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최채흥이 지난 2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 출국하고 있다. |
LG 염경엽(57) 감독은 2025년 전반기를 위기로 보고 있다. 선발 투수의 한 축을 이루던 최원태(28)가 4년 최대 70억 원의 조건으로 삼성 라이온즈에 이적했고, 불펜에서는 유영찬(28)과 함덕주(30)가 부상으로 빠졌기 때문. 유영찬은 우측 팔꿈치 주두골 스트레스성 미세 골절, 함덕주는 왼쪽 팔꿈치 주두골 골절핀 제거 및 골극 제거 수술로 각각 3개월과 6개월 재활 소견을 받아 전반기에는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최채흥은 그들의 공백을 메울 대안 중 하나로 꼽혔다. 염경엽 감독은 이달 초 신년회에서 "올해 시작은 힘들 수 있지만, 승부처에서 돌아올 자원이 있다. 불펜이 지쳐갈 타이밍에 유영찬, 함덕주 등이 돌아온다는 건 다른 팀에 없는 이점"이라면서 "최채흥은 5선발 후보에 있지만 좌완 중간계투로도 생각하고 있다"고 짚었다.
동천초-포항중-대구 상원고-한양대를 졸업한 최채흥은 2018년 KBO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삼성에 입단해 지난달 LG로 팀을 옮겼다. 2018년부터 KBO 리그 6시즌 통산 117경기에 출장했고, 486⅓이닝 동안 27승 29패 5홀드 평균자책점 4.59를 기록했다.
LG로 오면서 체중을 5㎏ 감량한 모습으로 화제가 됐다. SNS 등지에서 먼저 누가 봐도 홀쭉해진 몸매에 턱선까지 보이는 근황 사진으로 눈길을 끌었다. 보상선수 지명 당시에는 LG 차명석 단장이 구단 유튜브를 통해 "최채흥이 5㎏ 감량하고 술도 끊었다고 한다. 그런 각오가 너무 좋았다"고 기대를 모았다. 신년회 당시에도 과거 삼성에서 함께했다가 이번에 LG에서 다시 팀원이 된 심창민 역시 "(최)채흥이는 3㎏ 빠졌다는데도 말라보인다"고 놀라워해 다시 주목받았다.
삼성 시절 최채흥.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
감량만 했는데도 기대를 받은 데는 이유가 있다. 한양대 시절 대학야구 넘버원 투수로 활약하던 그는 데뷔 2년 만에 1000이닝을 소화했고, 2020년에는 26경기 11승 6패 평균자책점 3.58, 146이닝 123탈삼진으로 커리어하이를 달성했다. 5년 전 기억이지만, LG 팬들에게 강렬할 수밖에 없던 것이 그해 9월 13일에는 9이닝 무사사구 10탈삼진으로 데뷔 첫 완봉승을 거두기도 했다.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돌아와 끊임없는 부진을 겪었음에도 잠실에서만큼은 통산 18경기 4승 5패 1홀드 평균자책점 3.62로 강한 면모를 유지했다. 이에 최채흥은 지난 신년회 인터뷰 당시 "잠실은 마운드도 그렇고 다른 구장보다 홈이 가까워 보이는 느낌이 있어 뭔가 편하긴 했다. 잠실 야구장이 많이 크다 보니 유리한 부분이 있다"고 답한 바 있다.
여기에 그동안 크게 관심 없던 직구 수직 무브먼트에도 관심을 기울이면서 변화가 예고됐다. 되살린 수직 무브먼트는 자연스레 떨어진 구속을 보완할 전망이다. 최채흥은 "수직 무브먼트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다니고 있는 개인 레슨장에서 손목 각도가 많이 떨어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LG 데이터 팀에도 같은 이야기를 했다. 구속이 떨어지더라도 수직 무브먼트가 괜찮으면 타자들이 어려워할 수 있기 때문에 구속 상승과 함께 그 부분에 많이 신경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에 가장 좋은 건 최채흥이 2020년의 기억을 되살려 5선발로 활약하는 것이다.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요니 치리노스-임찬규-손주영이 버티고 최채흥이 6월에 전역해 돌아올 이정용과 경쟁한다면 LG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다. 최채흥은 "불펜은 많이 해보지 않았으나, 크게 부담은 없다. (5선발이든 불펜이든) 시켜주시면 뭐든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다진 채 지난 23일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로 떠났다.
LG 최채흥이 지난 2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 출국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