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세 투수 마인드 보소' KS 선발도 나갔는데, "팀 위해 뭐든 못하겠나" 전격 불펜행→감독도 "힘 보태줘야" 기대

황동재.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지난해 삼성 라이온즈의 로테이션에 합류하며 꿈에 그리던 한국시리즈 선발 경험까지 쌓았던 황동재(24). 삼성의 '허리'를 맡게 될 올해 사령탑의 기대를 받고 있다.

박진만(49) 삼성 감독은 4일 미국 괌에서 치른 삼성의 2025시즌 1차 스프링캠프 종료 후 구단을 통해 "올해 불펜에서 힘을 보태야 할 김무신(김윤수), 황동재 등 젊은 투수들이 지난해 좋은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오키나와 캠프에서 조금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구 출신으로 대구에서 초등학교(율하초)부터 고등학교(경북고)까지 나온 '로컬보이' 황동재는 2020년 삼성에 1차 지명으로 입단했다. 계약금 2억 3000만 원을 받을 정도로 많은 기대를 받았지만, 첫해 1군 1경기 등판 후 토미 존 수술(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고 다음 시즌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이후 황동재는 2022년 복귀했지만 2시즌 동안 1군 23경기에서 1승 8패에 그쳤다. 지난해에도 6월 말에야 1군 무대에 올라왔지만, 이후 꾸준한 모습을 보여줬다. 첫 등판이었던 6월 30일 수원 KT전 더블헤더 2차전에서 5이닝 3피안타 4탈삼진 1실점 호투를 펼쳤고, 8월 중순부터 선발진에 들어와 4경기 연속 5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이런 활약 속에 황동재는 KIA 타이거즈와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전격 선발투수로 예고됐다. '대투수' 양현종과 맞대결로도 관심을 모았지만, 황동재는 ⅔이닝 5피안타 1볼넷 5실점의 성적을 거둔 채 역대 3번째 한국시리즈 1회 강판이라는 아쉬운 결과를 받고 말았다.


아직 선발투수로 꾸준히 이닝 소화를 할 체력은 갖추지 못했다. 황동재는 지난 1월 스타뉴스에 "갈수록 힘이 떨어지는 걸 느꼈다. 올 시즌(2024년) 뭔가 제대로 선발 준비도 못했고, 퓨처스에서도 100구까지 던져본 적이 없어서 준비가 안 됐던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삼성 황동재. /사진=김진경 대기자

그래도 아쉬움을 딛고 황동재는 새 시즌 준비에 나섰다. 그는 지난해 12월 미국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에 있는 야구 전문 프로그램 시설인 CSP(Cressey Sports Performance)에 내야수 이재현과 함께 참가해 3주간 훈련을 마친 뒤 같은 달 23일 귀국했다. 황동재는 "미국에서 배웠던 것들을 접목하면서 공도 던지고, 웨이트 트레이닝도 하려 한다"고 밝혔다.

2025시즌 황동재에게는 변화가 생겼다. 바로 구원진에 합류한 것이다. 삼성은 올 시즌을 앞두고 아리엘 후라도(29)와 최원태(28)를 영입하면서 기존의 원태인(25), 데니 레예스(29)와 함께 탄탄한 선발진을 구축했다. 자리를 차지하기 쉽지 않지만, 황동재가 불펜으로 가는 건 이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황동재는 비시즌 미국을 찾아온 이종열 삼성 단장에게 "선발이든 불펜이든 팀에 보탬이 된다면 어디든 상관없다"고 어필했다. 이 단장은 "현 마운드 상황을 고려할 때 불펜에는 좋은 자원이고 훌륭한 판단이라고 생각했다"며 황동재의 선택을 반겼다.

황동재는 "불펜으로 나서는 게 어색하진 않다. 팀에 도움이 된다면 무엇이든 못하겠나"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선발에 대한) 욕심은 있다"고 말하며 미련도 남겼지만, 황동재는 '팀 퍼스트'를 위해 헌신을 약속한 것이다.

다행히 삼성에는 오승환(43)이나 송은범(41), 임창민(40), 김재윤(35) 등 베테랑 선수들이 많아서 황동재에게는 도움이 될 전망이다. 그는 "불펜 대기할 때도 누구 하나 꼽을 거 없이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신다"며 "사소한 것부터 많이 배웠다"고 했다.

삼성 황동재. /사진=양정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