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 칼텍스의 지젤 실바.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
GS 칼텍스의 지젤 실바(가운데서 오른쪽)가 유서연을 끌어안고 있다.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
GS칼텍스의 2024~2025시즌 첫 셧아웃 승리를 안긴 캡틴 유서연(26)이 외국인 에이스 지젤 실바(34·등록명 실바)에 뭉클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GS칼텍스는 19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정규시즌 4라운드 홈 경기에서 페퍼저축은행에 세트 점수 3-0(25-19, 25-20, 25-20)으로 승리했다.
꼴찌팀에 시즌 시작 약 3달 만에 나온 감격의 첫 셧아웃 승리였다. 이로써 지난해 11월 1일 1라운드 페퍼저축은행 원정 3-1 승리 이후 첫 승점 3점을 챙긴 GS칼텍스는 3승 19패(승점 13)를 기록했다.
이날 경기도 GS칼텍스 주포 지젤 실바(등록명 실바)가 공격성공률 43.75%, 25득점으로 양 팀 통틀어 최다 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여기에 캡틴 유서연이 16점으로 실바를 지원하면서 41점을 합작, GS칼텍스의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후 GS칼텍스 이영택 감독은 "선수들이 하고자 하는 마음이 컸다. 약속하고 들어간 수비 자리, 블로킹 위치, 서브 공략 등 모든 것이 잘됐다. 중간에 고비도 있었지만, 당황하지 않고 잘 이겨내 줬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GS 칼텍스의 지젤 실바.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
4라운드 들어 지나치게 높아진 실바의 공격 점유율 문제도 유서연의 득점력이 살아나며 해소할 수 있었다. 올스타브레이크 후 GS칼텍스는 3경기 연속 풀세트 끝에 승점 5점을 챙기는 등 끈끈한 모습을 보였다. 그 기간 실바가 무려 151점을 쓸어 담는 괴력을 보였으나, 당장 지난 라운드만 해도 부상으로 결장했던 선수였기에 걱정이 컸다. 공격 점유율 52.12%로 51점을 낸 지난 한국도로공사전이 대표적인 사례였다. 하지만 이날 유서연이 공격 점유율 28.3%로 실바의 부담을 나누어 가지면서 미래를 기대케 했다.
이영택 감독은 "블로킹이 낮은 쪽으로 공략해 패턴 플레이를 해보자고 경기 전부터 이야기했다. 세터가 그걸 의도해도 득점이 안 나면 자연스럽게 실바에게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오늘은 리시브가 잘돼서 아웃사이드 히터와 패턴 플레이가 잘 이뤄졌다"며 "이처럼 아웃사이드 히터 쪽에서 득점 지원이 돼야 경기가 수월하게 풀린다. 그 부분에 있어 훈련도 많이 하고 단순한 사이드 공격뿐 아니라 이동 공격과 시간차 공격도 계속 주문하고 있다. 리시브가 잘 됐기에 그런 모습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유서연 역시 "내 포지션 상 잘 받고 잘 때려야 한다. 최근에 실바의 점유율과 성공률이 많이 올라가서 선수들끼리도 이야기를 많이 했다. 미들 블로커와 아웃사이드 히터 쪽에서 점수가 나야 할 것 같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런 과정에서도 실바는 전혀 힘든 내색 없이 훈련에만 매진했다는 것이 유서연의 설명이다. GS칼텍스 선수들 역시 그런 실바의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마음을 다잡았다.
유서연은 "(훈련 중에도) 실바는 아무 말 없이 (김)지원이가 올려주면 때려줬다. 국내 선수들은 그런 실바의 점유율이 높아지지 않게 연습할 때도 신경을 많이 썼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GS 칼텍스의 캡틴 유서연이 19일 페퍼저축은행전 승리 후 활짝 웃고 있다.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
그러면서 "나 역시 아킬레스건 부상이 나았어도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감독님께서 상대적으로 나은 선수들을 만나도록 로테이션을 신경 써주신다. 갈수록 나아지고 있어 나도 자신 있게 때리고 있다. 아보 코치님도 상대 블로킹에 따라 어떤 코스가 비어있는지 알려주셔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실바의 책임감 있는 모습과 프로페셔널한 면모는 이영택 감독에게도 감동이다. 그만큼 실바의 컨디션 관리에 가장 많은 신경을 쏟고 있다. 실바는 이번 경기로 545득점을 기록, 2위 빅토리아(IBK 기업은행)를 제치고 득점 1위를 탈환했다. 경쟁자들보다 적은 18경기 69세트에 출전했음에도 낸 점수여서 놀라움을 더한다. 지금의 활약이 시즌 끝까지 이어진다면 꼴찌팀에서 득점 1위가 탄생하는 장면도 꿈은 아니다.
경기 전 4라운드를 돌아본 이 감독은 "전반기에는 부상도 있었다 보니 실바 스스로 기록에 아쉬움을 느꼈던 것 같다. 지금은 득점 1위를 목표로 세터들에게 '기회만 되면 내게 올려달라'고 요구할 정도로 본인이 원하는 상황"이라면서 "우리도 실바의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잘 쉬고 잘 회복하고 있고 앞으로도 관리를 잘해줄 예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