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세 최고령 사령탑, 오죽 답답했으면 "선수들 정신력 최악, 매너가 없는 수준"... 쉴 새 없이 쏟아진 '작심 발언'[수원 현장]

수원=박건도 기자 / 입력 : 2025.01.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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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철 IBK기업은행 감독이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당대 최고의 세터로 군림했던 사령탑도 손 쓸 수가 없는 경기였다. 김호철(70) IBK기업은행 감독이 완패 후 선수들에게 작심 발언을 했다.

IBK기업은행은 17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시즌 V리그 여자부 4라운드에서 현대건설에 세트 스코어 0-3(18-25, 15-25, 21-25)으로 졌다.


경기 내용도 초라한 수준이었다. IBK기업은행은 범실만 24개를 기록하며 현대건설에 승리를 내줬다. 답답한 내용에 김 감독은 경기 중에도 수차례 고개를 저으며 뒤돌아서기도 했다.

테크니컬 타임아웃에도 큰 변화는 없었다. 김 감독은 큰 몸짓과 소리까지 치며 경기 분위기를 바꿔보려 애썼지만, IBK기업은행은 계속된 실책성 플레이로 점수를 내주기 일쑤였다. 1세트에만 범실 10개를 기록하더니 2세트와 3세트 각각 8개와 6개의 범실을 추가하며 경기를 쉽게 내줬다.

3일 만의 경기였다. IBK기업은행은 지난 14일 정관장과 풀세트 접전 끝에 패배했다. 지난 9일에도 페퍼저축은행에 2-3으로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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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철(가운데) IBK기업은행 감독이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다. /사진=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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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철(오른쪽) IBK 기업은행 감독이 팔짱을 끼고 바닥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다만 김 감독은 패배 요인으로 선수단 체력이 아닌 정신력을 꼽았다. 경기가 끝난 후 기자회견에서 김 감독은 "경기가 안 되면 선수들이 돌아가면서 범실을 낸다"라며 "선수들 피로가 문제가 아니었다. 정신적으로 나사가 빠진 것 같았다"라고 입을 뗐다.

이날 원정석에는 빈자리가 크게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은 팬이 찾았다. 마지막 세트까지 열 띈 응원으로 IBK기업은행의 역전을 바랐다. 김 감독은 "선수 컨디션을 떠나 경기를 보러 온 팬들도 있지 않았나. 평소에는 선수들에게 혼을 내지 않았는데, 오늘은 목소리를 높였다"라며 "실력을 떠나 최선을 다하는 게 프로 선수 아닌가. 감독인 내가 잘했다는 게 아니다. 하지만 선수들이 이런 경기를 하는 건 선수로서 매너가 없는 것"이라고 강하게 질책했다.

기자회견이 이어질수록 김 감독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그는 "이런 경기를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저부터 책임을 지겠지만, 선수들도 책임을 져야 한다. 앞으로는 이런 경기가 나오지 않게 반성해야 한다"라고 답답한 심정을 밝혔다.

심지어 김 감독의 일갈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8일 3라운드 현대건설전에서도 셧아웃 완패를 당한 뒤 김 감독은 "선수들이 지친 것 같다"라고 두둔하면서도 "경기장에서 하려는 의지나 눈빛이 보여야 한다. 오늘은 그러지 않았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김 감독은 선수 시절 1980년 국내 무대 데뷔 후 이탈리아 명문에서 유럽 대항전 우승까지 경험한 역대 최고 세터로 통한다. 감독으로서도 이탈리아와 한국 남자부, 여자부까지 모두 지도한 바 있는 명 사령탑이다.

리그 내 최고 사령탑이기도 한 산전수전을 겪은 김 감독의 이례적 호통이었다. 빡빡한 일정 속에서 선수들이 힘에 부칠 만한 상황이었다지만, 이번만큼은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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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니컬 타임아웃 중 김호철(가운데) IBK기업은행 감독이 선수들에게 작전 지시하고 있다. /사진=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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