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제 '눈물 펑펑' 억울함 호소→중국은 韓대회 불참 통보... '사석 논란 후폭풍' 한국기원 결국 공식사과

이원희 기자 / 입력 : 2025.01.29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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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권패 이후 라이브방송을 통해 눈물을 흘렸던 중국 커제. /사진=시나스포츠 캡처
제29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에서 벌어진 사석(따낸 돌) 관리 규정 논란 후폭풍이 거세다. 중국 커제(28) 9단은 눈물을 펑펑 흘리며 억울한 마음을 호소했다. 중국바둑협회도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결국 한국기원은 사과 입장문을 공식 발표했다.

한국기원은 28일 "세계적인 두 선수의 결승 대국에 대한 기대가 크셨을 팬 여러분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또 대회 명성에 누를 끼쳐 후원사 LG와 주최사 조선일보에도 대단히 죄송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기원은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결승에서 사석 관리 규정 위반으로 반칙패와 기권패로 우승자가 결정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면서 "LG배는 한국기원 주최 대회로, 한국 바둑 규정을 적용했다. 관련 규정은 2024년 11월 개정 시행됐으며, 사전에 모든 외국 단체에 공표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기원은 "이번에 문제가 된 사석 관리 규정은 사석에 관한 양국의 상이한 계산 방법에서 비롯됐다. 사석이 계가에 영향을 끼치는 한국에서는 필요한 규정이지만, 사석을 계가에 적용하지 않는 중국에서는 생소한 규정일 것"이라면서 "또 규정이 개정된 지 3개월밖에 되지 않아 중국 선수들의 적응 기간이 부족했으리라 생각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기원은 이번 일로 인해 한국과 중국이 그동안 쌓아온 신뢰가 무너지지 않길 바라며, 직면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조속히 원만하게 해결되길 바란다. 이와 관련해 중국과 긴밀한 대화를 통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계속해서 한국기원은 "현재 세계대회는 국제적 규정이 별도로 정해져 있지 않아 주최 국가의 규정을 따르고 있다. 바둑의 세계화와 세계대회의 규정 정립을 위해 국제적으로 규정을 통합해야 하는 상황임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끝으로 "이른 시일 내에 중국기원, 일본기원 등과 충분한 논의를 통해 세계대회에 걸맞은 통합 규정을 제정하도록 하겠다. 다시 한 번 바둑 팬 여러분들과 이번 일로 상처를 받은 모든 분께 사죄의 말씀을 전하며, 이번과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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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국에 집중하는 커제(왼쪽). /사진=한국기원 제공
지난 23일에 끝난 제29회 LG배 대회. 먼저 결승에서 1승을 따낸 유리했던 커제가 '사석 관리' 규정 위반으로 2차전 반칙패, 3차전에서 기권패를 당했다. 결국 우승은 변상일(28) 9단이 차지했다. 하지만 중국은 크게 반발했다. 중국바둑협회는 곧바로 커제의 패배에 대해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성명서를 냈다. 중국 팬들도 SNS 등을 통해 "커제가 진정한 우승자"라며 인정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중국은 한국 대회 불참을 선언했다. 한국기원은 내달 6일 열릴 예정이었던 제1회 쏘팔코사놀 세계최고기사결정전이 중국의 불참 통보로 연기됐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대회에는 한국에서는 4명, 중국 3명, 일본과 대만에서 각 1명이 참가할 예정이었다. 커제 9단은 자국 선발전에서 탈락했으나, 주최 측의 와일드카드로 초청됐다. 또 투샤오위 8단과 쉬자양 9단도 대회에 올 예정이었다. 한국은 지난해 12월 선발전에서 신진서 9단과 신민준 9단, 강동윤 9단, 박정환 9단이 뽑힌 상황이었다. 그러나 중국 측이 일방적으로 불참을 통보하면서 정상 개최가 불가능해졌다. 일단 한국기원은 내달 3일 긴급 운영위원회를 개최한 뒤 이번 사태 수습에 관해 논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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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칠게 항의하는 커제(빨간색 원). /사진=중계화면 캡처
한편 커제도 LG배 기왕전 결승 기권패에 대해 참담한 심정을 전하기도 했다. 눈물까지 흘렸다. 앞서 중국 시나스포츠는 지난 27일 "커제가 라이브 방송을 통해 눈물을 흘리며 '저를 응원해준 모든 이에게 감사하다'고 인사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커제는 라이브 방송에서 "심판이 사석을 사석통에 넣어야 한다고만 했을 뿐, 언제 사석통에 넣어야 하는지에 대해선 얘기하지 않았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지난 23일 대회 결승 3번기 최종 3국에서 커제는 155수에서 사석을 바둑통 뚜껑에 넣지 않았다. 이후 몇 수를 둔 커제는 자신의 실수를 알아채고 재빨리 돌을 주워 사석 통에 넣었다. 하지만 영상을 통해 이 상황을 파악한 심판이 커제에게 경고와 벌점 2집을 선언했다. 이에 커제는 삿대질에 고성까지 지르며 강하게 항의했다. 한국기원은 커제에게 벌점 2집을 받은 채로 대국을 이어갈 것인지, 아니면 기권패를 당할 것인지 선택하게 했다. 커제의 선택은 기권패였다. 커제는 외투를 입고 짐을 챙겨 제 발로 대국 현장을 떠났다. 커제는 다음 날 열린 시상식에도 불참했다.

한국과 중국의 사석 관리에 차이가 있다. 한국에선 사석 관리를 통해 상대 돌 수를 확인하며 형세 판단을 하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중국은 사석을 어디에 두느냐를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시나스포츠는 "한국이 바꾼 규칙에 중국 선수들은 아직 적응하지 못한 모습"이라면서 "이번 패배로 많은 중국 팬들이 커제에 대해 안타까운 반응을 보였다"고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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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 mellorbiscan@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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