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사제들'은 돼지인데..'검은 수녀들'은 왜 여성의 몸에 악령을 가뒀을까 [★FOCUS]

김미화 기자 / 입력 : 2025.01.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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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검은 수녀들' 스틸컷


(이 기사는 결말에 관한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영화 '검은 수녀들'이 새로운 오컬트 영화의 매력을 전하며 관객과 만나고 있다. '검은 수녀들'은 강력한 악령에 사로잡힌 소년을 구하기 위해 금지된 의식에 나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송혜교가 유니아 수녀 역, 전여빈이 미카엘라 수녀을 맡아서 구마를 펼친다.


유니아는 악령에 씌인 부마자 희준(문우진 분)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아이를 구하기 위해, 아픈 제 몸은 돌보지도 않고 최선을 다하며 영화를 이끈다.

'검은 수녀들'은 여성 연대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검은 수녀'라는 별명을 가진 유니아 수녀가 미카엘라 수녀를 변화시키고 그녀와 함께 구마를 하고, 결국 '검은 수녀'들''이 되는 과정이 인상 깊다. 또 이 장면의 강렬한 마지막 장면이 인상깊다. 영화는 템포가 빠르지 않지만 마지막으로 악령을 처단하는 마지막 장면을 위해 달린다.

유니아 수녀가 자궁암에 걸린 가운데, 악령은 이를 알고 그녀를 그녀의 '썩은 자궁'을 말로 계속해서 공격한다. 하지만 눈도 까딱하지 않고 구마를 한 유니아 수녀는 결국 악령을 자신의 자궁에 품고 악령과 함께 떠난다.


앞서 '검은 사제들'의 경우 아기 돼지의 몸에 악령을 가둔 뒤 강물에 던졌다. '검은 수녀들'은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가운데 여성의 신체인 자궁에 악령을 가두고 이를 위해 여성이 희생하는 방식으로 보여준다.

이와 관련해서 '검은 수녀들'을 제작한 영화사 집의 오효진 제작이사는 "악마의 잉태는 고전 오컬트부터 있어왔던 설정이고, '검은 수녀들'은 여성이 악마를 품는다는 것에서 나아가 이를 전복시키는 이야기를 하고자 했다"라며 "악마가 여성의 몸과 병을 빗대어 공격하는 것은, 실제 유니아가 자신의 성별로 겪는 한계와 억압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이 공격을 당하는 수녀가 결국 이를 자신의 방식으로 악마를 무너뜨리는 구조이고, 기존의 구도를 전복하는 이야기에 가깝다"라고 설명했다. 오컬트 영화 안에서 용인되는 장면을 '검은 수녀들'에서 여성 연대에 이어 체제와 악마를 무너뜨리는 방식으로 표현했다는 것으로 읽힌다. 일부에서 제기한 '여혐'(여성 혐오) 등과는 다른 이유라는 설명이다.

영화를 연출한 권혁재 감독은 "제작사의 이 같은 의도에 동의했고 그것들을 구현하기 위해 함께 노력했다. 부마 과정에서는 특정 신체를 부각하려는 의도는 없었고 유니아를 악랄하게 공격하려는 악마성을 부각하고자 했다. 그런 비열한 악마를 유니아가 자신의 방식으로 무너뜨리는 결말을 잘 표현하고자 했다"라고 비슷한 답변을 내놨다.

다만 관객의 입장에서는 '검은 사제들'의 악령 퇴치와 달리 '검은 수녀들'에서 악령을 퇴치하기 위해 여성만이 가진 특별한(생명을 품는 숭고한) 신체를 이용하고 나아가 여성이 결국 악마 퇴치의 희생양으로 표현한 것에 대해 불편하다는 반응도 있다. 강렬한 이미지만큼 그 의미까지 관객에게 통하지 않은 점은 아쉬운 지점이다.

오컬트 장르는 닫혀 있는 장르지만 '검은 수녀들'은 무속신앙과 굿 타로 카드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을 결합해 새로움을 꾀했다. 그만큼 다양한 해석과 의견이 나올 수 있을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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