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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손해보험 비예나(왼쪽에서 2번째)가 5일 현대캐피탈전에서 레오의 블로킹을 피해 강스파이크를 날리고 있다. /사진=KOVO 제공 |
16연승을 달렸고 그 중심엔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즈(35·천안 현대캐피탈)가 있었다. 레오가 올 시즌 최고의 외국인 선수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그러나 안드레스 비예나(32·의정부 KB손해보험)는 실력으로서 당당히 반기를 들었다.
비예나는 5일 의정부시 경민대학교에서 열린 현대캐피탈과 도드람 2024~2025 V-리그 5라운드 홈경기에서 양 팀 최다인 26득점, 공격 성공률 70.59%로 맹활약하며 셧아웃 승리(25-18, 25-20, 25-21)를 이끌었다.
4연승을 달리며 승점 44를 기록, 2위 인천 대한항공(승점 49)와 격차를 좁혔고 지긋지긋했던 현대캐피탈전 10연패를 끊어냈다.
비예나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는 경기였다. 올 시즌에도 4연패로 현대캐피탈만 만나면 작아졌던 KB손해보험이었다. 비예나 역시 26점을 올렸던 1라운드 대결을 제외하면 다소 실망스러웠다. 특히 4라운드에선 4세트 동안 20점을 올렸는데 공격 성공률이 44.44%에 그쳐 아쉬움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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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예나(오른쪽)가 득점 후 황택의와 포옹을 하며 기뻐하고 있다. /사진=KOVO 제공 |
높은 타점의 공격과 서브에이스 2개를 곁들여 1세트부터 현대캐피탈을 괴롭힌 비예나는 2세트와 3세트에도 8점씩을 보태며 팀 승리를 견인했다. 홀로 팀 공격의 44.74%를 책임지면서도 공격 효율도 64.71%에 달했다. 상대 에이스 레오가 10득점, 공격 성공률 37.5%에 그친 것과 대비됐다.
경기 후 레오나르도 아폰소 KB손해보험 감독은 "비예나가 굉장히 좋은 활약을 펼쳤다. 경기 리포트를 보진 못했지만 평소보다 훨씬 월등한 수치가 나올 것 같다"며 "1세트 때 2번째 서브가 잘 들어가는 걸 보고 몸이 좋다는 걸 느꼈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비예나는 "컨디션이 좋았다. 지난 한 달, 지난주까지만 해도 종아리에 통증이 있었지만 지금은 전체적으로 컨디션이 올라오고 있다"며 "(세터) 황택의와 계속 얘기를 하면서 가장 최선의 공격을 할 수 있게 이야기하고 있고 아직까지 더 많은 부분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로 인해 상대에 혼란을 줄 수 있는 플레이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 시즌에만 4전 전패를 당했던 강팀이기에 더욱 특별히 준비했다. 비예나는 "오늘 경기에서 공격 참여도가 굉장히 중요했는데 현대캐피탈은 블로킹을 많이 함으로써 유리한 운영을 하는 팀인데 최대한 집중한 건 상대 미들블로커 위에서, 강하게 때리려고 신경을 썼다. 사이드 아웃 상황에서도 침착히 처리하려고 했고 반격 때는 자신감을 갖고 하려고 했다"고 경기를 복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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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를 준비하는 비예나. /사진=KOVO 제공 |
그러나 비예나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서로 다른 선수라고 생각한다. 레오도 굉장히 좋은 선수이고 강하게 때리는 선수"라며 "나는 파워는 조금 떨어질 수 있으나 레오에게 없는 다른 부분에서 강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높이, 점프에 있어서 비교를 하긴 어렵지만 레오가 강점이 큰 선수라면 나는 팀 참여도나 협동심 등 부족한 걸 커버하기 위해 더 노력하는 스타일이다. 매 경기를 승리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할 것이고 서로 다른 스타일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이들의 의견을 존중하지만 나만의 플레이와 스타일에 대해 자신감과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그 말 그대로다. 어찌보면 취향 차이라고 말할 정도로 성향이 다르다. 공격력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비예나는 올 시즌 638득점으로 레오(509점)과 큰 차이로 1위에 올라 있다. 세트당 득점으로 따져도 6.25점으로 레오(5.47점)에 앞서 있다. 공격 성공률에서도 우리카드 알리(57%), 레오(55.84%)에 이어 54.79%로 3위, 오픈 공격 성공률에선 43.92%로 레오(48.87%) 바로 뒤를 쫓고 있다. 퀵오픈(65.04%)은 전체 1위, 후위 공격(55.35%) 4위, 서브 6위(세트당 0.275개)다.
더 놀라운 건 시간차(75%)와 블로킹(세트당 0.539개), 디그(세트당 1.696개)에서도 모두 7위로 다재다능함을 뽐내고 있다는 점이다. 크게 두드러지지 않을 수 있지만 팀에서 얼마나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놀라운 상승세에 힘입어 그동안 당하기만 했던 현대캐피탈을 상대로 압승을 거뒀다. 비예나도 벌써 봄 배구를 꿈꾼다. 그는 "우리도 강팀이다. 챔프전에 올라가면 어떤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며 "팀으로서 사이드아웃, 블로킹, 수비 모두 열심히 훈련을 하고 있고 신인으로만 이뤄진 팀이 아닌 경험 있는 베테랑들도 많다. 현대캐피탈이 강팀이라는 건 다 아는 사실이지만 결승에선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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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점 후 세리머니를 펼치는 비예나. /사진=KOVO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