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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잠실구장에서 야구를 관전하는 여성 팬들. /사진=김진경 대기자 |
2030 여성들은 대한민국 사회의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프로야구도 마찬가지. 이들은 지난해 KBO리그 1000만 관중 달성의 핵심 세대다.
프로야구가 2030 여성들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2010년 무렵이었다. 이들의 높은 구매력과 연인·가족 등 동반자를 야구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영향력에 주목했다. 여성 관중 대상으로 입장권 할인과 경품을 제공하는 구단들도 있었다. 서울 연고 구단들은 여자대학교를 찾아가 강의를 하고 여대생들을 야구장에 초청했다. 그리고 구단들은 2030 여성들이 보다 더 편하게 야구장을 즐길 수 있게 여성 화장실, 파우더룸 등 시설 개선에 힘썼다.
이와 같이 프로야구가 2030 여성 고객을 바라보는 시각은 구매력, 영향력, 시설 개선으로 모아지는데, 2030 여성들과 관련한 강연회와 연구기관의 리포트를 살펴보면서 이와는 다른 시각이 존재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2030 여성들은 합리적 소비·투자·저축·절약을 중시하고 '가성비 소비'를 선호한다. '한 번 사는 인생을 즐기면서 살자'는 소신으로 아낌없이 소비하는 이른바 욜로(YOLO·You Only Live Once)족과는 확연히 다르다. 프로야구는 2030 여성들의 야구장 소비를 양적 개념으로 접근하는데, '가성비 소비'는 질적 개념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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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 '곰들의 모임'의 팬 사인회에 많은 여성 팬들이 참여하고 있다. /사진=스타뉴스 |
전통적인 여가 장소인 극장을 야구장과 비교해 본다. 2023년 객단가 기준으로 야구장은 1만 5226원이다. 극장의 경우 객단가가 1만 80원이지만 시간당 요금으로 계산하면 야구장이 극장보다 저렴하다. 극장은 상영시간이 보통 100분(약 1.5시간)이고 야구장은 경기 시간이 보통 3시간인데 시간당 요금을 따져 보면 2023년 기준으로 야구장(5075원)이 극장(6720원)보다 1645원 낮다.
여가 장소들은 먹거리, 볼거리, 즐길거리를 갖추고 있는데 이를 통한 만족도 면에서도 야구장이 극장을 앞서고 있다. 극장과 야구장은 식도락의 차이가 크다. 극장에서는 냄새 나는 음식, 다른 손님에게 위해를 끼칠 수 있는 병음료 제품 등 위험할 수 있는 음식물은 제한되다 보니 '극장은 팝콘'이라는 공식이 통용될 정도로 음식 종류가 한정돼 있다.
반면 야구장은 극장에서 제한되는 음식물 대부분을 이용할 수 있다. 야구장에 들어가면 치맥을 포함한 다양한 먹거리가 준비돼 있고, 외부 음식을 갖고 들어갈 수도 있다. 야구장 안에서 치킨이나 피자를 판매함에도 고객이 이런 음식들을 배달해 야구장 앞에서 가져가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볼거리와 즐길거리 측면에서도 극장은 스크린에서 상영되는 영화에 국한되지만 야구장은 그라운드뿐 아니라 관중석, 응원단상, 전광판 등 시선을 둘 곳이 다양하다.
이 외에도 '나다움'의 충족이 2030 여성들의 가성비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이들은 '우리'보다 '나'를 강조하는데 '나다움'을 충족시킬 수 있다면 망설이지 않고 지갑을 여는 것이다. 다른 세대나 남성들이 볼 때는 충동 구매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이들의 입장에서는 '나다움'과 연결된 '가성비 소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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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열린 KBO 기록강습회 모습. 사상 처음으로 여성 수강생(105명)의 수가 남성(95명)을 앞질렀다. /사진=김동윤 기자 |
또 남성 스포츠 예능과 동일한 포맷의 여성 스포츠 예능이 다수 등장하고 있다. 운동하는 여성들에 대한 관심도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여성들이 운동에 대해 수동적인 태도를 보였다면 지금의 2030 여성들은 운동에 대해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2030 여성들의 운동에 대한 태도 변화는 야구장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예전에는 야구장이 남성들의 전유물로 인식됐고 야구장에 젊은 여성 관중들이 눈에 띌 정도였지만 지금은 2030 여성들이 야구장의 최대 고객으로 자리잡고 있다.
프로야구가 1000만 관중에 이르고 야구장이 지역의 명소로 자리잡고 있는 데에는 2030 여성들의 역할이 작지 않다. 프로야구를 이끌고 있는 한국야구위원회(KBO)와 구단들은 이들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할 필요가 있다. 최근 실시한 몇 차례 일회성 여론조사를 통해 2030 여성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다고 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여성 전문 연구기관과의 협업도 하나의 방법이다. 프로야구 1000만 관중을 장기간 이어가기 위해 프로야구도 이제 '2030 여성 파워'를 잡기 위해 본격적인 연구 활동을 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