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왜' 中 커제 규정 위반했는데→한국기원 공식 사과 "韓中 신뢰 무너지지 않길 바란다"... 뿔난 중국은 2월 대회 불참 통보

김우종 기자 / 입력 : 2025.01.28 21:17
  • 글자크기조절
image
중국의 커제 9단. /사진=한국기원 제공
image
한국기원 전경. /사진=한국기원 제공
한국기원이 제29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에서 벌어진 사석(따낸 돌) 관리 규정 논란과 관련해 사과 입장문을 공식 발표했다.

한국기원은 28일 "세계적인 두 선수의 결승 대국에 대한 기대가 크셨을 팬 여러분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또 대회 명성에 누를 끼쳐 후원사 LG와 주최사 조선일보에도 대단히 죄송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한국기원은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결승에서 사석 관리 규정 위반으로 반칙패와 기권패로 우승자가 결정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면서 "LG배는 한국기원 주최 대회로, 한국 바둑 규정을 적용했다. 관련 규정은 2024년 11월 개정 시행됐으며, 사전에 모든 외국 단체에 공표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에 문제가 된 사석 관리 규정은 사석에 관한 양국의 상이한 계산 방법에서 비롯됐다. 사석이 계가에 영향을 끼치는 한국에서는 필요한 규정이지만, 사석을 계가에 적용하지 않는 중국에서는 생소한 규정일 것"이라면서 "또 규정이 개정된 지 3개월밖에 되지 않아 중국 선수들의 적응 기간이 부족했으리라 생각된다"고 전했다.

계속해서 "한국기원은 이번 일로 인해 한국과 중국이 그동안 쌓아온 신뢰가 무너지지 않길 바라며, 직면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조속히 원만하게 해결되길 바란다. 이와 관련해 중국과 긴밀한 대화를 통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기원은 "현재 세계대회는 국제적 규정이 별도로 정해져 있지 않아 주최 국가의 규정을 따르고 있다. 바둑의 세계화와 세계대회의 규정 정립을 위해 국제적으로 규정을 통합해야 하는 상황임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끝으로 한국기원은 "이른 시일 내에 중국기원, 일본기원 등과 충분한 논의를 통해 세계대회에 걸맞은 통합 규정을 제정하도록 하겠다. 다시 한번 바둑 팬 여러분들과 이번 일로 상처를 받은 모든 분께 사죄의 말씀을 전하며, 이번과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사과했다.

변상일(28) 9단은 지난 23일 서울 성동구의 한국기원 신관에서 열린 제29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결승 3번기(3전 2선승제) 최종 3국에서 커제(28·중국) 9단이 경기를 포기, 변상일 9단이 우승을 차지했다. 앞서 20일 결승 1국에서는 커제 9단이 승리했으나, 22일 결승 2국에서는 변상일 9단에 반칙승을 거뒀다. 그리고 23일 커제 9단이 판정에 불복하고 경기를 포기하면서 변상일 9단이 2승 1패로 우승에 성공했다.

image
중국의 커제 9단. /사진=한국기원 제공
image
중국의 커제 9단. /사진=한국기원 제공
이번 대회에서 결정적으로 승부에 작용한 건 사석 관리였다. 한국에서는 사석을 계가할(바둑을 마친 뒤 승자를 가리기 위해 흑집과 백집의 수를 계산하는 것) 때 사용하며, 대국 도중에도 형세 판단에 사석 수를 확인해 활용한다. 반면 중국은 반상의 살아있는 돌만으로 계가하기에 사석은 큰 의미가 없다. 이에 중국 기사들은 사석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아무 곳에 두는 경우가 많다.

이번 결승 3국에서도 커제 9단은 세 차례 돌을 따낸 뒤 사석을 사석 보관함에 두지 않은 채 바깥에 놓았다. 앞서 2국에서도 사석 관리 규정 위반으로 반칙패를 당했던 커제 9단이 또 대회 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심판은 커제 9단에게 경고를 준 뒤 벌점 2집을 부여했다. 이에 커제는 크게 흥분하며 불복한 뒤 대국을 포기했다. 결국 대회는 변상일 9단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변상일 9단은 시상식 참석 후 "승부가 찜찜하게 끝나서 마음이 불편하고, 커제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된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대회 결과로 뿔이 난 중국에서는 계속해서 논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후속 여파도 커지고 있다. 한국기원은 내달 6일 열릴 예정이었던 제1회 쏘팔코사놀 세계최고기사결정전이 중국의 불참 통보로 연기됐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대회에는 한국에서는 4명, 중국 3명, 일본과 대만에서 각 1명이 참가할 예정이었다. 커제 9단은 자국 선발전에서 탈락했으나, 주최 측의 와일드카드로 초청됐다. 또 투샤오위 8단과 쉬자양 9단도 대회에 올 예정이었다. 한국은 지난해 12월 선발전에서 신진서 9단과 신민준 9단, 강동윤 9단, 박정환 9단이 뽑힌 상황이었다. 그러나 중국 측이 일방적으로 불참을 통보하면서 정상 개최가 불가능해졌다. 일단 한국기원은 내달 3일 긴급 운영위원회를 개최한 뒤 이번 사태 수습에 관해 논의할 계획이다.

image
변상일(왼쪽) 9단과 커제 9단. /사진=한국기원 제공
image
중국의 커제 9단. /사진=한국기원 제공
기자 프로필
김우종 | woodybell@mtstarnews.com

안녕하세요. 스타뉴스 김우종 기자입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