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SBS, 넷플릭스 |
지난해 12월 25일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방송산업 실태조사'에서 2023 방송매출액은 18조 9575억원으로 전년 대비 8004억원(4.1%) 감소했다. 특히 지상파의 경우, 총매출액이 3조 7340억원으로 전년 대비 4261억원 감소(10.2%)했다. 지난 10년간 매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광고 매출은 9279억원으로, 2022년 대비 2825억원(23.3%) 급감했다.
반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성장세는 지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방통위가 지난해 12월 13일 발표한 'OTT 주요 현황과 방송시장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OTT 매출액은 6.4% 늘었다.
이 상황을 실감하게 한 건 지난해 12월 SBS가 발표한 넷플릭스와의 협업이다. 그간 지상파는 tvN, JTBC 등 케이블이나 종합편성채널과 다르게 지식재산권(IP)을 소유하고 방영권을 판매해왔다. 이 방영권도 대부분 국내 OTT인 웨이브에 판매됐으며 넷플릭스, 디즈니+ 등 글로벌 OTT에 공개되는 건 극소수였다. 이 때문에 SBS의 행보는 이례적이었다. SBS에 따르면 예능, 교양 프로그램인 '런닝맨' '그것이 알고 싶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등과 드라마 '모래시계' '스토브리그' '펜트하우스' 등이 넷플릭스에 서비스된다. 또한 올해 하반기 SBS 신작 드라마 중 일부는 넷플릭스와 동시 공개한다.
여기서 '동시 송출'이 의미심장하다. 우리는 TV 보단 휴대폰으로 영상을 보고, 화제성이 시청률을 이기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는 tvN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2024년作)로 완벽히 증명됐다. '선재 업고 튀어'의 시청률은 3~5%대(닐슨코리아 기준)를 유지했다. 그러나 콘텐츠 온라인 경쟁력 분석 기관인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의 플랫폼 펀덱스(FUNdex)에 따르면 '선재 업고 튀어'는 5월 3주 차 TV-OTT 드라마 화제성 조사 결과에서 3주 연속 1위를 차지했고, tvN 타깃인 2049 남녀 시청률에서 7주 연속 지상파를 포함한 전 채널 동시간대 1위를 지켰다. 이를 미루어 보아, '동시 송출'의 의미는 TV 방영으로 전 연령층을 공략하되 OTT인 넷플릭스로 2049 시청자의 눈길을 끌겠다는 말로 풀이된다. 일종의 '투 트랙'(Two-Track) 전략이다.
◆ 새로운 발견, '투 트랙' 전략
/사진=tvN, 티빙 '원경' |
'원경' 제작진은 스타뉴스에 동시 송출 관련 "TV 방송과 OTT 플랫폼의 차별화된 시청 환경과 이용자 특성을 고려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티빙에 공개되는 '원경'은 방원과 원경의 정치적 관계뿐 아니라, 한 남자와 한 여자로서의 더욱 깊이 있는 부부 관계까지 심도 있게 다뤘다. 두 인물의 복합적인 관계성을 더욱 입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고,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시선으로 작품을 감상할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다"라고 설명했다.
'원경'은 티빙 공개 직후 주간 유료가입기여자수 1위, 주간 시청UV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공개 첫 주 기준 유료가입기여자수 3위에 올랐다. 또한 tvN으로 방영된 지난 '원경' 4회는 전국 가구 평균 5.6%, 최고 6.8%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 tvN 타깃인 2049 시청률도 상승해 전국 평균 1.9%, 최고 2.3%, 수도권 평균 2.0%, 최고 2.7%를 기록하며 지상파를 포함한 전 채널 동시간대 1위에 올랐다. (유료플랫폼 기준/닐슨코리아 제공)
CJ ENM이 티빙의 최대 주주라서 타 방송사와 비교하면 더 쉽게 '투 트랙' 전략을 선택할 수 있었겠지만, 이 부분을 제외하고도 분명 TV 매체 입장에서는 성공한 전략임이 틀림없다.
◆ 티빙·웨이브 합병 가속화..OTT판 변화 예고
/사진제공=티빙, 웨이브 |
티빙, 웨이브 합병설은 오래전부터 존재했지만, 가속화된 건 지난해부터다. 티빙의 최대 주주인 CJ ENM과 SK 스퀘어가 지난해 11월 28일 만기 되는 웨이브의 2000억 규모 전환사채(CB)를 대신 갚아주면서 전환사채를 취득했다. 이후 CJ ENM은 이양기 전 티빙 CFO(최고재무책임자)를 웨이브의 CFO로 파견했다. 티빙과 웨이브의 주요 주주는 모두 합병에 찬성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티빙 지분을 13% 보유한 KT의 입장이 늦어지고 있다.
2024년에 여러 변화를 겪은 방송계가 앞으로 새로운 도약을 꿈꾼다. 한 방송 관계자는 "과거 콘텐츠 시장이 단순히 채널들의 경쟁이었다면 OTT 플랫폼들의 성장으로 굉장히 복잡해졌다고 본다"라며 "OTT의 성장 속에서 채널들도 새로운 활로를 펼쳐야 하는데, 이럴 때는 OTT와의 협업도 중요하다. 채널의 경우 구독료가 없고, OTT는 구독료를 내야 하니 시청층도 달라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 각 시청층에 맞는 전략들을 써야 한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OTT의 자본을 끌어와 콘텐츠 제작에 힘을 보탤 수 있다면 지상파 역시 이를 공격적으로 활용해 국민들의 보편 시청권을 보장하는 것이 서로의 상생에 굉장히 시너지를 낼 것"이라며 "만약 OTT와 지상파의 상생이 크게 이어진다면 시청자 입장에서는 질 좋은 콘텐츠들을 다수 만날 수 있을 것이며, 지상파 입장에서도 현재의 어려운 경영 상황을 탈피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본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