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키 이치로가 24일(한국시간) 미국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 입성 기자회견에서 활짝 웃었다. /AFPBBNews=뉴스1 |
역대급 득표율로 메이저리그(ML)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스즈키 이치로(52)가 자신에게 투표하지 않은 익명의 기자를 향해 농담을 건넸다.
이치로는 24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쿠퍼스타운에 위치한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자들로부터 많은 표를 받았고, 그에 감사한다. 하지만 한 명의 기자에게는 표를 받지 못했다"며 "그분을 우리 집에 초대하고 싶다. 함께 술을 마시면서 좋은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앞선 22일 이치로는 기자단 투표 총 394표 중 393표를 획득하며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총 28명의 후보 가운데 이치로는 무려 99.7%의 득표율로 CC 사바시아(득표율 86.8%), 빌리 와그너(82.5%)와 함께 이번 투표에서 헌액 기준치(75%)를 넘긴 3명 중 하나가 됐다.
사실 메이저리그에서 단 33명뿐인 3000안타 기록자에 7명뿐인 3000안타-500도루 달성자였기에 명예의 전당 첫해 입성은 문제없어 보였다. 관심사는 과연 그가 메이저리그 야수 최초로 만장일치 입성하느냐였다. 1936년 최초의 5인이 입성한 이후 89년간 만장일치로 명예의 전당에 들어간 건 '불세출의 마무리 투수' 마리아노 리베라(56)뿐이었다. 2019년 당시 리베라는 425명 전원의 선택을 받아 득표율 100%를 기록했다.
이후 3000안타 유격수이자 '뉴욕의 남자' 데릭 지터(51)가 2020년 397표 중 396표를 받아 단 한 표 차로 실패한 바 있다. 이치로는 180표 이상 공개된 상황에서 득표율 100%를 이어가고 있어 기대감을 높였으나, 단 1명의 기자가 그에게 투표하지 않아 실패했다.
스즈키 이치로가 24일(한국시간) 미국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 입성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등번호 51번이 새겨진 유니폼 옆에서 기념 사진을 촬영했다. /AFPBBNews=뉴스1 |
이를 두고 미국 현지에서는 많은 비판이 쏟아졌다. 대표적으로 미국 매체 뉴욕 포스트의 존 헤이먼은 "이치로가 단 한 표 차로 만장일치를 놓쳤다. 앞으로 나와라. 이 멍청한 놈(numbskull)아"라고 원색적인 비난을 했다.
하지만 이치로는 담담한 태도를 보였다. 일본 매체 주니치 스포츠에 따르면 이치로는 명예의 전당 결과 발표 후 "2001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했을 때만 해도 내가 명예의 전당 입성 소감을 밝힐 거라고 상상도 못 했다"며 "메이저리그에서 뛸지도 몰랐기 때문에 일본인 최초 헌액은 매우 영광스럽다"고 감격의 소감을 밝혔다.
이어 "1표가 부족하다는 게 오히려 다행이다. 여러 가지로 부족한 사람은 나름대로 완벽해지려고 추구한다. 그것이 인생이다. 살아가는 데 있어서 불완전한 게 더 좋다. 그래서 더 나아가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만장일치에 실패했으나, 가장 유력한 후보로 불릴 정도로 그가 메이저리그 19년간 쌓아 올린 기록은 찬란했다. 일본프로야구(NPB) 오릭스 블루웨이브 시절 무려 7년 연속 타격왕(1994~2000년)을 차지한 그는 만 27세라는 늦은 나이에 메이저리그에 입성했음에도 활약을 이어갔다.
빅리그 데뷔 첫해부터 타율(0.350)과 안타(242개), 도루(56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며 그 해 아메리칸리그 신인왕과 MVP를 동시에 거머쥐었다. 2004년에는 262안타로 1920년 조지 시슬러가 세웠던 단일 시즌 최다 안타 기록(257안타)을 경신했고, 2024년까지 깨지지 않고 있다.
메이저리그 공식 SNS 계정이 스즈키 이치로의 업적을 소개했다. /사진=메이저리그 공식 SNS |
이후 뉴욕 양키스와 마이애미 말린스를 거친 뒤 시애틀로 돌아와 2019년 3월 은퇴할 때까지 통산 2653경기에 출장해 3089개의 안타를 때려냈다. 첫해부터 10년간 꾸준히 200안타를 기록하면서 타율 0.311, 117홈런 780타점 1420득점 509도루, 출루율 0.355 장타율 0.402의 굵직한 기록을 남겼다.
뛰어난 우익수 수비는 그가 고평가받는 이유가 됐다. 전매특허로 불리는 레이저 송구를 보여주면서 첫해부터 10년 연속 외야수 골드글러브를 차지했다. 메이저리그 3000안타-500도루-골드글러브 10회 동시 달성은 오직 이치로 하나뿐이다. 이 밖에 MVP 1회(2001년), 타격왕 2회(2001년, 2004년), 실버슬러거 3회(2001년, 2007년, 2009년), 올스타 10회(2001~2010년)를 기록하면서 공·수·주 모두에서 뚜렷한 성과를 남겼다.
이치로는 오는 7월 28일 열리는 명예의 전당 행사에서 가장 오랜 기간 활약했던 시애틀 매리너스 유니폼과 모자를 착용할 예정이다. 다른 두 사람, 사바시아는 뉴욕 양키스, 빌리 와그너는 휴스턴 애스트로스 유니폼을 입고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다.
스즈키 이치로가 24일(한국시간) 미국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 입성 기자회견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