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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김혜성. /사진=LA 다저스 공식 SNS 갈무리 |
미국 매체 다저스 네이션은 11일(한국시간) 공식 SNS를 통해 "2루는 다저스의 가장 흥미로운 포지션 경쟁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덕 맥케인은 김혜성이 다저스 개막전 로스터에 오를지 궁금해한다"고 전했다.
맥케인은 다저스 네이션 팟캐스트 진행자 중 하나로 스프링캠프 시작을 앞두고 방송을 진행했다. 다저스 2루가 뜨거운 관심사로 떠오른 건 지난 10일 키케 에르난데스(34)가 합류했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미국 매체 디 애슬레틱에서 다저스를 커버하는 파비안 아르다야는 "에르난데스가 다저스와 1년 계약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계약 자체는 에르난데스의 신체검사가 마무리되고 다저스가 40인 로스터를 정리하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됐다.
에르난데스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시절 김하성(30·탬파베이 레이스)처럼 다저스 구단의 사랑을 받는 유틸리티 플레이어였다. 2009년 신인드래프트 6라운드로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지명을 받고 2014년 데뷔했으나, 마이애미 말린스를 거쳐 2015년 다저스 합류 후 기량을 꽃피웠다.
빅리그 11시즌 동안 1183경기 타율 0.238(3487타수 830안타) 120홈런 435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13으로 기록 자체는 뛰어난 건 아니다. 그러나 외야와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하면서 다저스의 만능열쇠 역할을 했다. 심지어 투수로 등판한 경기도 5차례 있을 만큼 두꺼운 다저스 뎁스를 상징하는 선수이기도 했다.
여기에 허슬 플레이와 2018년, 2021년에는 20홈런 시즌도 만들 정도로 펀치력도 있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에르난데스는 다저스에서 2020년 월드시리즈 우승 후 2021년 FA로 보스턴 레드삭스로 향했다. 2023년 트레이드로 다시 돌아와 지난해 포스트시즌 14경기에서 타율 0.294, 2홈런 6타점으로 또 한 번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에 일조하면서 팬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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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키케 에르난데스. /AFPBBNews=뉴스1 |
다저스 네이션은 "에르난데스는 다저스의 심장이자 영혼이다. 다수의 다저스 선수들은 그가 FA가 되자 재계약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 적극적으로 캠페인을 벌였다"고 전했다.
이러면서 난처해진 것이 김혜성이다. 김혜성은 지난달 4일 다저스와 3년 최대 2200만 달러 계약을 체결하면서 빅리그 진출의 꿈을 이뤘다. 만약 순조롭게 빅리그에 데뷔한다면 28번째 한국인 메이저리거이자, 박찬호, 최희섭, 서재응, 류현진 이후 역대 5번째 다저스 코리안 메이저리거의 탄생이다. 치열한 주전 경쟁이 예상됐으나, 김혜성 영입 직후 다저스가 주전 2루수 개빈 럭스(28)를 신시내티로 트레이드하면서 청신호가 켜졌었다. 이때만 해도 LA 현지 매체들도 김혜성의 주전 2루수 도약을 크게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이미 숱하게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 에르난데스가 합류하자, 분위기가 묘해졌다. 정규시즌에서 평범한 에르난데스가 포스트시즌만 되면 통산 86경기 타율 0.278(230타수 64안타) 15홈런 35타점, OPS 0.874로 강해지는 것도 이유가 됐다.
또 다른 LA 매체 다저블루는 "에르난데스를 다시 데려오는 건 다저스에 항상 충분한 의미가 있다. 지난해 그의 정규 시즌 타격 지표가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지만, 여전히 내야와 외야 여러 포지션에서 평균적인 수비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포스트시즌이 다가왔을 때 에르난데스를 로스터에 넣을 수 있는 건 그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며 "에르난데스의 포스트시즌 OPS 0.874는 역대 150타수 이상 가을야구에 나선 선수 중 25번째에 해당하는 기록"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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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성(가운데)이 LA 다저스 팀 동료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왼쪽부터 태너 스캇, 김혜성, 블레이크 스넬. /사진=LA 다저스 공식 SNS |
김혜성이 믿을 건 메이저리그에서도 인정한 운동능력과 젊음이다. 미국 야구 매체 베이스볼 아메리카(BA)는 20-80 스케일 기준 김혜성의 툴을 콘택트 55점, 파워 30점, 주력 70점, 수비 55점, 어깨 40점으로 매겼다. 주루 능력은 메이저리그 올스타 수준, 콘택트와 수비는 평균 이상으로 본 것이다. BA는 "김혜성은 간결한 스윙을 하며 민첩하게 움직인다. 선구안과 콘택트 능력을 보유한 선수로서 안타성 타구를 꾸준히 생산한다. 홈런을 치기는 어려운 유형이지만, 강한 타구를 만들어 낸다"며 "매년 30도루 이상을 기록할 수 있는 김혜성은 더 공격적으로 주루 플레이를 할 수도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2025시즌 예상도 나쁘지 않다. 지난달 미국 야구 통계 사이트 팬그래프는 통계 프로그램 스티머를 통해 김혜성의 2025년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예상 성적을 내놓았다. 97경기 타율 0.279(338타수 94안타) 5홈런 36타점 42득점 14도루, 출루율 0.324 장타율 0.374 OPS(출루율+장타율) 0.698이었다. 타율은 내셔널리그 전체 13위에 해당하는 수치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잰더 보가츠(0.271),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트레이 터너(0.277)보다 높다.
과연 빅리그 초년생 김혜성이 월드시리즈 우승 멤버이자 백전노장을 상대로 주전 자리를 따낼 수 있을지, 한국뿐 아니라 미국의 관심이 폭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