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 이탈, 너무나 고통스럽다" 쿨한 이별 힘든 SD, '4371억 절친'도 한숨... '그럴거면 진작 붙잡지'

안호근 기자 / 입력 : 2025.02.04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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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이고 시절 김하성. /AFPBBNews=뉴스1
"김하성은 수비의 마법사였고 믿을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인 선수였다."

그렇기에 더 뼈아픈 이별이다. 김하성(30·탬파베이 레이스)을 떠나보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샌디에이고는 4일(한국시간) 구단 공식 사회적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샌디에이고에서 서울까지, 추억을 만들어줘서 고맙다, 김하성!(From San Diego to Seoul, thank you for the memories, Ha-Seong Kim!)"이라는 메시지로 김하성과 작별 인사를 건넸다.

한글로 "감사합니다 김하성"이라는 문구가 적힌 이미지도 함께 첨부하며 아쉬움이 묻어나오는 마지막을 장식했다.

김하성 또한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화답했다. 그는 "안녕하세요 김하성입니다. 샌디에이고에서의 4년이란 시간은 제 야구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순간들이었습니다. 처음 메이저리그에 도전 했던 날부터, 매 경기 샌디에이고 팬 여러분의 뜨거운 응원 속에서 뛸 수 있었던 것은 제게 큰 영광이었습니다"라며 "저와 함께 했던 모든 동료 선수들, 코칭 스태프, 프런트 직원, 그리고 파드레스 팬들은 저에게 가족이나 다름 없었습니다. 샌디에이고에서 함께했던 시간과 추억을 가슴에 새기겠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라는 글과 함께 샌디에이고에서 추억이 담긴 사진들을 업로드했다.


샌디에이고는 김하성과 아름다운 4년을 보냈다. 2021시즌을 앞두고 김하성과 4+1년 3500만 달러(510억원) 계약을 맺으며 낯선 동양인 내야수를 영입했는데 어느덧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선수가 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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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이고가 4일 김하성과 작별 인사를 건네며 한글로 '감사합니다, 김하성'이라고 적힌 사진을 업로드했다. /사진=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공식 SNS 갈무리
KBO리그에서 경쟁자를 찾지 못할 정도로 압도적인 유격수였지만 빅리그 첫 시즌엔 적응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2할대 초반 타율에도 내야 모든 곳을 커버할 수 있는 능력은 눈길을 끌었고 이듬해 더 많은 기회를 얻게 된다.

2022년 무려 150경기에 출전했고 팀의 주전 유격수로 활약하며 내셔널리그(NL) 유격수 골드글러브 최종 3인에도 이름을 올렸다. 타격에서도 진일보하며 타율 0.251 11홈런 12도루 등으로 가능성을 확인시켜줬다.

2023년엔 2루수로 자리를 옮기고도 아시아 내야수 최초로 골드글러브(유틸리티 부문)의 주인공이 됐고 타격에선 타율 0.260 17홈런 60타점 84득점 38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749로 몸값을 수직상승시켰다.

첫 4년을 마치면 1년 옵션을 활용해 팀에 남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든 김하성의 결정에 달려 있었다. 시장에선 김하성이 FA로 나올 경우 1억 달러(1458억원) 규모 이상의 게약이 충분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지난해 8월 어깨 부상 이후 수술대에 오르며 계획이 틀어졌지만 김하성은 121경기에서 타율 0.233 11홈런 22도루, OPS 0.700으로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세부 수치를 들여다보면 빼어난 컨택트 능력과 선구안 등은 수치 이상의 평가를 받을 만했다.

시즌 종료 전부터 '슈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와 손을 잡은 김하성은 예상대로 FA를 선언했다. 이때 샌디에이고로선 김하성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퀄리파잉오퍼(QO)를 제시하는 것이었다. QO는 그해 빅리그 상위 125인의 평균 연봉 수준으로 책정되는데 올 시즌엔 2105만 달러(306억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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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성이 4일(한국시간) 탬파베이 레이스 입단 기념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줌 인터뷰 갈무리
구단에서 선수를 붙잡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이다. 김하성 또한 수술 후유증 염려가 있었기에 샌디에이고가 QO를 제시했더라면 거절하기 힘든 매력적인 조건이었을 것이다. 탬파베이는 이날 김하성의 영입을 공식 발표하며 2년 최대 3100만 달러(451억원) 계약 조건을 알렸는데 연간 수입을 따져봤을 때 QO 금액은 이보다 더 크다.

