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강민구. /사진=강민구 선수 본인 제공 |
연세대 강민구. /사진=강민구 선수 본인 제공 |
강민구는 지난 5일 서울특별시 강남구 도곡동에 위치한 양재 브라이드벨리에서 열린 '2024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시상식'에서 대학 부문 우수 투수상을 수상했다. 강민구는 현재 일본 가고시마에서 열리고 있는 연세대 동계 훈련에 참가 중이어서 아버지 강영록 씨가 대리 수상했다.
군산남중-군산상업고를 졸업한 강민구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프로 지명이 예상되던 투수였다. 키 180㎝ 몸무게 70㎏ 중반의 왜소한 체격이 아쉽긴 했으나, 꾸준한 성장세가 돋보였다. 까다로운 디셉션과 최고 시속 140㎞ 초반대 직구와 각이 큰 슬라이더를 주무기로 고3 시절에는 18경기 3승 1패, 49⅓이닝 22볼넷 57탈삼진으로 괜찮은 성적을 냈다. 고교 통산 성적은 38경기 7승 3패 평균자책점 2.55, 106⅓이닝 123탈삼진,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1.16.
고3시절인 2022년 9월 열린 2023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강민구는 프로 지명을 받지 못했는데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시상식 전 스타뉴스와 연락이 닿은 한 KBO 스카우트 A는 "강민구는 군산상고 시절에도 지명권이었다. 당시 하위 라운드에서 고려하던 팀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 당시 선수와 선수 부모님이 꾸준히 대학에 진학하겠다는 이야기를 해서 다들 지명을 고려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고 3년 전을 떠올렸다.
이 부분에 대한 답을 3년 만에 확실히 얻을 수 있었다. 시상식에서 만난 강민구의 아버지 강영록 씨는 "아이의 먼 미래까지 생각했다. 고3때 (강)민구 성적이 꽤 괜찮았다. 드래프트 무렵에 원하는 대학교 1차 합격권이었고 그때 프로 지명보단 대학 진학에 조금 더 무게를 뒀다"고 뒷이야기를 밝혔다.
군산상고 시절 강민구. /사진=강민구 선수 본인 제공 |
그렇다면 왜 연세대였을까. 강민구는 복수의 대학에 원서를 넣었고 모두 합격했으나, 최종적으로 연대를 선택했다. 이유가 재미있었다. 강영록 씨는 "(강)민구가 초등학교 때부터 연대를 가고 싶어 했다. 어릴 때부터 그렇게 멋있다고 하더라. 초등학교 때부터 아이와 진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고1때 연대 진학을 확실히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교가 워낙 자유로운 분위기라 만족하는 것 같다. 운동 시간 때문에 공부할 시간이 부족하다고는 하는데 먹는 것도 잘 먹다 보니 체중도 10㎏가 늘었다"고 미소 지었다.
지난해 대학교 2학년이었던 강민구는 얼리드래프트 대상자였으나, 이번에는 아예 드래프트를 신청하지 않았다. 연세대 졸업장과 함께 교원 자격증을 목표로 하고 있어서다. 강영록 씨는 "(강)민구가 체육교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래서 얼리드래프트도 신청하지 않고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 내가 알기로는 학점이 3.6 좀 넘었던 것 같다. 앞으로도 학점을 더 관리해서 교원 자격증 따는걸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본인의 뜻과 다르게 강민구는 KBO 스카우트들의 레이더에도 잡히고 있다. 신체적으로 성장하면서 기량도 늘어나는, KBO 스카우트들이 대학에 진학하는 고교 선수들에게 바라는 이상적인 과정을 그대로 밟고 있다. 대학교 2학년인 지난해, 14경기 7승 1패 평균자책점 2.07, 74이닝 48볼넷 105탈삼진, WHIP 1.15를 기록하며 연세대의 U-리그 준우승, 대통령기 준우승, 전국체육대회 우승을 이끌었다.
KBO 스카우트 A는 "강민구는 연대 에이스다. 고등학교 때 본인이 목표한대로 정말 잘 성장하고 있다. 고3 때는 너무 마르고 힘이 없었어서 대학 진학이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지금은 근력이 붙어 최고 구속이 시속 146~7㎞까지 나온다. 상위 지명 가능성은 최고 시속 150km을 넘겨야 유리하겠지만, 지금 기량으로도 프로 지명은 충분하다"고 호평했다.
어느덧 아들이 2027 KBO 신인드래프트 대학 최대어로 급부상했지만, 아버지는 3년 전 그때처럼 여전히 아들의 생각을 존중할 생각이다. 강영록 씨는 "다음 드래프트도 경험 삼아 넣어 보긴 할 텐데 잘하는 선수가 워낙 많다고 들었다. 그때 아들이 만약 프로에 가지 않는다 해도 부모로서 존중할 생각이다. 워낙 철두철미하게 계획을 세워놓는 아들이기에 뭘 해도 잘할 것"이라고 힘을 실어줬다.
연세대 강민구. /사진=강민구 선수 본인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