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 천재가...' 김가영 '6연속 우승+상금 5.8억 돌파'... "만족할 수준 아냐, 지금처럼 발전할 것" [LPBA]

안호근 기자 / 입력 : 2025.01.30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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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영이 29일 '웰컴저축은행 PBA-LPBA 챔피언십' 여자부 우승을 차지한 뒤 한복을 차려입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PB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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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영이 챔피언샷을 성공시킨 뒤 큐를 들어올리며 기뻐하고 있다. /사진=PBA 제공
"결국 운이 좋았어요."

36연승과 함께 6연속 우승을 달성한 '여제' 김가영(42·하나카드 하나페이)의 말이다. 누가 이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까. 실수가 나와도,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이젠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경지에 올라서 버린 김가영이다.


김가영은 29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서 열린 '웰컴저축은행 PBA-LPBA 챔피언십' LPBA 결승전서 김민아(NH농협카드)를 세트스코어 4-2(6-11, 11-9, 11-8, 8-11, 11-7, 11-7)로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12월 시즌 7차 투어(하이원리조트 챔피언십)에서 통산 12번째 우승을 달성한 지 52일(1개월 21일) 만에 우승 트로피를 또 다시 들어올렸다. 지난해 8월 3차 투어(에스와이 바자르 하노이 오픈)부터 6연속 우승을 이어갔다. 프로당구 남녀 통합 최초의 쾌거이자 통산 우승 횟수도 13회로 압도적 1위를 달렸다.

김가영은 또 이번 우승으로 36연승 고지에 올랐고, 우승상금 4000만원을 더해 시즌 상금 2억 4090만원을 기록했다. 2위 김세연(5375만원)과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남자부를 합쳐도 다비드 마르티네스(3억 2600만원), 강동궁(2억 7650만원)에 이어 전체 3위다.


통산 누적 상금은 5억 8180만원을 기록하며 남자부인 PBA까지 합쳐도 랭킹 5위로 올라서는 기염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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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로크를 준비하는 김가영. /사진=PB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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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세리머니를 펼치는 김가영. /사진=PBA 제공
결승 초반 4세트까지 두 선수는 치열하게 맞붙었다. 김민아가 먼저 한 세트를 선취했고 김가영이 두 세트로 앞서가자 다시 김민아가 경기를 원점으로 되돌리는 흐름이었다.

세트스코어 1-1로 맞선 3세트 김민아가 하이런 7점으로 분위기를 잡았으나 김가영이 4이닝만에 1-1-5-4 연속 득점으로 11점을 채워 승리했는데 4세트 김민아도 밀리지 않고 3이닝째 하이런 6점을 앞세워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그러나 뒷심에서 여제의 압도적인 힘이 빛났다. 이후 김가영은 5세트서 분위기를 가져온 뒤 줄곧 김민아에 리드를 빼앗기지 않고 우승까지 내달렸다. 5세트 4,5이닝에 터진 장타 두 방(4,5득점)으로 10이닝만에 11-7로 가져온 김가영은 6세트 3이닝까지 6-7로 뒤지다 이후 공타에 그친 김민아의 실수를 틈타 2-1-2득점을 차례로 올리며 11-7(6이닝) 경기를 마무리했다.

프로당구 출범과 함께 3쿠션 무대에 전격적으로 뛰어든 '포켓볼 여제' 김가영이 3쿠션까지 정복할 것이라고는 쉽게 예상하지 못했다. 포켓볼 미국여자프로(WPBA) 랭킹 1위를 수차례 기록했던 김가영은 PBA 투어 출범 초기부터 꾸준한 성적을 냈는데 지독한 훈련을 통해 지속적으로 성장세를 나타냈고 올 시즌 적수가 없을 만큼 압도적 기량을 뽐내며 전성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PBA에 따르면 김가영은 소감을 묻자 "좋다.(웃음) 정말 좋아서 꿈인지 생시인지 믿기지 않을 정도"라면서도 "하지만 점점 어깨가 무겁다. 부담감은 늘 있다. 그만큼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많은 관심을 받는 만큼 부담은 늘어간다. 트로피 무게만큼 점점 무겁다(웃음)"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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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영이 우승자 시상식에서 한복을 차려입고 관중들에게 큰절을 올리고 있다. /사진=PB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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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영이 우승 트로피를 들고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PBA 제공
꾸준한 발전을 노래했던 김가영은 첫 시즌 애버리지는 0.8에서 올 시즌 1.22까지 올라서는 놀라운 기량 향상을 보이고 있다. 그는 "처음에는 애버리지가 더 빨리 오를 줄 알았다. 건방진 생각이었다. 주변에서도 애버리지 0.1 올리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애버리지 1을 넘겼을 때는 더 어려울 거라고 하셨다"며 "한편으로는 쉽게 생각해서 겁먹지 않고 들이댔기 때문에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주위 사람들 말이 다 맞지만 나는 목표를 높게 잡고 지금처럼 발전해 나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올 시즌 왜 유독 더 압도적 면모를 보일 수 있는 것일까. 김가영은 "복합적이다. 먼저 실력이 성장했다. 애버리지, 기술, 경험치, 심리적인 부분 등 모든 게 조금씩 성장했다"면서도 "하지만 예전보다 성장했다는 거지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한 시즌에 6번 우승할만한 실력은 아니다. 실력에 비해서 결과가 더 좋다. 결국 운이 좋았다"고 겸손을 나타냈다.

