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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쿠팡플레이 '뉴토피아' |
'뉴토피아'가 K-좀비물의 새로운 이상향을 제시했다.
박정민, 블랙핑크 지수 주연의 쿠팡플레이 시리즈 '뉴토피아'가 드디어 지난 7일 첫 공개됐다. 첫날 1, 2화가 공개된 '뉴토피아'는 매주 금요일 저녁 8시 1화씩 공개, 8부작으로 완성된다.
'뉴토피아'는 일단 '연기파' 박정민과 '비 연기파' 지수의 조합부터 큰 호기심을 자극한다. 박정민은 '파수꾼'부터 '동주', '그것만이 내 세상', '사바하', '시동',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지옥', '밀수', '전, 란', '하얼빈' 등 화려한 필모그래피와 믿고 보는 연기력으로 손꼽히는 배우고, 지수는 '프로듀사', '아스달 연대기' 특별출연과 '설강화'로 아직 여물지 않은 경력에 연기 혹평을 받았던 배우로 둘의 커플 밸런스가 잘 맞을지부터 의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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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쿠팡플레이 '뉴토피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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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쿠팡플레이 '뉴토피아' |
일단 1, 2화까지 박정민과 지수는 각각 군인 남자친구 재윤과 '곰신' 여자친구 영주의 현실 커플 모습을 보여준다. 재윤은 늦깎이 군인으로 입대해 제대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사회생활을 시작한 신입사원 영주는 꿋꿋이 재윤을 만나기만을 기다리는 순애보를 그리지만 군인과의 연애를 만류하는 주변 반응에 결국 이별을 택한다. 두 배우는 물리적으로 떨어진 공간에서 교차 편집으로 겨우 통화하는 식의 호흡을 맞추기 때문에 둘의 케미스트리가 얼마나 어우러지는지는 후반에 더 확실히 알 수 있겠다. 아직은 교차편집으로 그려지는 이들의 모습에 무리는 없다.
각각의 연기는 어떨까. 박정민은 '짜증 연기'의 대가답게 군인 신분에 좀비 출몰이란 최악의 사태에 짜증 지대로 발산하는 연기가 물이 오를 대로 올랐다. 박정민이 난처한 상황을 직면할 때마다 뱉는 쫀득한 욕설과 안면 일그러짐 연기가 친숙함과 리얼함을 고스란히 전한다.
그렇다면 대중의 가장 큰 관심사였던 지수의 이번 연기는? 지수는 여전히 타고난 탁한 발성이 대중에게 이질적으로 들리긴 하나, 표정 쓰임, 액션과 리액션이 '설강화' 때보다는 훨씬 많이 자연스럽게 발전한 모습이다. 더러 뚝딱거리는 느낌의 모습도 있긴 하나, '뉴토피아' 전체적인 흐름을 방해하는 정도까진 아니다. 지수의 절치부심이 느껴지긴 한다.
'뉴토피아'의 흥행을 좌지우지 하는 것은 의외로 연출의 몫이 또 커 보인다. 1화는 재윤과 영주의 '곰신 커플' 위기 상황이 생각보다 많은 비중으로 한 회를 꽉 채워 다이내믹함과 빠른 전개를 기대한 이들에겐 실망감을 줄 수 있다. 그러나 2화부터 좀비가 출몰하는 상황이 본격적으로 벌어지자 연출의 속도도, 이 작품만의 개그감도 살아나기 시작한다. 생각보다 '뉴토피아' 속 좀비의 리얼함과 상황의 리얼함이 시청자의 구미를 당기는 주요한 요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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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쿠팡플레이 '뉴토피아' |
영주가 처음 마주한 좀비의 튀어나온 눈을 봉투에 곱게 싸서 근처에 놓아주는 모습이 어처구니 없으면서 귀엽게 다가오고, 좀비의 창자가 튀어나와 스스로 엎어져 전진하는데 거슬려하는 상황이 웃음을 유발한다. 또 알렉스(이학주 분)는 차에 부딪힌 좀비에 심폐소생술을 하다가 가슴뼈를 짓눌러 좀비를 죽인 자로 오해를 받는데, 좀비의 몰골이 하찮게 뭉그러진 모습으로도 피식 웃음이 나오게 한다. 영주는 평소 멋있게 봤던 선배 진욱(강영석 분)이 좀비를 보고 놀라 차 안에서 오줌을 지린 것을 보고 질색하기도 하는데 이 모습도 실제 '좀비 사태'라면 충분히 벌어질 법한 풍경이어서 실소를 유발한다.
재윤과 눈치 없는 후임 라인호(임성재 분) 이병의 골 때리는 티키타카는 가장 큰 웃음 포인트가 된다. 재윤은 처음 마주친 좀비가 일반인인 줄 알고 인호의 빅 펀치에 "민간인을 때린다"라며 놀라지만 '민간인'인 줄 알았던 그것이 생각 이상의 위험한 존재임을 인지하곤 찰나에 진열장에 잔뜩 나열된 위스키 중 제일 독한 술을 골라 투척, 인호와 환상의 '화형 플레이'로 좀비를 퇴치한다. 이때 좀비가 불에 타 새까맣게 그을린 엉성한 자태는 뜻밖에 또 하찮고 웃긴 비주얼로 폭소를 자아낸다. 재윤 일당은 좀비의 뇌를 시원하게 갈라버리기도 하는 등 할리우드 슬래셔 무비식의 통쾌한 감성을 K-스타일로 잘 전한다.
'뉴토피아'는 이제 6주 동안 6화 공개를 남겨두고 있다. B급 코미디 애청자라면 한국에 도입된 이 장르가 반가울 것이다. 다만 중간 중간 구태의연하고 뻔한 장면들이 있어 취향대로 스킵하며 볼 수도 있겠다. '뉴토피아'가 앞으로 어떤 신박한 그림으로 시청자를 끌어당길 수 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