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서현. /사진=김진경 대기자 |
평균 시속 150㎞, 트랙맨 기준 최고 160.7㎞에 달하는 빠른 구속과 그에 동반된 묵직한 구위는 타자가 스트라이크존 한복판에 공이 들어와도 좀처럼 정타를 못 치게 한다. 빠른 공에 타이밍을 못 맞춰 빗맞은 타구를 생산하거나 크게 헛스윙할 뿐이다. 그 매력은 메이저리그가 웬만큼 제구되는 투수보다 빠른 공과 구위를 지닌 유망주를 먼저 스카우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서울고 시절부터 김서현은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수 있는 유망주로 꼽혔다. KBO 리그에 와서도 왜 그런 말을 들었는지 구위로 입증하고 있다. 실제로 김서현은 2023년 1군 데뷔 후 홈런을 맞은 적이 한 번뿐이다. 2023년 4월 28일 대전 NC 다이노스전에서 오영수에게 맞은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이후로는 55이닝 연속 0피홈런이다.
해당 기간 김서현이 최고의 기량을 보인 건 아니었다. 오히려 1군과 2군을 오고 가며 투구폼을 바꾸는 등 시행착오의 시간이었다. 제구를 잡는다는 목적 하나로 투구폼에 여러 변화를 줬다. 그러나 오히려 직구 구속이 떨어지는 등 본인의 장점을 갉아먹는 최악의 결과가 나왔다. 그렇게 데뷔 시즌을 20경기 22⅓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7.25로 마쳤다.
2년 차인 지난해는 발전이 있었다. 시즌 도중 부임한 김경문 감독과 양상문 투수코치의 믿음 아래,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은 것이 컸다. 본인이 가장 편한 투구폼으로 돌아오면서 구속이 회복됐고, 압도적인 구위를 선보이며 37경기 1승 2패 10홀드, 38⅓이닝 43탈삼진으로 2024년을 마무리했다.
한화 김서현.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
자신의 공에 믿음이 생긴 만큼 김서현은 이번 오프 시즌도 투구폼에는 크게 손대지 않고 밸런스를 잡는 데 최대한 초점을 맞췄다. 변화를 준 부분이 있다면 구종 추가다. 특히 지난해 첫 태극마크를 달았던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회에서 최일언 당시 국가대표팀 투수 코치가 가르쳐준 체인지업 장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1월 호주 스프링캠프 출국 전 김서현은 "떨어지는 구종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최일언 코치님이 체인지업을 잘 쓸 수 있는 법을 알려주셔서 비시즌 동안 많이 연습했다. 스프링캠프에서 연습하다 보면 밸런스가 지난해보다 일정해지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김서현은 서울고 시절부터 변화구 습득이 빨라 다양한 공을 던지는 걸로 유명한 투수였다. 프로에서는 직구, 슬라이더 투 피치 투수로 활약했는데, 그중 슬라이더는 한때 스카우트들이 스플리터로 착각할 만큼 독특한 궤적으로 차별점을 지니고 있다.
여기에 직구와 비슷한 궤적으로 떨어지는 체인지업이 더해진다면 강속구는 더욱 힘을 얻게 된다. 또한 지난해 피안타율 0.159, OPS(출루율+장타율) 0.496으로 우타자에 강했던 것과 달리 피안타율 0.267, OPS 0.802로 약했던 좌타자를 극복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
김서현은 "나는 구속에 연연하고 싶지 않다. 구속이 빠른 투수가 변화구를 못 던지는 것도 아니다. 나는 솔직히 변화구를 많이 쓰면서 많은 재미를 봤다. 이번 시즌에는 직구만 빠른 투수가 아니라 변화구도 제구되는 투수로 기억에 남았으면 한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