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게 경기해도, 딸이 웃어주니..." 8개월차 아빠 '두목호랑이', 지쳐도 다시 일어난다

양정웅 기자 / 입력 : 2025.01.17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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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C 이승현. /사진=KBL 제공
올 시즌 부상으로 고생하는 부산 KCC 이지스의 든든한 기둥이 되고 있는 '두목호랑이' 이승현(33). 아빠의 이름으로 한 시즌을 버티고 있다.

지난 16일 경기를 끝으로 2024~25시즌 KBL 전반기가 마무리된 가운데, KCC는 12승 17패(승률 0.414)를 기록하며 7위에 위치하고 있다. 아직 6위 원주 DB와 1.5경기 차여서 희망의 끈을 놓을 수는 없지만, 챔피언결정전 우승까지 했던 지난해와는 상황이 다르다.


특히 지난 시즌보다 더 많아진 부상자가 문제다. 송교창이 손가락 수술, 최준용이 발바닥 부상으로 개막전에 합류하지 못했고, 시즌 중에도 허웅이나 정창영, 김동현 등 여러 선수들이 크고 작은 부상으로 엔트리를 들락날락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도 든든히 버텨주고 있는 선수가 이승현이다. 올해 팀의 29게임 전 경기에 출전하며 평균 30분 46초를 소화 중인 그는 10.7득점 5.3리바운드 2.3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특히 디온테 버튼이 있을 때 마땅한 빅맨이 없었던 KCC에서 상대 외국인 선수와 매치되면서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스타뉴스와 만난 이승현은 "빨리 브레이크 타임이 왔으면 좋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체력 문제는 이기면 괜찮다. 승리하면 덜 힘들고, 지면 너무 힘들다"면서 "고생은 고생대로 했는데 (결과가) 안 따라주면 몸도 마음도 처진다. 그게 많이 힘들었다"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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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C 이승현. /사진=KBL 제공
특히 부상병의 속출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승현은 "아직 팀이 완전체가 되질 않고 있다"며 "작년에도 그런 경우가 있었는데 올해도 똑같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적을 보면 지난해보다 상황이 더 안 좋다"며 "잘 모르지만 브레이크가 끝나면 다 복귀할 수 있다고 하던데, 빨리 완전체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기다리는 완전체가 되기 전까지는 결국 기존 선수들이 잘 버텨줘야 한다. 이승현은 "우리가 완전체로 오면 어느 팀이 무섭겠나"며 "그때까지 지금 있는 선수들로 유지를 해주고, 다들 돌아오면 치고 올라갈 일만 남았다고 믿고 있다"고 얘기했다. 특히 최근 기회를 받고 있는 여준형이나 이주영에 대해서는 "워낙 운동을 열심히 하는 선수들이다.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줘서 대견하다"고 칭찬했다.

이승현이 시즌을 버틸 수 있었던 건 비시즌을 잘 보냈기 때문이다. 프로 데뷔 후 항상 국가대표로 소집되면서 몸 만들 시간이 부족했던 그는 지난 여름 무려 10kg을 감량하는 등 착실하게 준비했다. 이에 전창진 KCC 감독도 지난해 8월 태백 전지훈련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선수로 "무조건 이승현이다"고 단언했다.

"게임을 많이 뛰어서 그런 건지, 다이어트를 해서 마른 건지 모르겠다"며 너스레를 떤 이승현은 "원래 계획했던 거고, 시즌 들어가기 전에 목표치를 완수해서 너무 좋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확실히 몸도 잘 만들어져서 시즌 때 더 많이 뛰려고 한다"며 "주위에서 '예전 모습이 많이 돌아온 것 같다'고 해주셔서 감사하지만, 자만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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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C 이승현이 2023~24시즌 KBL 챔피언결정전 우승 후 그물 커팅식을 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예전 모습'이라는 말은, 지난 시즌 이승현이 잠시 주춤했기 때문에 나온 것이었다. 그는 팀이 우승한 2023~24시즌 전 경기(54경기)에 나왔지만, 평균 24분 1초에서 7.2득점 3.6리바운드 1.7어시스트로 커리어 전체에 비하면 아쉬운 결과를 냈다. 이승현은 "자극이 많이 됐다. 이전 팀에서도 주축 선수로 뛰었는데 이런 경우가 처음이어서 속상했다"며 "우승해서 좋았지만 희비가 엇갈렸다. 그래서 비시즌 휴가 받자마자 바로 운동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5월 우승 직후 딸이 세상에 나오며 아빠가 된 것도 이승현에게 큰 도움이 됐다. 그는 "하루하루가 너무 행복하다"고 고백하며 "힘들게 경기를 뛰고 집에 오면 내 얼굴을 보며 씩 웃는 미소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처음으로 '아빠'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내가 애 대신 죽을 수도 있다는 말이 뭔지 알게 됐다"며 벅찬 감정을 전했다.

시즌 들어 맹활약을 펼치면서 이승현은 지난 11월 열린 2025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예선 대표팀에도 선발됐다. 그는 띠동갑인 문유현(고려대) 등 어린 선수들과 허물 없이 지내며 분위기를 만들었다. "애들이 왜 이렇게 내 얘기를 많이 해줬냐"며 웃은 그는 "처음 대표팀에 갔을 때 (양)동근이 형하고 11살 차이였고, 김주성 감독님과도 띠동갑이었다"며 "내가 지금 똑같이 오니까 신기하다"고 했다.

풀 시즌을 소화하고, 국가대표까지 다녀오며 지쳐있던 이승현에게 최근 희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10일 안양 정관장과 트레이드를 통해 키 208cm의 센터 캐디 라렌이 들어온 것이다. 상대 외국인 빅맨과 싸울 수 있는 1옵션이 드디어 만들어졌다. 이 트레이드의 가장 큰 수혜자는 단연 이승현이었다.

이승현은 "이제는 내가 외국인 선수를 안 맡아도 되지 않나. 그건 좋다"며 "스위치 돼서 막는 건 당연히 할 수 있지만, 매번 경기 때마다 하면 체력이 빠질 수밖에 없다. 한번씩 수비하는 정도만 해도 감지덕지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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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C 이승현(오른쪽)이 SK 자밀 워니를 수비하고 있다. /사진=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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