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BS |
배우 정지소가 '수상한 그녀' 종영 소감을 직접 밝혔다.
정지소는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로 한 카페에서 KBS 2TV 수목드라마 '수상한 그녀'(연출 박용순, 극본 허승민) 관련 인터뷰를 갖고 스타뉴스와 만났다.
'수상한 그녀'는 칠십 대 할머니 오말순이 하루아침에 스무 살 오두리로 변하게 된 뒤 젊은 시절 못다 했던 꿈을 이루기 위해 다시 한번 가수에 도전하며 빛나는 전성기를 즐기게 되는 로맨스 음악 성장 드라마.
정지소는 극 중 70대 말순이 20대로 변한 인물인 오두리 역을 연기했다. 풋풋한 20대와 능청맞은 70대 노인을 오가는 종잡을 수 없는 그는 오랫동안 간직했던 가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유니스 엔터테인먼트에 입성, 프로듀서 대니얼 한(진영 분)과 러브라인으로 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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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그녀' 촬영장 분위기는 어땠는지.
▶감독님도 엄청 호탕하시고 작가님도 촬영장에 자주 와주셨고 배우분들도 너무 잘해주시고 다들 하하호호 재미있게 촬영했다.
-기억에 남는 촬영 에피소드가 있다면?
▶진영 오빠와 키스신이 있었는데 그냥 뽀뽀를 해야할지 키스를 할지 고민했다. 사실 할머니가 젊어진 몸을 갖고 있는 것이어서 보이기에 어떻게 해야할지 되게 많은 얘기가 오갔다. 그래서 다 찍어보자고 해서 찍었다. 로맨스를 찍으면 남녀배우가 달달구리 하다고 하던데 오빠랑 저는 뽀뽀 쪽, 키스 쪽 그냥 일로 했다.(웃음) 다음 작품엔 본격적인 로맨스를 해보고 싶다. 키스라기 보다는 이 신에 대한 고민이 있었기 때문이었기 때문인 것 같다.
-진영 배우에게 음악적으로도 도움을 많이 받았는지.
▶드라마에 나오는 어떤 곡이 나와도 진영 오빠에게 물어봤다. 진영 오빠가 되게 많은 피드백을 해주셨다. 작곡도 하고 음악을 하셨던 분이어서 넓은 시선으로 바라봐 주셨다. 선생님이 한 분 있는 것 같았다.
-인간적인 부분, 선배로서는 진영 배우에게 어떤 점을 봤는지.
▶저는 현장에서 대본만 보고 시야가 좁았구나 싶었다. 오빠는 대본도 보면서 시청자들이 어떻게 볼까 여러가지를 생각하더라. 드라마 전체를 바라보는 시선이 있어서 오빠에게 많은 걸 배웠다. 오빠는 또 저에게 배웠다고 하던데, 은근슬쩍 저를 띄워주시면서 저를 잘 조련해 주시더라.(웃음)
-김해숙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는지.
▶해숙 선배님은 너무 대선배시고 제가 선배님과 같은 연기를 해야 해서 처음 봤을 때부터 떨리고 뵙기가 두려운 분이기도 했다. 부담감이 컸는데 선배님이 먼저 연락처를 주시고 다가와주시고 회식 자리에서도 옆에 와주셔서 제 고민이 뭔지 아신다고 해주셨다. 제가 확신을 잘 못 가지는 편이었는데 해숙 선배님 덕분에 많이 깨우친 게 있었다. 해숙 선배님이 엄마 연기를 하실 때 딸의 눈을 잘 안 보고 연기하시던데 그런 부분도 디테일하게 생각하고 연기하려고 했다. 걸음걸이, 툭툭 던지는 말투 등 엄마들 중에 꼭 있는 엄마 타입의 매력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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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그녀'에 대한 반응은 어떻게 봤나.
