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게 항의하는 커제(빨간색 원). /사진=중계화면 캡처 |
커제는 23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열린 29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변상일(28) 9단과 결승 3번기 최종 3국에서 기권패를 당했다. 이로써 변상일 9단이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1국에서 커제가 승리해 기선을 제압했다. 그러나 2국에선 커제가 반칙패를 당해 승부는 원점이 됐다. 3국에서도 커제는 씁쓸하게 고개를 숙였다.
커제의 대형 실수가 반복됐다. 또 다시 따낸 돌(사석) 관리 실수를 범했다. 이날 흑을 잡은 커제는 초반 좌하귀 전투에서 실수를 저질러 큰 손실을 봤다. 커제는 위기에 몰렸다. 커제는 우변에서 실낱같은 역전을 노려 패싸움을 벌였다.
그런데 당황해서였을까. 커제는 155수에서 사석을 바둑통 뚜껑에 넣지 않았다. 이후 몇 수를 둔 커제는 자신의 실수를 알아채고 재빨리 돌을 주워 사석 통에 넣었다. 하지만 영상을 통해 이 상황을 파악한 심판이 커제에게 경고와 벌점 2집을 선언했다.
그러자 커제는 강하게 항의했다. 삿대질에 고성까지 질렀다. 대국이 2시간 넘게 중단되기도 했다. 한국기원은 커제에게 벌점 2집을 받은 채로 대국을 이어갈 것인지, 아니면 기권패를 당할 것인지 선택을 하게 했다. 커제의 선택은 기권패였다. 커제는 외투를 입고 짐을 챙겨 제 발로 대국 현장을 떠났다.
심판은 "커제가 사석을 뚜껑에 넣지 않았다. 대국을 중단하고 커제 측에 벌점 사유에 대해 설명했으나, 커제 측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래서 커제의 기권패를 선언한다"고 설명했다.
대국에 집중하는 커제(왼쪽). /사진=한국기원 제공 |
한국 바둑 경기 규정 제4장 ▲벌칙 제18조 경고 조항 중 '사석을 통에 뚜껑에 보관하지 않는 경우', ▲제19조 반칙 조항 중 '경고가 2회 누적된 경우'에 해당된다. 중국을 비롯한 모든 외국 단체에도 사전 공지한 부분이다. 세계대회에선 지난 해 11월에 열렸던 2024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대회부터 적용했다.
한국과 중국의 사석 관리에 차이가 있다. 한국에선 사석 관리를 통해 상대 돌 수를 확인하며 형세 판단을 하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중국은 사석을 어디에 두느냐를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중국 시나스포츠는 "한국이 바꾼 규칙에 중국 선수들은 아직 적응하지 못한 모습"이라면서 "이번 패배로 많은 중국 팬들이 커제에 대해 안타까운 반응을 보였다"고 주목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