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엔 때도, 지바 롯데도 '애지중지' 아낀 사사키, ML 성공 '부상 공포증'에 달렸다 [이종성의 스포츠 문화&산업]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 입력 : 2025.01.25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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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키 로키의 LA 다저스 입단 소식을 전한 MLB.com. /사진=MLB.com 공식 SNS 캡처
LA 다저스와 계약한 일본 프로야구 최고의 투수 사사키 로키(24)는 과연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성공가도를 달릴 수 있을까.

그가 2024년 말 MLB 진출 선언을 한 뒤 이 질문은 일본 야구 전문가들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갑론을박의 소재가 됐다.


기본적으로 사사키는 시속 160km가 넘는 강속구의 소유자이며 145km를 상회하는 스플리터를 주무기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MLB 무대에서도 강점을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그의 고속 스플리터는 MLB 타자들에게 엄청난 무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미 고교시절부터 강속구 때문에 '레이와(令和)시대의 괴물'이라는 별칭을 얻었던 사사키는 지금까지 MLB에 진출한 일본인 투수 가운데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사사키는 아직 완성형 투수가 아니라는 측면에서 그의 도전이 다소 성급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MLB 무대에서 지난 2009년부터 2017년까지 9년 동안 활약했던 일본인 투수 우에하라 고지(50)는 지난 해 12월 18일 일본 '닛칸 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사사키는 일본에서도 (잦은 부상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지킨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사사키는 지난 2021년 일본 프로야구 무대에 데뷔한 후 한 시즌 동안 130이닝 이상을 소화한 적이 없었다. 잦은 부상 때문이었다. 2024년 그는 생애 처음으로 두 자릿수 승리(10승)을 기록했지만 후반기에는 부상으로 정상적인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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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바 롯데 시절 사사키의 투구 모습. /사진=사사키 SNS 캡처
물론 여기에는 소속팀 지바 롯데 마린스가 일본 야구의 보물인 사사키를 철저하게 보호한 측면도 있다. 일본 야구 팬들은 사사키의 입단 첫 해인 2020년에 그의 투구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롯데 마린스는 그를 아꼈다. 대신 이 기간 사사키는 체력과 유연성을 키웠다. 체조 선수를 방불케 하는 그의 유연성도 이때 완성됐다.

하지만 롯데의 이런 결정은 2020년 시뮬레이션 피칭 도중 사사키가 오른쪽 팔꿈치에 이상이 있었다는 점을 발견했기 때문에 이뤄진 것이었다. 이미 이 때부터 그의 부상 위험성과 내구성 논란이 시작된 셈이었다.

향후 일본 야구의 국보급 존재가 될 사사키에 대한 감독의 보호는 그의 고교시절부터 화제였다. 2019년 7월 25일 여름철 고시엔 대회 지역예선 이와테현 결승전에서 사사키는 등판하지 않았다. 당시 사사키가 활약했던 오후나토 고교의 고쿠보 요헤이(38) 감독은 지역 예선전에서 연투를 했던 사사키의 부상 방지를 위해 그를 아꼈다. 오후나토 고교는 결국 결승전에서 오타니 쇼헤이(31·다저스)의 모교로 유명한 하나마키히가시 고교에 2-12로 패해 꿈에 그리던 고시엔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고시엔 진출보다 투수의 어깨를 지키고자 했던 고쿠보 감독의 선택은 일본에서 논란이 됐다. 당시 일본 프로야구의 전설인 장훈(85·일본명 하리모토 이사오)은 "부상이 두려우면 스포츠를 하면 안 된다. 더욱이 고시엔은 개인이 아니라 팀의 명예가 달린 대회"라며 고쿠보의 결정을 비판했다. 반면 현역 메이저리거 다르빗슈 유(39·샌디에고 파드리스)는 "선수를 보호하려는 감독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교 시절 감독과 롯데가 부상 방지를 위해 애지중지 키워왔던 사사키가 아마추어 계약으로 MLB에 진출하게 된 것도 논란의 대상이었다.

25세 미만의 해외 선수들은 FA(자유계약)가 아니라 국제 아마추어 선수로 분류된다. MLB 각 구단은 이에 따라 국제 영입 한도액 내에서 25세 미만의 해외 선수와 신인 마이너 계약을 하게 된다. 이 덕분에 MLB 구단은 25세 이상의 해외 선수에게 적용되는 FA 계약보다 헐값에 해외 유망주를 영입할 수 있다. 반대로 해당 선수의 원 소속 구단은 매우 적은 보상금을 받게 된다.

사사키의 경우가 여기에 해당됐다. 사사키가 다저스로부터 받은 계약금은 650만 달러(약 95억 원)에 불과했다. 결과적으로 롯데는 계약금의 25%에 해당되는 162만 5000달러(약 24억 원)의 보상금을 받게 됐다. 그가 2년 뒤 FA 계약으로 MLB에 입성할 경우 롯데가 받을 수 있었던 보상금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액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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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의 사사키 환영 이미지. /사진=LA 다저스 공식 SNS 캡처
이 때문에 일본에서는 해외 선수에 대한 MLB의 '25세 규정'이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우에하라도 지난 18일 '야후 제팬'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이번 사사키의 메이저리그 이적은 본인과 다저스에는 이득이 됐을지 몰라도 롯데에는 아쉬움이 남는 계약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잃은 사사키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아픔을 떨쳐내기 위해 야구에 전력을 다해왔다. 야구 선수로 사사키의 성장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이는 다나카 마사히로(37·라쿠텐 골든 이글스)였다.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하고 2년 뒤 다나카가 이끄는 일본 도호쿠(東北)지방의 라쿠텐 골든 이글스가 일본 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해 지역민들에게 지진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기회를 줬기 때문이다.

사사키는 2022년 일본 프로야구 통산 16번째 퍼펙트 게임을 기록했다. 20세 5개월 나이에 만든 일본 프로야구 최연소 퍼펙트 기록이었다. 사사키는 이 경기에서 무려 19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며 최고 투수 반열에 올랐다. 동일본대지진으로 인한 정신적 충격을 딛고 일어선 성공 신화였다.

MLB 투수로 그의 야구 인생 두 번째 도전은 어떻게 전개될까. 그는 잦은 부상으로 일본 프로야구에서 많은 이닝을 소화한 적이 없어 '내구성 논란'에 시달렸다.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는 사사키의 MLB 도전 성공 여부도 결국 부상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한 그의 노력 여하에 달려 있다. 지난 22일 일본 공영방송 'NHK'의 한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 진출을 서두른 이유가) 부상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고 밝힌 그의 고백도 이를 뒷받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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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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