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공격수 양민혁. /사진=뉴시스 |
토트넘 소식에 정통한 폴 오키프 기자는 16일(한국시간)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양민혁에 대한 팬들의 질문을 받았다.
한 팬이 '양민혁이 왜 출전하지 못하나. 특별한 이유나 부상이 있나?'라고 묻자 오키프 기자는 "양민혁은 현재 영국 문화와 영국 축구에 적응 중이다. 아직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뛰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팬은 "양민혁이 토트넘 21세 이하(U-21) 팀에서 뛸 수도 있다는 의미인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좋은 질문이다. 토트넘도 고려하고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토트넘은 크리스티안 로메로, 데스티니 우도기, 미키 반더벤, 굴리엘모 비카리오 등 주축 선수 8명이 부상 이탈했다. 이에 양민혁을 비롯해 아치 그레이, 루카스 베리발, 윌 랭크셔, 미키 무어 등 18~19세 어린 선수들이 다수 포함됐다.
양민혁은 지난달 20일 토트넘 유니폼을 입은 뒤 약 한 달이 지났지만 아직 데뷔전을 치르지 못하고 있다. 지난 9일 리버풀과 카라바오컵(리그컵)에서 토트넘 이적 후 처음으로 경기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양 팀의 팽팽한 분위기 속 데뷔전은 불발됐다. 벤치에서 세르히오 레길론 옆에 앉아 진지하게 경기를 바라보는 모습이 중계 화면에 잡히기도 했다.
이어진 탬워스와 FA컵에서 2경기 연속 경기 명단에 포함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아예 제외됐다. 17살 미키 무어, 18살 아치 그레이가 선발 출전하고 어린 선수들 4명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기에 더욱 아쉬움이 남았다. 직전 아스널전도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토트넘 훈련장에서 엄지를 들어보이는 양민혁. /사진=토트넘 공식 SNS |
앞서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양민혁의 데뷔전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영국 '풋볼런던'에 따르면 그는 지난 4일 '양민혁 출전에 대한 현실적인 시기는 언제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아직까지 특별한 계획은 없다. 양민혁이 적응할 시간을 줘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양민혁은 매우 어리고 지구 반대편에서 왔다. 그가 있던 곳(K리그)과 EPL은 수준 차가 크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는 양민혁에게 적응할 시간을 줘야 한다"고 재차 강조한 뒤 "손흥민이 클럽 안팎에서 양민혁을 도와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그가 어떻게 적응하는지 지켜본 뒤 (출전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만약 양민혁이 아스널전에서 데뷔전을 치른다면 불과 만19세에 토트넘 데뷔전을 치르는 것이다. 선배 손흥민보다 4년 빠르다. 손흥민은 만23세인 2015년 9월13일 선덜랜드전에서 토트넘 데뷔전을 치른 바 있다.
양민혁(왼쪽)의 훈련을 지켜보는 손흥민의 모습. /사진=토트넘 공식 SNS |
미국 스포츠 매체 '맨 인 블레이저스'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 따르면 손흥민은 "EPL이 힘들 거라는 걸 얘기해주고 싶다"며 "최고 수준의 선수가 되기 위해선 (경기력뿐 아니라) 언어, 문화, 인성,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것 등 모든 것이 완벽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차가운 경쟁 현실에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손흥민은 "겁주려는 것은 아니다. 양민혁에게 도움이 될 현실적인 이야기다"라며 "K리그에서 잘한다고 느끼겠지만 여기는 어린 선수들이 매일 같이 기회를 잡고 싶어 한다. 많은 선수들이 서로 포지션을 차지하려고 달려들 것이다"라고 전했다.
냉혹한 조언 이면에는 본인처럼 힘들지 않길 바라는 숨은 배려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은 지금 양민혁과 같은 나이인 18살에 함부르크와 프로 계약을 맺은 뒤 축구적인 부분 외에도 언어, 문화적 차이, 인종차별 등을 수많은 난관들과 싸우며 극복해야 했기 때문이다.
양민혁(왼쪽)과 손흥민이 한국 축구대표팀에서 함께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