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출 아픔이 독기 되길" 키움의 이색 전력보강, 꼴찌 탈출? '방출생 4총사'에 물어봐

안호근 기자 / 입력 : 2025.02.05 06:41
  • 글자크기조절
image
2025시즌을 앞두고 키움이 영입한 방출생 4인. 왼쪽부터 장필준, 강진성, 김동엽, 오선진.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2년 연속 최하위. FA(프리에이전트) 보강도 없었다. 키움 히어로즈는 3연속 최하위를 피할 수 있을까. 이를 위해 필요한 전제가 있다.

외국인 타자 듀오의 활약, 잠재력이 풍부한 신예들의 급성장, 그리고 또 하나. 방출의 아픔을 겪은 뒤 키움의 선택을 받은 선수들의 반전 활약이다.


키움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방출생들에게 관심을 보였다. 통산 92홈런의 우타 거포 김동엽(35), 풀타임 3할을 경험한 타자 강진성(32), 내야 전포지션이 가능한 다재다능한 유틸리티 플레이어 오선진(36), 통산 42세이브 47홀드의 경험 많은 베테랑 불펜 투수 장필준(37)이 그들이다.

가장 먼저 강진성에게 손을 내밀었다. 2012년 NC 다이노스에서 4라운드로 프로 생활을 시작한 강진성은 2020년까지 특별한 인상을 주는 선수가 아니었으나 그해 주전으로 도약하며 타율 0.309(395타수 122안타) 12홈런 70타점 53득점, 출루율 0.351, 장타율 0.463, OPS(출루율+장타율) 0.814로 맹활약하며 확실한 고점을 찍어본 타자다.

이후 부상 등 여파 속에 꾸준한 기량을 보이지 못했고 박건우(NC)의 보상선수로 두산 베어스, 트레이드로 SSG 랜더스로 이적해서도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고 지난 시즌 종료 후 방출됐다.


image
삼성 시절 홈런을 날리는 김동엽.
키움은 지난해 10월 11일 강진성 영입 소식을 알렸다. 5일 SSG에서 방출된 뒤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키움은 "중장거리형 우타자에 내외야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강진성이 내년 시즌 공수에서 다양한 역할을 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영입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11월 4일 김동엽까지 데려왔다. 김동엽은 2016년 2차 9라운드에서 SK 와이번스(SSG 전신)의 지명을 받고 이듬해 22홈런, 2018년 27홈런을 기록했다. 2019년 트레이드로 삼성으로 이적한 그는 2020년에도 20홈런을 기록했으나 이후 컨택트 약점이 두드러지며 내리막길을 걸었고 결국 2024시즌 후 방출됐다.

고형욱 단장은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예전부터 관심이 있었다. 삼성에 가서도 원했지만 지난해까진 트레이드 불가 자원이었다"며 장타력도 장타력이지만 김동엽의 성격이 우리 팀과 정말 잘 맞을 것 같았다. 차분하고 내성적인 부분도 있지만, 묵묵하게 열심히 하는 선수다. 우리 팀은 기회를 줄 때 확실히 주고 더그아웃 분위기가 밝다 보니 김동엽 선수도 잘 맞을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루 뒤 장필준 영입도 알렸다. 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친 뒤 2008년 메이저리그 LA 에인절스와 계약한 장필준은 이후 미국 독립 리그와 호주리그에서 뛰다가 201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 전체 9순위로 삼성 라이온즈의 지명을 받아 뒤늦은 KBO리그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2017년 21세이브, 2018년 2019년 연달아 두 자릿수 홀드를 기록하며 핵심 불펜 역할을 소화했으나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image
삼성 시절 장필준.
지난해 1군에서 단 1경기 출전에 그친 장필준은 시즌 뒤 방출됐다. 그의 반등 가능성을 높이산 키움은 영입을 발표하며 "배테랑 장필준의 영입으로 불펜진 뎁스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팀 내 젊은 투수들을 잘 이끌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마지막은 12월 17일 팀에 합류한 오선진이었다. 2008년 신인 2차 드래프트에서 4라운드로 한화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그는 2020시즌까지 한화에서 뛰다가 이듬해 6월 트레이드로 삼성을 향했다. 2022시즌을 마친 뒤 FA로 다시 한화로 복귀했으나 2024시즌을 앞두고 2차 드래프트로 다시 롯데로 향했으나 방출 후 키움의 부름을 받았다.

통산 타율은 0.241에 2017년(타율 0.310)을 제외하면 2할 후반대 타율을 기록한 적도 없었지만 김혜성이 빠져나간 키움 내야에 안정감을 심어줄 수 있는 자원이다. 키움은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안정적인 수비력과 준수한 작전 수행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영입 이유를 전했다.

키움 관계자는 "방출이라는 아픔이 선수들에겐 독기를 품고 더 열심히 하게 되는 하나의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그 부분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설명했다.

image
강진성. /사진=안호근 기자
단순히 요행을 바라는 것만도 아니다. 키움은 선수층이 두껍지 않은 만큼 어느 팀보다도 능력에 따라 기회를 부여하는 팀이다. 신인이든 노장이든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려 있는 팀이라고 볼 수 있는 환경이다.

강진성은 앞서 스타뉴스와 만나 "이전부터 키움은 선수들을 두루두루 활용하며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팀이라는 생각을 했다. NC에서 함께 뛰던 김준완 코치님이 여기에 계셨을 때 '형 키움은 어때요'라고 묻기도 했다"며 "코치님은 '선수라면 한 번은 여기 와서 한번 해봐야 돼'라고 말해주셔서 한 번은 뛰어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오게 됐다"고 전하기도 했다.

다른 선수들에게도 마찬가지다. 확실히 존재감을 어필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마음 한 켠에 기회가 부족했다는 생각도 품고 있는 게 방출생들의 공통점이다.

이미 방출생 성공사례가 있다. 국가대표로서 맹활약했던 리그 대표 교타자 이용규(40)다. 2020시즌 후 한화에서 방출된 그에게 손을 내밀었고 2021년 타율 0.296으로 활약했고 두 시즌 부진에 빠졌지만 지난해 다시 타율 0.306을 기록하며 반등했다.

또 다른 방출생 기적을 꿈꾼다. 자신만 잘하면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동기부여가 스프링캠프에서 더욱 구슬땀을 흘리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image
오선진이 키움 합류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기자 프로필
안호근 | oranc317@mtstarnews.com

스포츠의 감동을 전하겠습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