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고 2학년 하현승. /사진=김동윤 기자 |
야구 관계자들이 부산고 외야수 겸 투수 하현승(17)을 보면 가장 먼저 하는 말이다.
박계원(55) 감독이 이끄는 부산고는 올해 탄탄한 전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좌완 에이스 박준건(18), 프로 스카우트들이 입을 모아 타격폼을 칭찬한 2루수 최민제(18), 중학 시절부터 뛰어난 잠재력을 인정받은 우완 우명현(18), 콘택트가 좋은 유격수 이서준(18), 그리고 이제 2학년이 되는데도 메이저리그(ML) 스카우트들의 주목을 받는 하현승 등 재능 있는 선수들이 즐비하다.
그 중에서도 하현승은 운동신경과 야구 센스를 타고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단 국가대표 출신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신체조건부터 남다르다. 아버지는 높이뛰기 국가대표 출신 하충수 씨, 어머니는 멀리뛰기 국가대표 상비군을 경험한 신명희 씨로 하현승은 부모님의 뛰어난 유전자를 모두 물려받았다. 지난해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등록 기준 키 190㎝, 몸무게 85㎏에서 조금 더 자라, 2025년 1월 기준 194.2㎝가 됐다. 큰 키에도 유연성과 민첩성을 잃지 않고 있어 투수와 타자 어디로든 성장할 수 있다는 평가다.
박계원 감독은 "또래 중에서는 전국에서 제일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전체적으로 야구 감각이 뛰어나다. 발도 100m 11초대로 빠르고 큰 키에 비해 밸런스가 엄청 좋다. 살이 쉽게 안 붙는 타입이라 졸업할 때까지 10㎏ 찌우는 게 목표인데 그것도 욕심이다. (프로에 가서) 조금 더 체계적으로 근육량을 늘리면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고 3학년 안지원(왼쪽)과 2학년 하현승. /사진=김동윤 기자 |
야수로서 감각적인 수비와 콘택트 능력이 돋보이고, 투수로는 큰 키에서 나오는 높은 타점과 안정적인 제구력이 매력적이다. 구종은 평균 시속 143㎞, 최고 148㎞까지 나오는 직구, 변화구로는 슬라이더와 커브를 던진다. 올해는 투수로서 조금 더 집중할 생각이다. 올해 부산고가 상대적으로 마운드가 약한 탓도 있지만, 투수로서 성장세가 가파르고 선수 본인도 투수 쪽에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박계원 감독은 "중학교 때 시합하는 모습만 봐서는 방망이가 엄청난 줄 알았는데 직접 지도해 보니 투수로서 재능이 더 뛰어나다. 투수 훈련은 지난해 봉황대기 대회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시켰는데 두 달 만에 실전에 나와 롯데기 고교야구 대회에서 15타자 연속 삼진을 잡았다"고 말했다.
이어 "워낙 타점이 높고 제구가 좋아 공이 조금만 높게 가도 타자들에게 헛스윙을 끌어낸다. 또 경기 운영 능력과 게임 이해도 등 가르치지 않은 부분에서도 타고난 모습이 보인다. 그 정도로 투구에 대한 감각이 뛰어나다. (하)현승이도 아직 타자와 투수, 두 개 다 욕심은 내고 있지만, 투수가 잘 되니까 그쪽에 마음이 조금 더 기울어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부산고 2학년 하현승. /사진=김동윤 기자 |
그러면서 "내년 가을 2027 KBO 신인드래프트에 나온다면 현시점에선 단연 1번으로 보고 있다. 올해 꼴찌하는 팀이 차지할 것이다. 메이저리그에서도 관심이 많은 걸로 알고 있다. 최근 메이저리그로 간 투수는 전부 우완인데 하현승은 좌완이다. 타점이 높고 공이 빠른데 타자들이 치기 어려운 디셉션도 지니고 있다. 변화구는 아직 슬라이더와 커브밖에 없지만, 제구력이 좋아 이미 부산 쪽 선수들은 못 치는 수준"이라고 극찬했다.
메이저리그 기준에도 매력적인 원석이었다. 하현승을 관심 명단에 올려놓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B는 "투수 쪽으로 보고 있다. 야수를 하기엔 주력이 엄청 빠른 건 아니다. 공을 맞히는 재능도 있긴 한데 파워가 두드러지진 않는다. 반면 투수로서는 투구폼도 깔끔하고 타자를 상대할 줄 안다. 현재로서는 변화구는 슬라이더 하나로 봐야 할 텐데 키 큰 좌완이 제구까지 좋으니 직구, 슬라이더만으로도 (고교 레벨에서) 통한다. 신체 조건 등 여러 가지로 봤을 때 투수가 맞다고 보고 있다"고 개인적인 소견을 밝혔다.
부산고 3학년 안지원(왼쪽)과 2학년 하현승. /사진=김동윤 기자 |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B는 "스카우트들이 가장 많이 보는 게 신체조건일 것이다. 우리 역시 이 선수가 지금보다 얼마나 더 채워 넣을 수 있는지를 본다. 그런 면에서 성장이 기대되는 선수다. 특히 수비가 LG에서 뛰었던 이병규(51) 스타일이다. 열심히 하는 것처럼 안 보이는데 항상 타구를 쉽게 잡는다. 그것만 봐도 재능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박계원 감독 역시 "공을 맞히고 수비에서 감각적인 면이 타고났다. 외야 수비를 할 때 본능적으로 낙구 지점을 안다. 쉽게 쉽게 공을 처리한다"며 "항상 얼굴이 밝고 야구를 즐길 줄 아는 선수라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지 나도 궁금하다"고 미소 지었다.
선수 본인도 지금 당장은 투수에 조금 더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하현승은 "두 개 다 재미있는데 타자로 풀타임을 뛰어봤고 투수로는 아직 재미를 못 봐서 투수로서 내 자신이 조금 더 기대된다"며 "위기 상황에 올라가 내가 막거나, 팀이 지고 있을 때 내가 올라가 버티다 역전승했을 때 짜릿하다. 선발 투수를 해보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