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했던 김연경 "잘한 게 없었는데"→피치 대폭발 '여제 짐 덜었다'... 흥국생명 선두 질주에 사령탑 "행복해" [인천 현장]

인천=안호근 기자 / 입력 : 2025.01.25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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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피치(왼쪽)가 25일 현대건설전 승리 후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김연경. /사진=안호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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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아닐리스 피치(왼쪽)가 25일 현대건설전에서 득점 후 김연경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KOVO 제공
3세트 15점, 블로킹 6개, 공격 성공률 72.73%.

공격 성공률은 압도적이었고 블로킹은 홀로 상대보다 3배나 더 잡아냈다. 외로웠던 여제 김연경(37) 봉쇄에만 열을 올리던 상대는 맥없이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아닐리스 피치(29·등록명 피치)는 25일 오후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수원 현대건설과 도드람 V-리그 2024~2025 여자부 홈경기에서 맹활약하며 팀의 셧아웃 승리(25-13, 25-21, 25-15)를 견인했다.

양 팀 최다 득점자는 김연경(16점)이었지만 특별할 것 없는 '김연경다운' 활약이었다. 그러나 피치는 기대를 크게 웃돌았다. 전설의 미들블로커 양효진(현대건설)이 블로킹도 없이 4득점에 그친 것과 대비를 이뤄 더 가치가 돋보였다.

피치는 올 시즌 22경기에서 84세트에 나서 228득점을 기록했다. 흥국생명의 듬직한 미들블로커지만 세트당 평균 득점은 2.71점으로 돋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은 세트당 평균 5점을 기록했고 공격 성공률도 압도적이었다. 점유율은 12.36%로 낮았지만 높은 성공률을 바탕으로 공격 효율도 63.64%로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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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치가 현대건설전 홈팬들의 환호 속에 경기장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KOVO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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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치(가운데)가 득점 후 정윤주와 함께 기뻐하고 있다. /사진=KOVO 제공
그 이상으로 빛난 건 철통같은 블로킹벽이었다. 현대건설은 이날 블로킹 2개에 그쳤는데 피치 홀로 6개의 공격을 걷어냈다.

경기 후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은 "서브, 블로킹, 수비가 다 잘됐고 특히 서브에서 잘 풀어나갔다"며 "호흡도 좋아졌고 세터가 경기를 잘 풀어줬다. 결과가 놀랍긴 하지만 좋은 결과 얻어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피치의 활약에 대해선 놀라울 게 없다는 반응이었다. 아본단자 감독은 "피치는 3,4번 정도 팡팡(경기 MVP)이 됐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오늘이 처음"이라며 "미들블로커가 잘하면 확실히 경기가 편해진다. 어디에 집중해야 하는지도 잘 알고 있고 주의 깊게 플레이를 한다. 다 잘 해준 것 같다"고 칭찬했다.

14연승 후 투트쿠가 이탈하며 3승 5패로 주춤했던 흥국생명이다. 김연경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며 공격 패턴이 단조로워졌다. 4라운드 들어 공격 성공률이 40% 이하로 떨어지며 지쳐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김연경은 "전반기 막판부터 좋지 못했다. 블로킹이나 리시브도 그렇고 딱히 잘한 게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경기력이 안 좋았다"면서도 "이후 얘기도 많이 했고 훈련도 꾸준하게 하면서 준비한 게 오늘 결과로 나온 것 같다. 그런 부분에서 긍정적이고 다음 경기에도 계속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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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치. /사진=KOVO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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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를 준비하는 피치. /사진=KOVO 제공
이어 피치의 맹활약으로 인해 부담을 덜게 된 게 아니냐는 질문에 김연경은 "상대가 분석할 때 피치에게 블로커 한 명을 두고 나에게 2명을 붙인다. 나와는 관계가 없다"며 "모든 팀이 대비하고 있다. 오히려 피치에게 좋은 일이다. 제가 (피치에게) 만들어주는 환경이다. 고마움을 받아야 한다"고 미소를 지었다. 옆에서 통역을 통해 이를 전해 들은 피치도 웃음을 박장대소했다.

김연경 특유의 유쾌한 화법이다. 그 뒤엔 따뜻한 한 마디도 따라붙었다. "물론 기회가 있어도 득점하는 게 쉬운 건 아니다. 그렇게 되면 사이드에서든 공격 옵션이 하나 더 생긴다"며 "블로킹도 최근 들어 너무 좋아졌다. 큰 장점이다. 미들인데도 많은 득점을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인 선수"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투트쿠 부상 이후 공격적인 부담이 커지진 않았을까. 피치는 "투트쿠의 부상 때문이라기보다는 항상 성장해야 한다는 부담은 있다"면서도 "많은 공을 때린다고 해서 심적으로 부담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연휴 첫날을 맞아 삼산체육관을 가득 메운 6050명의 팬들에게 기분 좋은 승리를 선물했다. 오는 30일 12연승을 달리고 있는 3위 대전 정관장을 만나지만 그 전까지 설 연휴의 맛을 느껴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피치는 "쉬는 날이 없고 훈련을 계속 해야 한다. 즐길 시간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이내 미소를 지으며 "그래도 선수들과 즐기면서 명절 분위기를 느껴볼 것 같다"며 취재진을 향해 "Happy new year(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신년 인사를 남기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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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치가 득점 후 주먹을 불끈쥐고 있다. /사진=KOVO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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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근 |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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