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시절 시라카와 케이쇼. |
KBO는 지난 21일 2025년 제1차 이사회를 개최하고 주요 규약과 리그 규정 개정안을 확정했다. 그 중에서도 처음 도입되는 아시아 쿼터제가 관심을 끌었다. 단, 이 제도는 준비의 시간을 갖고 2026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그동안 아시아 쿼터 도입 자체는 꾸준히 논의가 돼왔다. 갈수록 국제 경쟁력 저하와 저출산으로 인한 선수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한국 스포츠에서는 이제 흔한 일이 됐다. 프로배구 V리그, 프로농구 KBL, 프로축구 K리그 등 이미 다른 4대 스포츠에서는 활발하게 시행 중이다. 프로야구 역시 10개 구단 체제가 된 후 질적 저하에 대한 이야기가 꾸준히 나왔기에 아시아 쿼터 도입 자체에는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도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았다.
이번에 도입될 아시아 쿼터제는 아시아 국적 전체(아시아야구연맹 BFA 소속 국가 기준) 및 호주 국적 선수가 대상이 된다. 구단은 기존 외국인 선수 3명을 포함해 아시아 쿼터 제도 선수까지 총 4명을 보유할 수 있으며, 이들은 모두 한 경기에 출장할 수 있다. 선수 교체는 연 1회에 한해 가능하며, 제도 도입에 따라 KBO 리그 엔트리도 현행 28명 등록-26명 출장에서 29명 등록-27명 출장으로 증원된다. 엔트리 자체가 하나 더 늘어나는 것이기에 선수협 쪽에서도 크게 반대하지 않았다는 게 구단 관계자 A의 전언이다.
호주 출신 워윅 서폴드이 한화 시절 투구 모습.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
예를 들어 현재 아시아 리그가 아닌 미국 시애틀 매리너스 마이너리그팀에 속한 후지나미 신타로(31) 같은 선수는 데려오지 못하는 것이다. 후지나미는 고교 시절 오타니 쇼헤이(31·LA 다저스)의 라이벌로 불리며 지금도 최고 시속 165㎞의 강속구를 던지는 우완 파이어볼러다.
결국 미국 마이너리그에 소속돼 있는 일본이나 대만, 호주 선수들도 데려올 수 있어야 아시아 쿼터가 실효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KBO 구단 해외 담당 스카우트 B는 "이대로면 지난해 두산에서 뛰었던 시라카와 케이쇼(24) 정도가 상위 레벨인 것 같다"고 했다. 또다른 KBO 구단 해외 담당 스카우트 C 역시 "(일본 독립리그 출신의) 시라카와 정도가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해외 스카우트 C는 "대만 선수는 대만 구단들이 이적료를 많이 불러 현실성이 떨어진다. 호주 선수는 야구를 전문적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144경기 풀타임을 뛸 수 있을지 불안하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시라카와는 지난해 SSG 랜더스를 통해 처음 KBO 리그 문을 두드렸다. 일본 독립리그 도쿠시마 인디고삭스 소속으로 최근 3년 동안 에이스로 활약했던 선수다. SSG에 와서도 6⅓이닝 2실점 10탈삼진(2024년 6월 21일 NC 다이노스전)으로 기대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주고 이후 두산으로 이적하는 선례도 남겼다. 하지만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는 2번뿐이었고, 최종 12경기 4승 5패 평균자책점 5.65, 57⅓이닝 46탈삼진,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1.60, 피안타율 0.263의 아쉬운 성적을 남긴 채 떠났다.
SSG 입단 당시 시라카와 케이쇼. /사진=SSG 랜더스 제공 |
이어 "사실 대만 프로리그 소속 선수를 20만 달러 안에서 데려오는 건 쉽지 않다. 1.5군급 선수를 대만 팀에 바이아웃 몇천만 원 주고 내달라고 해야 하는데, 안 내준다. 호주는 야구가 프로가 아닌 클럽 수준이다. 그 선수들은 1년에 30경기 이상 뛰어본 적도 없고 계속 관리를 받으며 야구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위험 부담이 정말 크다"고 설명했다.
결국은 일본 독립 리그가 현실적인 대안이 될 전망이다. 이 관계자 역시 "시라카와가 그 중에서도 톱 레벨이었다"고 인정했다. 다만 지금처럼 한정적인 선수 풀에서는 20만 달러도 충분히 높은 금액이어서 거품이 낄 수 있다는 걸 우려했다.
스카우트 D는 "시라카와보다 좋은 선수가 일본 독립 리그에 있을 수 있다. 잘 찾아보면 한국 야구에 맞는 선수가 있을 수 있다. 우리도 어떻게서든 찾아볼 생각"이라고 의지를 드러내면서도 "KBO에는 10개 팀이 있다. 10명의 좋은 아시아 쿼터 선수를 찾기란 쉽지 않다. 오히려 울며 겨자 먹기로 경쟁하다 7만 달러 가치의 선수를 15만 달러, 20만 달러에 데려올 수 있다. 이러면 본래의 도입 취지에도 어긋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