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보 다케후사. /AFPBBNews=뉴스1 |
훈련 중 몸을 푸는 이강인의 모습. /AFPBBNews=뉴스1 |
소시에다드는 21일(한국시간)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우리는 메스타야 경기장(발렌시아 홈구장)에서 발렌시아 팬들이 선수들에게 가한 모욕적인 인종차별적 언행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축구와 스포츠에서 무례하고 모욕적 증오를 부추기는 사람들을 용납할 수 없다. 우리는 이런 상황이 다시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사건은 지난 20일 소시에다드가 발렌시아 원정을 떠났다가 발생했다. 교체 명단에 든 쿠보를 비롯해 안데르 바레네체아, 미켈 오야르사발까지 선수 3명이 필드 밖에서 몸을 풀다가 발렌시아 팬들에게 인종차별적 얘기를 들었다.
스페인 '아스'는 "세 선수는 심각하고 모욕적인 얘기를 들었다. 인종차별과 동성애 혐오적 표현들이 나왔다"며 "특히 쿠보를 겨냥한 듯 '치노(Chino) 눈 좀 떠라'라고 조롱했다"고 전했다. 중국인을 뜻하는 '치노(Chino)'는 동양인을 비하하는 의미가 담겼다. 스페인 등 유럽에서 동양인을 조롱하거나 인종차별을 할 때 많이 쓰는 용어다.
소시에다드도 구단 SNS에 당시 촬영된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서 한 팬이 쿠보에게 '치노 눈 좀 떠라, 너는 중국인이다'라고 말하는 게 선명하게 들린다. 또 바레네치아를 향해 동성애 혐오적인 발언을 쏟아낸다. 오야르사발에게는 '너한테 폭탄을 설치하겠다'라고 협박에 가까운 욕설을 했다. 쿠보와 오야르사발은 욕설을 내뱉은 한 관중을 끝까지 응시한다.
아스는 "발렌시아 팬들이 쏟아내는 욕설이 자세히 들린다. 중계에서 볼 수 없는 추악한 이면이 드러났다"고 비난했다.
레알 소시에다드 선수들이 몸을 풀다가 욕설이 들리자 관중석을 응시하고 있다. /사진=소시에다드 공식 SNS 영상 갈무리 |
일본도 인종차별에 분노했다. 일본 '사커킹'은 "쿠보가 인종차별의 희생자가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해당 기사의 댓글에는 '발렌시아는 인종차별 징계로 승점을 박탈당해야 한다. 무관중 경기와 가해자를 찾아 영원히 축구장에서 퇴출해야 한다'고 전했다.
쿠보와 어린 시절부터 스페인 무대에서 함께 뛴 절친 이강인도 얼마 전 비슷한 인종차별 모욕을 당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 PSG 공개 훈련에서 이강인을 비롯해 선수들이 팬들에게 일일이 하이파이브를 하며 팬 서비스를 하던 중 한 팬이 이강인을 향해 "치노"라고 외쳤다. 이강인은 이를 듣지 못한 듯 웃으면서 정신없이 팬들을 지나갔다. 이후 PSG는 인종차별 발언을 한 가해자를 찾아 영구 제명했다.
한편 소시에다드 에이스인 쿠보는 최근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팀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토트넘을 비롯해 리버풀, 아스널, 뉴캐슬 등이다. 스페인 '엘 골 디지털'은 지난 "소시에다드는 쿠보의 이적을 막을 수 없다. 가까운 시일에 곧 이적이 이뤄질 것이다"라고 전했다.
매체는 "소시에다드는 쿠보에게 너무 작다"며 "쿠보는 개인적 기량뿐 아니라 팀 전술에서도 소시에다드 최고의 선수로 꼽힌다"고 호평했다. 이어 "쿠보의 시장 가치는 얼마에서 2000만 유로(약 300억원)가 깎였다. 하지만 여전히 소시에다드에서 마틴 주비멘디에 이어 두 번째로 비싼 선수다"라고 설명했다.
미켈 오야르사발(오른쪽)과 구보 다케후사. /AFPBBNews=뉴스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