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키 이치로가 22일(한국시간) 미국 시애틀 T-모바일 파크에서 명예의 전당 입성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시애틀 매리너스 공식 SNS |
일본 매체 스포츠 호치는 28일, 미국 MLB 네트워크를 인용해 "이치로가 명예의 전당 입회식에서 영어로 연설할 뜻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치로는 지난 22일 발표된 2025년 미국 야구 명예의 전당(National Baseball Hall of Fame) 헌액 투표 결과에서 총 394표 중 393표를 획득, 무려 99.7%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입성에 성공했다. 올해 후보자 28인 중 CC 사바시아(득표율 86.8%), 빌리 와그너(82.5%)와 함께 단 3명뿐인 입성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치로는 사바시아, 와그너와 함께 오는 7월 27일 명예의 전당이 위치한 미국 뉴욕주 쿠퍼스타운에서 헌액식을 가질 예정이다. 이에 MLB 네트워크가 "헌액 연설에서 영어를 조금이라도 쓸 생각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일본 출신 이치로는 20년이 넘는 미국 생활을 통해 상당한 영어 실력을 지니고 있지만, 인터뷰 같은 공적인 자리에서는 확실한 의견 전달을 위해 통역을 대동해 일본어로 말한다.
이에 이치로는 "영어로 말할 것이다"고 즉각 말했다. 그는 "사실 일본어도 이상하다. 모국어도 제대로 안되는데 영어로 할 건 아니다"며 "영어를 잘하고자 하는 마음은 있지만, 거기에 힘을 쏟진 않고 있다"고 했다. 이치로는 일본에서도 위트 있는 말을 하기로 알려진 인물이기에 위와 같은 말도 농담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스즈키 이치로. /AFPBBNews=뉴스1 |
이치로의 유머 감각은 최근에도 드러난다. 그는 단 한 표 차로 역대 2번째 만장일치 명예의 전당 입성이 무산됐다. 기분이 안 좋을 법도 하지만, 이치로는 "기자들로부터 많은 표를 받았고, 그에 감사한다. 하지만 한 명의 기자에게는 표를 받지 못했다. 그분을 우리 집에 초대하고 싶다. 함께 술을 마시면서 좋은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일본프로야구(NPB) 오릭스 블루웨이브 시절 무려 7년 연속 타격왕(1994~2000년)이라는 기록을 세운 그는 2001년 시애틀 매리너스에 입단하며 MLB에 진출했다. 메이저리그 데뷔 첫 해에는 타율(0.350)과 안타(242개), 도루(56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며 그 해 아메리칸리그 신인왕과 MVP를 동시에 거머쥐었다.
이치로는 데뷔 첫 해부터 특유의 타격 폼과 함께 정교한 타격 능력을 선보였다. 또 외야에서도 최정상급 수비 능력을 보여주며 단숨에 빅리그를 대표하는 외야수로 자리매김했다. 2004년에는 262안타로 1920년 조지 시슬러가 세웠던 단일 시즌 최다 안타 기록(257안타)을 경신했고, 2024년까지 깨지지 않고 있다.
메이저리그 공식 SNS 계정이 스즈키 이치로의 업적을 소개했다. /사진=메이저리그 공식 SNS |
비록 만장일치에는 실패했으나, 이치로는 하나의 기록을 세우게 됐다. 바로 동양인 최초 입성이었다. 앞서 또다른 일본인 선수였던 노모 히데오와 마쓰이 히데키가 도전했으나, 75% 미만의 득표율로 실패했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는 후보 자격을 얻지 못했고, 추신수(SSG 구단주 보좌역)가 내년 후보로 오를 가능성이 높다.
이치로는 결과 발표 직후 "2001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했을 때만 해도 내가 2025년 오늘 명예의 전당 입성 소감을 밝힐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감격의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 있을지도 몰랐기 때문에 일본인 최초 헌액은 매우 영광스럽다"고 밝혔다.
스즈키 이치로가 22일(한국시간) 미국 시애틀 T-모바일 파크에서 명예의 전당 입성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시애틀 매리너스 공식 SN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