김민아와는 지난 시즌 2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패했던 전적이 있었다. 그럼에도 "2024~2025시즌 미디어데이부터 김민아 선수와 한지은 선수를 높이 평가한다고 이야기했다. 평소 두 선수 실력이 좋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가능성도 엿봤다. 나보다 뛰어난 부분도 굉장히 많은 선수들"이라며 "당연히 상대하는 게 부담스럽다. 팀리그에서 만날 때도 잘 치는 선수들이라는 것을 느낀다. 상대 전적 열세는 걱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승에서 격돌한 김민아의 생각은 완전히 달랐다. "내가 (김)가영 언니를 멈추게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김민아는 "(이전과는) 크게 달랐다. 2023~2024시즌에는 2번 이겼다. 그때는 김가영 선수가 한 세트에 실수를 3번 정도 했다. 이제는 한 세트에 실수를 1번 할까 말까 한다. 나는 매 세트 실수 한두 개는 범하는데 김가영 선수는 그러지 않았다. 그래서 찾아오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팽팽한 경기를 치렀지만, 나보다 조금 더 단단했던 김가영 선수가 승리했다"고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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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자 김가영과 김민아가 나란히 서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상진 PBA 부총재, 김민아, 김가영, 윤현식 웰컴저축은행 본부장. /사진=PBA 제공
이를 전해들은 김가영은 "이번 투어 내내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결승전서도 운이 좋았다. 패배한 세트에서는 내가 김민아 선수보다 훨씬 못 쳤다. 이긴 세트나 한 큐에 치고 나갈 때 인상이 강해서 김민아 선수가 실력이 상승했다고 언급한 것 같다. 냉정하게 돌아보면 내 경기력에도 빈틈이 없지는 않았다"며 "물론 김민아 선수가 좋은 평가를 해준 것은 고맙다. 항상 경기 초반에 내 뜻대로 경기를 끌고 나가지 못하는 점은 불만스럽다. '1'이라는 애버리지가 내 기준에서는 만족스럽지 않다. 더 높은 수치를 기록해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가했다.

정규시즌에선 뒤따를 자가 없었다. 이젠 왕중왕전 성격의 월드챔피언십이 기다리고 있다. 김가영은 "부담 대신 자신감을 느끼도록 노력해야 한다. 부담을 느끼지 않으려고 해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 내게 가장 큰 숙제는 트로피의 무게에 깔리지 않는 것"이라며 "어떻게 하면 더 홀가분하게 월드 챔피언십을 준비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겠다. 그래야만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 트로피의 무게에 짓눌린다면 자멸할 수도 있다. 그래서 내게 가장 큰 숙제는 부담감을 떨쳐내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김민아는 올 시즌 부진을 털어내고 시즌 첫 결승전에 진출, 통산 4번째 우승에 도전했으나 김가영을 넘지 못하고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한 경기 최고 애버리지를 기록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웰컴톱랭킹'(상금 200만원)은 64강에서 윤영미를 상대로 애버리지 2.083을 기록한 이우경이 수상했다.

설날 연휴 마지막날인 30일에는 남자부 PBA 4강 및 결승전으로 대회 막을 내린다. 오전 11시 30분 강동궁과 조건휘(이상 SK렌터카)의 4강 제 1경기에 이어 오후 2시 30분 조재호(NH농협카드)와 다비드 사파타(스페인·우리금융캐피탈)의 제2경기가 이어진다. 4강전 승자는 오후 9시 우승상금 1억원을 두고 7전4선승제로 결승전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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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확정 후 기뻐하는 김가영. /사진=PB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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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영이 우승 후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PB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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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근 |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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