▶젊은 층은 슬프고 재미있다고 하셨고, 이번에 특히 나이대가 있으신 분들이 많이 봐주시고 공감해 주시고 칭찬해 주셨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길거리에 다닐 때 어르신 분들이 엄청 많이 알아봐 주시더라. '노래 너무 잘하세요', '응원해요'라고 해주시더라. 제가 생각하는 저의 장점은 많은 분들이 '혹시 연예인 아니에요?'라고 하지만 이름은 모르시더라. 어느 한 작품에 꽂혀서 저를 보신 게 아니다 보니까 저의 스펙트럼이 더 넓어질 거란 가능성이 있지 않나 싶었다.
-이 작품이 원작 영화 이후 10년이 지난 후에 드라마로 리메이크가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 작품이 주는 의미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이 작품은 많은 의미를 주는데 젊은 날이든 시간을 많이 보내신 분들의 날이든 누구에게나 봄날은 온다는 말이 담겨있는 것 같다.
-20대에 70대 연기를 하면서 느낀 세대간의 공감대가 있다면?
▶나이가 들면 내가 책임지는 사람이 있었다가 책임을 받아야되는 상황이 되는데 그때 드는 감정이 있을 것 같다. 젊은 사람은 책임을 받다가 책임을 져야하는 상황에서 드는 감정이 또 있겠다. 그럴 때 다투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그 감정들이 조금씩 다 이해가 가더라. 그러면서 가족들에게 다 연락을 하게 되더라.
-'수상한 그녀'에서 어르신 연기도 해야 했고, 아이돌 역할도 해야 했는데 가장 벅차게 다가온 부분이 있다면?
▶솔직히 아이돌이었던 것 같다. 제가 체중관리하는 게 어려운 편이다. 촬영하면서 잘 안 먹긴 하지만 살이 잘 찌는 편이다. 촬영하면서 춤도 춰야 했으니 무대의상을 입으려면 더 안 먹어야했다. 아이돌은 참 못 하겠다 싶더라. 같이 한 아이돌 친구들 사이에서 콩벌레처럼 굴러다니고 피해를 주면 안 되지 않나 싶었다. 매일 아침에 거울을 보면서 '오늘은 먹어야겠다', '먹지 말아야겠다' 정했다. 운동은 댄스 연습을 한 걸로 충분했고 식단은 점심을 먹고 안 먹고의 유무가 달랐다. 촬영이 끝나고선 베스킨라빈스 파인트를 먹었는데 배탈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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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에서 무대에 섰고 드라마에서도 무대에 섰는데 어떤 차이가 느껴졌나.
▶예능에선 한 번만 해도 되지만 드라마에선 여러 컷을 찍어야 하니 숨이 차더라. 극중에서 쓰러지는 연기를 했는데 거의 메소드였던 것 같다.(웃음)
-'수상한 그녀'를 촬영하면서 어떻게 나이들고 싶단 생각이 들었는지.
▶오말순에게 배운 게 많았다. 나는 늙으면 꼭 자식들에게 이렇게 해야겠다, 저렇게 해야겠다, 이런 마음가짐을 가져야겠다 생각한 게 있다. 내가 만약 일을 열심히 하고 자식들을 잘 키우다가 힘이 없어지더라도 자식에게 한결같고 좋은 어머니가 되자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실제 엄마와 딸의 관계에 대해서도 바꿔서 많은 생각을 했을 것 같다.
▶제가 평소에 어머니와 대화를 잘 안 하는데 이번에 엄마한테 '그때 혹시 그랬어?', '내가 평소에 이렇게 해서 마음이 아팠어?', '못되게 말하고 툭툭 내던지는 말이 미안해서 그런거야?'라고 말하면서 감정적으로 소통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런 말을 하면서 많이 울었다.
-'수상한 그녀'가 정지소에겐 어떤 의미로 남을 것 같은가.
▶연기적으로 많은 영향과 배움을 줬지만 인생공부도 많이 시켜준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