그러나 누구보다 김하성의 가치를 잘 알고 있는 샌디에이고는 침묵했다. 납득되는 행동이다. 김하성을 1년 붙잡는 것은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김하성의 가치를 떨어뜨린 것도 샌디에이고였다. 김하성의 부상과 수술 과정 등에 대해 잘 알고 있는 A.J. 프렐러 샌디에이고 단장은 지난해 10월 김하성의 복귀 시기에 대해 "5월, 6월, 혹은 7월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생각보다 어깨 상태가 좋지 않다는 걸 예감할 수 있는 행동이었고 샌디에이고가 QO 제안을 하지 않은 것도 모자라 FA 시장에서도 김하성에게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자 예상 몸값은 수직하락하기 시작했다.

결국 김하성과 보라스는 무리하게 장기계약을 추진하긴 힘들다는 판단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도 원하는 수준의 계약 조건을 끌어내지 못한 선수들의 경우 옵트아웃이 포함된 계약을 통해 FA 재수를 노렸고 김하성도 그 방법을 택했다.

김하성은 샌디에이고 팬들이 누구보다 사랑한 선수였다. 저스트베이스볼은 4일 오프시즌 최악의 순간에 대한 순위를 매기며 7번째로 김하성의 이탈을 꼽았다. 매체는 "지난 3시즌 동안 팀에서 가장 인기 있는 선수(매니 마차도에게 물어봐라)로 꼽히는 김하성은 수비 마법사였고 전반적으로 볼 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인 선수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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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호하는 샌디에이고 팬들. /AFPBBNews=뉴스1
내야 전 포지션에서 MLB 최고 수준의 수비를 펼칠 수 있고 빠른 발로 상대 수비를 뒤흔들었다. 더불어 헬멧이 벗겨질 정도로 전력질주를 하며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를 펼쳤다. 팬들의 김하성 사랑에 대해선 현지에서도 끊임없이 언급됐다. 김하성이 펫코파크의 타석에 들어설땐 언제나 '하성킴'이 울려퍼졌다.

샌디에이고 담당 기자 A.J.캐서벨 또한 김하성의 이적 소식이 전해진 뒤 "그만큼 팬들에게 사랑받은 샌디에이고 선수를 본 적이 없다. 매 순간 전력을 다하는 김하성의 플레이 스타일은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렇기에 김하성의 이탈은 더 뼈아플 수밖에 없다. 동료들도 김하성을 기쁜 마음으로 떠나보내지 못했다. 2019시즌을 앞두고 10년 3억 달러(4371억원)에 계약을 한 샌디에이고 간판스타이자 김하성의 절친으로 잘 알려진 마차도는 지난 2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팬 페스트 행사에서 실망감을 나타냈다. 블리처리포트는 "마차도는 팀이 이번 오프시즌 김하성, 태너 스콧과 같은 선수들을 FA로 잃은 뒤 실망했다"고 전했다. 마차도는 "우리가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아서 실망스럽냐고? 그렇다"며 "팀으로서 위를 바라보면 핵심 그룹이었던 몇몇 선수들을 다른 곳으로 보낸 것에 약간은 실망스럽다"고 솔직한 심정을 나타냈다.

저스트베이스볼은 "어깨 부상으로 인해 시장에서 큰 타격을 입었지만 팀이 그를 시장에서 잃은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며 "하지만 특히 로스터 구성이 이 손실을 너무나 고통스럽게 만든다"고 전했다.

이어 "김하성을 잃은 건 파드리스가 이미 김하성, 원래 내야수였을 때의 유망주 잭슨 메릴, 현재 최고의 유망주이자 유격수인 레오달리스 드 브리스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1년 계약(2억 8000만 달러)으로 데려온 잰더 보가츠를 영입한 것을 상기시켜준다"며 "다시 한 번 상기시키자면 이 계약은 끔찍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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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차도(왼쪽)와 하아파이브를 하는 김하성.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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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성(오른쪽)에게 어깨 동무를 하는 마차도.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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