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철 KT 감독(왼쪽)과 황재균. /사진=김진경 대기자 |
올겨울 10년간 KT 내야를 책임지던 유격수 심우준(30·한화 이글스)과 박경수(41)가 각각 FA 이적과 은퇴로 떠나면서 내야진 개편이 불가피해졌다. 대신 FA가 된 허경민(35)을 4년 총액 40억 원에 영입하며 중심은 잡았다.
나머지 포지션은 기본적인 골자만 잡아두고 무한 경쟁 체제에 들어갔다. 가장 관심을 끈 건 올 시즌 후 FA 자격을 갖추는 '천재 타자' 강백호(26)의 포지션이다. 강백호는 데뷔 8년 만에 처음으로 포수로 분류돼 스프링캠프 명단에 포함됐다. 백업 포수와 지명타자를 오고 갈 것이 유력하고, 그것이 KT로서는 베스트 시나리오다.
KT를 고민하게 하는 건 강백호 말고 한 명 또 있다. 강백호와 마찬가지로 시즌 후 FA가 되는 베테랑 내야수 황재균(38)이다. 황재균이 2021시즌 종료 후 KT와 맺은 4년 총액 60억 원(계약금 25억 원, 연봉 29억 원, 옵션 6억 원)의 계약은 2025시즌으로 마무리된다.
4번째 FA를 앞두고 황재균에게는 많은 변화가 기다리고 있다. 가장 큰 변화가 포지션이다. 그동안 수년간 지켜왔던 3루를 이적생 허경민에게 내주게 됐다. 해를 거듭할수록 수비 범위와 송구 능력에서 아쉬움이 더해졌고 지난해 3루수 실책 2위(14개)로 명분도 충분했다.
가장 유력한 건 많은 움직임이 필요치 않은 1루지만, 이곳도 만만치 않다. 늦은 나이에 기량을 만개한 문상철(34)이 가장 먼저 기회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문상철은 데뷔 11년 만인 지난해 125경기 타율 0.256(347타수 89안타) 17홈런 58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86을 마크했다. 그 뒤는 오재일(39)이 받친다. 지난해 삼성 라이온즈에서 트레이드로 온 오재일은 준수한 1루 수비와 함께 105경기 타율 0.243(296타수 72안타) 11홈런 45타점 OPS 0.743의 성적으로 백업 자리를 꿰찼다. 우타자인 황재균에 비해 좌타자로서 플래툰으로 쓸 만하다는 이점도 있다.
황재균(왼쪽에서 4번째)과 기뻐하는 KT 선수들. /사진=김진경 대기자 |
그 탓에 황재균은 2루, 유격수, 외야수까지 준비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본인도 이미 각오는 돼 있다. 지난해 12월 이대호의 유튜브에서 절친 류현진(38·한화)에 따르면 황재균은 체중을 10㎏ 감량해 어느 포지션이든 뛸 수 있게 만반의 준비를 했다.
황재균은 지난해 리얼 글러브 3루수 부문 수상 후에도 "더 좋은 3루수인 허경민이 (KT에) 왔다. 이미 글러브도 여러 개 준비했다"며 "할 수 있는 모든 부분을 준비할 생각이다. 연습도 많이 하고 있다. 여러 가지 (포지션을) 생각하려고 한다. 캠프에 가서 코치진,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눠보겠다. 3루에서 많은 경기를 뛰었지만, 1루수, 2루수, 유격수 등 경험이 두루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황재균은 프로 15시즌 통산 3루수로 1860경기, 유격수로 198경기, 1루수로 26경기를 나선 경험이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다른 선수의 경기 후반 백업용이었을 뿐, 3루수가 아닌 곳에서 풀 시즌은 2008년 히어로즈 당시 유격수로 117경기 뛴 것이 마지막이다.
타격적인 면에서도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 지난해 황재균은 137경기 타율 0.260(493타수 128안타) 13홈런 58타점, OPS 0.692로 커리어로우를 기록했다. OPS가 0.7을 밑돈 건 2012년 롯데 자이언츠 시절 이후 12년 만이었다.
저조한 타격은 어느 포지션이든 그가 백업의 백업으로 여겨지는 이유가 됐다. 세월이 야속하지만, 반대로 타격만 살아나면 어느 자리든 백업 이상의 위상을 회복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된다.
현재 KT 내야는 3루수 허경민 외에 어디 하나 확실하다 싶은 주전 선수가 없다. 1루수는 문상철, 오재일, 2루수는 오윤석(33)과 장준원(30), 유격수는 김상수(35)와 천성호(28) 등이 경쟁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동기부여 최고조인 황재균이 최종적으로 어느 포지션에 자리 잡을지 팬들의 관심이 쏠린다.
KT 위즈 내야수 황재균이 지난해 11월 참석한 유소년 야구캠프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