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쇼헤이(오른쪽)와 전 통역 미즈하라 잇페이. /AFPBBNews=뉴스1 |
풀카운트, 닛칸스포츠 등 일본 매체는 26일(한국시간) "미국 검찰이 은행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미즈하라에 1659만 달러(약 238억 원)의 배상금과 4년 9개월의 금고형을 구형했다. 미즈하라가 제출한 서류에는 '연봉이 현저히 낮았다'고 적혀 있었는데 야구계 관계자들은 그 주장을 일축했다"고 전했다.
앞선 25일 미국 매체 디 애슬레틱은 미국 법무부로부터 입수한 미즈하라와 오타니의 계좌가 있는 은행의 직원 간 음성 녹음과 그 내용을 공개했다. 음성 녹음에 따르면 미즈하라는 신분을 확인하는 은행원에게 "내가 오타니 쇼헤이"라고 태연하게 소개했다. 뒤이어 은행원은 거액의 돈을 온라인 송금하는 이유를 물었고, 미즈하라는 "자동차 대출"이라고 답했다. 뒤이어 송금받는 사람과 관계에 대해서는 "내 친구다. 자주 만나는 사이"라고 밝혔다.
미국 연방 검찰에 따르면 미즈하라는 지난 2021년 9월부터 도박을 시작했다. 오타니의 계좌에 손을 댄 금액도 최초 보도는 450만 달러(약 64억 원)였으나, 검찰은 최소 1700만 달러(한화 약 244억 원) 이상을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이번에 공개된 음성 녹음은 미즈하라가 오타니를 철저하게 속이고 반복적으로 자신의 계좌에 돈을 옮긴 확실한 물증이 됐다. 검찰이 파악한 횟수만 해도 최소 24회였다.
오타니 쇼헤이(왼쪽)와 전 통역 미즈하라 잇페이. /AFPBBNews=뉴스1 |
계속해서 오타니를 기망하고 돈을 빼돌린 이유로 미즈하라는 자신이 어린 시절부터 도박 중독이었다는 주장을 펼쳐왔는데, 이번에는 '현저히' 낮은 임금을 이유로 들었다. 자신은 하루 24시간을 일하고 있었다는 이유도 함께였다.
하지만 공개된 연봉에 따르면 현저히 낮다고 볼 수 없는 액수였다. 미즈하라는 일본프로야구(NPB) 니혼햄 파이터스에서 일하던 인연으로 2018년부터 오타니의 전담 통역사를 맡았다. 2018년 LA 에인절스에서 연봉 8만 달러(약 1억 1000만 원)를 받았고 2022년에는 25만 달러(약 3억 6000만 원)까지 올랐다. 지난해 LA 다저스로 이적해서는 50만 달러(약 7억 2000만 원)까지 도달했다. 여기에 오타니는 절친한 친구에 대한 의리와 우정의 뜻으로 억대의 스포츠카 포르쉐를 선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을 전한 미국 야구 관련 유명 팟캐스트 '파울 테리토리'의 진행자 스콧 브라운은 "정말 부끄러운 행동"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브라운은 "그는 지난해 다저스에서 50만 달러를 받았다. 게다가 오타니는 거기에 인센티브에 포르쉐까지 선물을 줬다"고 말했다.
팟캐스트 패널이자 과거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활약했던 토드 프레이저는 "마음이 아프다. (오타니는) 믿을 수 있는 동반자라고 여겼지만, 더러운 짓을 했다. 용서받을 수 없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전 뉴욕 양키스 선수 에릭 크라츠 역시 "미즈하라가 저임금이라는 주장을 했다. 메이저리거의 생활 수준을 맞추려면 8만 달러는 힘든 게 사실"이라면서도 "내가 아는, 선수들과 친구처럼 지낸 통역사들은 모두 대접받았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오타니가 미즈하라에게 한 일과, 미즈하라가 자행한 행위를 보면 미즈하라의 말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2023년 9월 오타니가 치과 진료에 쓰라며 미즈하라에게 빌려준 수표 6만 달러(약 8600만 원)는 고스란히 개인 주머니에 들어갔다. 그러면서 치과 진료는 오타니 명의의 카드로 했다. 또한 오타니에게 빼돌린 돈으로 약 32만 5000달러(약 4억 7000만 원) 규모의 오타니 친필사인이 들어간 수집용 카드를 구입하기도 했다.
그렇게 오타니의 돈을 사적으로 물 쓰듯 하고 불법 도박으로 빚에 시달리면서 2024년 1월까지 1700만 달러 이상을 갈취했다. 이를 두고 프레이저는 "정말 미즈하라가 주장한 저임금은 말도 안 된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