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고 2학년 하현승. /사진=김동윤 기자 |
최근 부산고에서 스타뉴스와 만난 하현승은 "추신수 선배님을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고 또 롤모델이다. 고등학교 때 제일 잘했던 선수가 추신수 선배님이라고 들었다. 나도 선배님처럼 성장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하현승은 이제 고교 한 시즌만 치렀음에도 KBO 리그뿐 아니라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많은 관심을 받는 좌투좌타 유망주다. 키 194.2㎝, 몸무게 85㎏의 큰 체격에도 유연성과 운동신경이 남달라 야수와 투수 모두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야수로서는 수준급 콘택트 능력과 KBO 골든글러브 6회 수상자이자 전설적인 좌타자 이병규(51) 현 LG 트윈스 퓨처스 감독을 떠올리게 하는 감각적인 수비가 돋보인다. 투수로서는 큰 키에서 나오는 높은 타점과 까다로운 디셉션 그리고 빠른 구속에도 준수한 제구력이 매력적이다. 구종은 평균 시속 143㎞, 최고 148㎞까지 나오는 직구, 변화구로는 슬라이더와 커브를 던진다.
그 탓에 부산고 시절 추신수가 떠오른다는 평이 많다. 메이저리그에서 야수로 성공한 추신수도 고등학교 시절에는 투수로서 재능이 더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 KBO 스카우트 A는 스타 뉴스와 통화에서 "하현승은 딱 고교 때 추신수 느낌이다. 피지컬이 더 좋은 추신수다. 신체 조건이 좋은데 유연성과 스피드도 워낙 좋다. 현시점에선 내년 신인드래프트 1번으로 보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관심이 많은 걸로 알고 있다"고 호평했다.
이날도 수도권 팀 포함 KBO 4개 구단 스카우트들이 부산을 직접 찾아 하현승과 부산고 선수들을 지켜봤다. 현장에서 만난 또 다른 KBO 구단 스카우트 B는 "아무래도 당장의 드래프트가 중요하다 보니 3학년을 중점적으로 관찰한다. 하지만 하현승도 체크 대상이다. 신체조건이 남다르고 긍정적인 태도로 훈련에 임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고 2학년 하현승. /사진=김동윤 기자 |
하현승은 육상 국가대표 출신 부모님 아래서 자연스럽게 운동과 야구에 관심을 가졌다. 높이뛰기 국가대표 출신 하충수 씨와 멀리뛰기 국가대표 상비군을 경험한 신명희 씨의 외동아들로서 운동 유전자를 모두 물려받았다. 마침 현장을 찾은 하충수-신명희 부부는 "사실 운동 시킬 생각 자체를 안 했다. 하지만 (하)현승이가 어릴 때부터 운동을 좋아했다. 처음엔 수영을 배웠고 유소년 축구팀에서 테스트도 받았다. 어느 날에는 아침 6시 반부터 나가길래 어딜 가나 했더니 초등학교 육상부 훈련을 나간 것이었다. 그러다 또 방과 후 활동으로 야구에 관심을 갖더니 4학년에 수영초로 전학 가면서 아예 야구에 빠졌다"고 설명했다.
하현승에 따르면 야구가 익숙한 부산의 환경 덕분에 자연스레 빠질 수밖에 없었다. 하현승은 "부모님 따라 사직 야구장도 자주 가고 사진도 찍고 동네 야구를 하다 보니 너무 재미있었다. 수영초로 전학 간 뒤부터는 학교 선배님인 추신수 선배와 이대호 선배를 좋아하게 됐다"고 활짝 웃었다.
지난해 하현승은 야수에 집중했다. 주로 외야수로 출전하면서 24경기에 홈런 없이 타율 0.279(68타수 19안타), 9타점 12득점 3도루, 출루율 0.398, 장타율 0.353, OPS(출루율+장타율) 0.751을 기록했다. 타자로서 가능성을 더 높게 봤지만, 막상 가르쳐보니 투수로서 재능이 더 돋보였다는 것이 박계원(55) 부산고 감독의 설명이다. 투수는 8월 봉황대기가 끝난 후부터 본격적으로 훈련을 시작한 탓에 공식 경기는 1경기에 그쳤으나, 두 달 만에 실전에 다시 선 지난해 11월 롯데기 고교야구 대회에서는 15타자 연속 삼진으로 재능을 뽐냈다.
하현승은 "타자로서 내 강점은 발이 빠르고 콘택트가 좋은 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단타도 장타로 만들 수 있다. 아쉬운 건 중학교 때는 또래에 비해 덩치가 컸고 알루미늄 배트라 홈런이 잘 나왔는데 고등학교 때는 그렇지 못했다. 그래도 오타니 쇼헤이 선수처럼 몸이 완성되면 홈런도 노릴 수 있을 것 같아 급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은 정확하게 맞히는 데만 초점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고 2학년 하현승. /사진=김동윤 기자 |
이어 "투수로는 타점이 높다는 게 강점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지금은 직구, 슬라이더, 커브를 던지고 체인지업을 연습 중인데 아직 어렵다. 올해 중순부터는 본격적으로 체인지업을 던져 보려 한다. 또 지난해 직구 구속이 평균 시속 143㎞, 최고 148㎞까지 나왔는데 올해 150㎞까지 던져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올해는 투수로서 더 집중할 생각이다. 외야수로 나서다가 위기 순간 그때그때 마운드에 오르는 방법이 예상된다. 하현승은 "투수와 타자 둘 다 재미있다. 타자는 안타 쳤을 때 제일 행복하다. 타율이 올라가는 것만으로도 좋다. 투수는 위기 상황에 올라가 내가 막거나, 팀이 지고 있을 때 내가 올라가 버티다 역전승했을 때 짜릿하다"고 떠올렸다. 이어 "지난해 타자로 풀타임을 뛰어봤고 투수로는 아직 재미를 못 봐서 투수로서 나 자신이 더 기대된다. 선발 투수가 하고 싶어서 좀 더 정확한 제구와 세트 포지션시 밸런스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내년 가을 열릴 2027년 KBO 신인드래프트 최대어 중 하나로 불리는 그는 동시에 메이저리그 팀들의 관심도 함께 받고 있다. 하현승은 이러한 관심에 자세를 낮추면서도 추신수를 보며 꿈꿔온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한 열망도 솔직하게 표현했다.
하현승은 "만약 KBO 리그에 가게 된다면 메이저리그에서 많이 뛰었던 류현진 선배님과 경기해보고 싶다. 메이저리그에 간 한국 선배님들 기사나 영상을 자주 챙겨보는데 류현진 선배님 영상을 보면 위기 상황에서도 멘탈과 제구력이 뛰어나셨다. 영상으로도 많은 걸 배운다"고 감탄했다.
그러면서 "KBO 드래프트는 내게 아직 먼 이야기고, 메이저리그는 내 최종 목표다. 내 진로는 감독님, 부모님과도 상의해봐야 할 문제"라고 말을 아끼면서도 "올해 우리 학교 멤버가 괜찮다. 특히 좋은 3학년 형들이 정말 많다. 우리 학년도 힘내서 좋은 성적을 내, 형들이 프로에 많이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 역시 언젠가 '대한민국 야구 선수'하면 하현승이란 이름이 떠오를 수 있도록 지금처럼 열심히 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