탬파베이가 4일 김하성 영입 소식을 공식 발표하며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입은 사진을 업로드했다. /사진=탬파베이 레이스 공식 SNS 갈무리 |
탬파베이 타임스의 탬파베이 전문 기자 마크 톱킨은 4일(한국시간) 자신의 X(구 트위터) 계정을 통해 김하성의 인센티브의 세부 사항을 공개했다.
지난달 30일 각종 현지 매체는 김하성의 탬파베이 소식을 전하며 계약 규모로 2년 2900만 달러(약 421억원)라고 공개했다. 그러나 4일 입단 기자회견을 앞두고 탬파베이가 공개한 계약 조건은 200만 달러(약 29억원)가 늘어난 3100만 달러였다.
지난해 8월 부상 이전까지 1억 달러(약 1453억원)의 몸값이 예상됐지만 수술대에 오르며 가치가 폭락하기 시작했다. 대규모 장기 계약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지던 상황이기에 스몰마켓인 탬파베이와가 김하성에게 팀 최고 연봉을 약속한 건 파격적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심지어 1년 후 다시 시장에 나올 수 있는 옵트아웃 조항이 포함됐다. 탬파베이로선 수술 후 재활로 시즌 개막부터 함께 하지 못하는 선수에게 연봉 1300만 달러(약 189억원)를 지급하고 타 팀으로 이적하는 걸 지켜봐야 할 수도 있기에 더욱 놀라운 계약 조건이다.
클러치포인트가 지난달 30일 김하성(가운데)의 탬파베이 합류 소식을 전하며 새 유니폼을 입은 합성 사진을 업로드했다. /사진=클러치포인트 갈무리 |
그런데 이날 탬파베이가 발표한 내용엔 200만 달러가 더 추가돼 있었다. 세부 내용은 톱킨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톱킨은 "김하성은 2025년 탬파베이에서 1300만 달러의 연봉 외에도 각 타석수에 따라 인센티브를 받는다"고 전했다.
김하성의 옵션 첫 번째 기본 조건은 325타석이다. 이 경우 20만 달러(약 2억 9000만원)를 받게 되고 이후 425타석까진 20타석이 늘어날 때마다 20만 달러씩이 더 누적된다. 이후엔 25타석이 늘어날 때마다 20만 달러가 추가된다. 최종적으로 525타석을 채우면 인센티브 200만 달러를 모두 확보하는 것이다. 525타석을 다 채울 경우를 기준으로 한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3809달러, 한화로 약 550만원을 받는 셈이다.
성적이 아닌 타석수로 인센티브 기준을 책정했다는 건 탬파베이에서도 가장 중요한 걸 김하성의 몸 상태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건강하기만 하다면 김하성이 자신들이 기대하는 역할을 충분히 해줄 수 있다는 확고한 믿음이 담겨 있는 조항이라고도 풀이할 수 있다.
김하성에 대한 기대와 믿음이 얼마나 큰지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취재진과 화상 인터뷰에 김하성과 함께 참여한 에릭 니엔더 탬파베이 사장은 "우리는 김하성에게 처음부터 관심이 있었다. 몇 달에 걸친 재활 과정에서 확신을 얻었고 이보다 기쁠 순 없다"며 "지난 몇 년간 샌디에이고에서 뛰는 김하성을 본 사람이라면 그가 우리가 좋아하는 다양한 방식으로 팀 승리에 기여했다는 걸 알 것"이라고 말했다. 재활 이후 활약에 대해서도 꾸준한 관심을 통해 확신을 얻게 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8월 19일 콜로라도 로키스전 도중 어깨 부상을 당하고 교체아웃되고 있는 김하성(가운데). /AFPBBNews=뉴스1 |
팀 최고 연봉을 쥐어준 만큼 구단의 기대치는 하늘을 찌른다. 니엔더 사장은 "김하성 영입을 지원해준 스튜 스턴버그 구단주에게 감사 인사를 드린다. 우리 구단에서 스턴버그보다 김하성 영입에 흥분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라며 김하성을 향한 구단주의 특별한 애정도 소개했다.
결국 복귀 시점이 가장 중요한 변수다. 김하성을 통해 직접적인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그는 "수술이 정말 잘 됐다고 들었다. 재활도 순조롭다. 지금은 공도 던지고 타격도 시작했다"며 "최대한 빨리 복귀하려고 열심히 하고 있다. 4월말이나 5월초에 복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했다.
탬파베이는 3월 29일 콜로라도 로키스와 개막시리즈를 시작으로 3월에 3경기, 4월에 26경기를 치른다. 김하성의 말대로라면 초반 30경기 가량을 뛸 수 없는 것이다.
메이저리그(MLB)는 규정타석을 162경기에 3.1을 곱해서 계산한다. 규정 타석은 502타석이다. 김하성은 교체 출전이 잦았던 2021년엔 298타석에 그쳤으나 부상 없이 주전으로 활약했던 2022년과 2023년엔 각각 582타석, 626타석에 나섰다. 지난 시즌엔 부상으로 121경기에만 출전해 470타석에 들어섰다.
김하성이 4일(한국시간) 탬파베이 레이스 입단 기념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줌 인터뷰 갈무리 |
현지에서 김하성의 몸값이 하락했던 이유는 건강 때문이었다. 누구도 실력에 대해선 의구심을 나타내지 않았다. 김하성이 많은 팀들의 영입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던 이유이기도 하다.
김하성이 자신한대로 4월말 혹은 5월초에 복귀할 수만 있다면 인센티브는 물론이고 시즌 종료 후 FA 재선언까지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수술 후에도 건재하다는 걸 보여주면 그때는 부상 이전의 평가처럼 1억 달러 이상의 '잭팟'을 충분히 터뜨릴 수도 있을 전망이다.
이제 계약도 마친 상황이기에 눈앞의 과제는 성공적인 재활이다. 2년차 연봉이 더 크기에 무리해서 복귀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점도 김하성에겐 이점이다. 야구 선수로서 민감한 어깨 수술이었기에 복귀를 서두르는 것은 자칫 독이 될 수도 있다. 다만 최대한 이른 시점에 건강하게 복귀할 수 있다면 이는 김하성의 시즌 종료 후 행보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8일 김하성이 자신의 SNS에 타격 훈련을 시작 소식을 전했다. /사진=김하성 SNS 갈무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