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석. /사진=펜서콜라 블루와후스 공식 SNS 갈무리 |
고우석. /사진=마이너리그 공식 홈페이지 |
마이애미 구단은 28일(한국 시각)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스프링캠프 초청 선수(Non-Roster Invitees) 24인 명단을 발표했다. 그리고 마이애미 말린스 산하 더블A 구단인 펜서콜라 블루와후스 소속인 고우석이 이번 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고우석으로서는 매우 좋은 기회를 잡았다고 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 1군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는 가운데, 1군 코칭스태프가 직접 보는 앞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고우석은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마무리 투수다. LG와 다년 계약을 맺을 수도 있고,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어 국내에서 대박 계약을 터트릴 수도 있는 자원이다. 그랬던 그가 2023년 한국시리즈 우승 후 야구 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미국 무대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고우석에게 손을 내민 팀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2024시즌을 앞두고 샌디에이고는 고우석과 계약 기간 2+1년, 총액 450만 달러(한화 약 59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KBO리그에서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 입찰)을 거쳐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7번째 선수가 된 고우석이었다.
그러나 미국 무대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시범경기에서 고우석은 이렇다 할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다. 결국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개막 시리즈에 동행하긴 했지만, 끝내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렇게 더블A 무대에서 미국 커리어를 시작했다.
하지만 더블A도 쉽지 않았다. 고우석은 지난해 5월 마이애미 말린스로 트레이드되기 전까지 더블A 10경기에 구원 등판, 승리 없이 2패 1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4.38을 기록했다. 마이애미 말린스로 트레이드된 후 트리플A 무대로 승격하긴 했으나, 5월 말 갑작스럽게 DFA(지명 할당 처리)되는 아픔을 겪었다. DFA는 메이저리그에서 구단과 선수가 맺은 계약을 변경하거나 혹은 해지하기 위한 절차 중 하나다. DFA 처리가 되면서 고우석은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서 즉시 제외됐고, 동시에 자동으로 웨이버 공시가 됐다. 샌디에이고와 마이애미 구단 모두 고우석을 외면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고우석을 원하는 팀이 나타나지 않으면서 그는 마이애미 구단의 마이너리그 소속 선수로 남는 쪽을 선택했다. 고우석은 트리플A 무대에서 계속 뛰다가 7월 더블A로 향한 뒤 마이너리그 정규시즌 최종전과 함께 2024년 야구를 마쳤다.
고우석의 2024시즌 마이너리그 성적은 44경기에 등판해 4승 3패 4홀드 3세이브 평균자책점은 6.54. 총 52⅓이닝 동안 68피안타(8피홈런) 45실점(38자책) 3몸에 맞는 볼 22볼넷 52탈삼진 피안타율 0.306,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1.72의 성적을 거뒀다. 트리플A에서는 16경기에서 2승 무패 1홀드 평균자책점 4.29, 더블A에서는 28경기에서 2승 3패 3홀드 3세이브 평균자책점 8.04의 성적을 각각 남긴 고우석이었다.
마이애미는 미국 플로리다주 주피터에 위치한 로저딘 파크에서 스프링캠프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선수단 전체 소집일은 2월 18일이지만, 고우석은 투수조와 포수조 소집일인 13일에 팀에 합류해 컨디션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번 캠프에는 총 64명의 선수가 참가한다. 여기서 마이애미 구단이 26인의 개막 로스터를 추릴 것으로 보인다. 마이애미 소식을 다루는 피시 온 퍼스트는 "마이애미는 어떤 경우라도 고우석에게 225만 달러(약 32억원)의 연봉을 지불해야 한다. 그를 완전히 포기하기 전에 캠프에 초대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결정"이라고 전했다. 결국 구단이 고우석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일단 기회를 주면서 상태를 지켜보기 위해 캠프에 합류시킨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2025 마이매미 말린스 스프링캠프 초청 선수(Non-Roster Invitees) 24인 명단. /그래픽=마이애미 말린스 공식 SNS |
고우석. /사진=뉴시스 |
LG는 고우석이 없어도 뒷문이 불안하지 않다. 일단 지난해 마무리 전환 첫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활약을 펼친 유영찬이 건재하다. 2024시즌 유영찬은 62경기에 등판해 7승 5패 26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2.97을 마크했다. 총 63⅔이닝을 던지는 동안 61피안타(2피홈런) 30볼넷 77탈삼진 24실점(21자책) 6블론세이브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1.43, 피안타율 0.246의 세부 성적을 거뒀다. 마무리 투수로 활약한 첫 시즌이었지만, 세이브 부문 3위에 랭크되며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했다.
무엇보다 LG는 올 시즌을 앞두고 새 클로저를 영입하며 뒷문을 보강했다. 시즌을 마친 뒤 KIA 특급 불펜으로 활약했던 장현식과 계약 기간 4년, 총액 52억원(계약금 16억원, 연봉 36억원)에 FA 계약을 맺은 것이다. LG는 "장현식은 뛰어난 구위와 제구력이 검증된 중간 투수"라면서 "2024시즌을 통해 본인의 가치를 잘 보여줬다. 우리 구단의 불펜 투수진 운영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영입 배경을 설명했다. 사령탑인 염경엽 LG 감독도 "장현식을 2025년 클로저로 활용할 것"이라는 뜻을 일찌감치 밝혔다.
2024시즌 장현식은 75경기에 등판해 5승 4패 16홀드 평균자책점 3.94, 75⅓이닝 동안 75피안타 8피홈런 34볼넷 75탈삼진 41실점(33자책) 1 블론세이브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1.45, 피안타율 0.260의 성적을 냈다. 아울러 LG는 김강률과 심창민, 최채흥을 새롭게 영입했다. '베테랑' 김진성도 여전히 불펜의 핵으로 버티고 있다. 오는 6월 말에는 이정용이 전역할 예정이다. 팔꿈치 수술을 받은 함덕주도 후반기 복귀를 기다리고 있다. 여기에 백승현과 박명근, 정우영 등이 부활한다면 LG는 막강한 불펜을 갖출 전망이다. 고우석이 LG에 당장 복귀하지 않아도 큰 걱정이 없는 이유다.
LG 유영찬. /사진=김진경 대기자 |
LG 장현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