 굴곡근 및 회내근 1도 좌상 진단을 받았다.
이 부상으로 커리어 첫 태극마크도 반납했으나, 손주영과 LG에 있어 충분한 휴식은 신의 한 수가 됐다. 겨우내 재활에만 매달린 결과 스프링캠프를 완벽한 몸상태에서 시작할 수 있게 됐다. 손주영은 "지난해 후반기로 갈수록 느낌이 좋아서 올해는 초반부터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몸 상태만 제대로 끌어 올리면 된다. 지난해보다 훈련도 많이 했고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선발진이 불확실한 LG에 있어 풀타임을 치른 '건강한' 손주영은 천군만마다. 염경엽 감독도 일찌감치 4선발로 낙점했다. 지난 8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 신년 인사회에서 염 감독은 에르난데스, 요니 치리노스, 임찬규, 손주영을 1~4선발로 구분하면서 "5선발로 송승기, 우강훈, 이지강, 최채흥 등을 생각하고 있다. 올해 6월에는 이정용도 전역해서 돌아온다. 하지만 전반기 안에 5선발이 될 선수가 나오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 기대를 손주영도 모르지 않는다. 손주영은 "올해는 선발로 30경기 정도 나가 160이닝 이상을 던지고 싶다. 15승 이상이 목표"라고 강조하면서 "(최)원태 형이 빠졌기 때문에 나와 (임)찬규 형이 빠지지 않고 계속해서 던져야 한다. 마운드에 오르면 적어도 6이닝 이상 소화할 수 있는 투수가 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히고 미국으로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