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바뀌어도 안혜지는 안 빠져" 7년간 결장 無, 묵묵히 BNK 선두싸움 기여하는 '철강왕'

양정웅 기자 / 입력 : 2025.02.14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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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K 안혜지(왼쪽)와 박정은 감독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WKBL 제공
BNK 안혜지(왼쪽)와 박정은 감독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WKBL 제공
"화려한 플레이를 하는 선수들만 주목받으니까, 묵묵히 경기하는 선수들도 조명받았으면 좋겠어요."

박정은(48) 부산 BNK 썸 감독은 시즌 중 이같은 말을 하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눈에 띄는 플레이를 하는 선수들에게 스포트라이트가 가면서 궃은 일을 하는 플레이어가 상대적으로 덜 주목 받는 것에 대한 걱정이었다.


BNK에서 여기에 맞는 선수는 가드 안혜지(28)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미 국가대표인데다가 5번의 어시스트상을 수상했고, FA(프리에이전트) 계약으로 3억 원이 넘는 연봉을 받고 있는 선수이기에 주목받지 못한다는 말은 맞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타이틀에 비해서는 조명을 덜 받는 것도 사실이다.

올 시즌 BNK는 마지막 6라운드까지 아산 우리은행과 선두 다툼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최하위 팀의 대선전 속에 올 시즌 영입된 박혜진(35)과 김소니아(32), 이이지마 사키(33)의 역할이 컸다는 건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묵묵히 팀을 지킨 안혜지와 이소희(25)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안혜지의 경우 부상 없이 수년간 꾸준히 뛰고 있다는 점에서 그 역할이 크다고 할 수 있다. KDB생명 시절인 2017~18시즌 쇄골 부상으로 시즌아웃된 후 이듬해부터 안혜지는 7시즌 동안 결장 없이 209경기(13일 기준)를 연속해서 출전하고 있다. 몸 상태가 완벽한 것도 아니지만,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극복해내고 있다. 박 감독도 "감독은 바뀌어도 안혜지는 빠지지 않고 나온다"고 농담을 던질 정도였다.


안혜지가 슛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WKBL 제공
안혜지가 슛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WKBL 제공
올 시즌에도 '철강왕'의 행보는 이어지고 있다. 안혜지는 팀이 치른 27경기 전 게임에 출전해 경기당 평균 10.2득점 5.4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평균 35분 50초를 뛰며 허예은(KB스타즈, 37분 41초), 김단비(우리은행, 36분 51초)에 이어 3위에 올라있다.

아시아쿼터의 도입으로 토종 가드들이 밀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안혜지는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장점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지난달 26일 신한은행과 경기에서는 2점 차로 뒤지던 4쿼터 종료 4.5초 상황에서 단 2초 만에 상대 수비를 모두 뚫고 코트를 넘어갔고, 결국 김소니아에게 볼 운반을 성공해 자유투 3개를 따내게 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러한 공헌에 비해 안혜지가 저평가받는 이유는 결국 슛 때문이다. 현대 농구에서는 가드들도 좋은 슛을 장착해야 하는데, 안혜지는 외곽슛에서 약점을 보여 상대가 새깅 수비를 할 정도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그는 비시즌 스킬팩토리를 찾아 슈팅 메커니즘을 바꾸는 등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BNK 안혜지가 10일 KB스타즈전 패배 후 코트를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WKBL 제공
BNK 안혜지가 10일 KB스타즈전 패배 후 코트를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WKBL 제공
최근 안혜지는 좌절을 맛봤다. 지난 10일 KB스타즈와 홈경기에서 팀이 58-55로 앞서던 4쿼터 막판, 팀파울로 인해 그는 자유투 2개를 얻어내게 됐다. 그런데 2구 모두 림을 외면했고, 리바운드를 따낸 KB스타즈가 반격에 나섰다. 볼을 잡은 나가타 모에를 마크한 안혜지는 막판 페이크 동작에 속았고, 오픈 찬스에서 모에가 동점 3점포를 터트리며 승부는 원점이 됐다. 결국 경기는 연장으로 향했고, KB스타즈의 66-63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안혜지는 그대로 고개를 숙였다.

이것이 마음에 걸려서였을까, BNK에 따르면 안혜지는 14일 삼성생명전을 하루 앞두고 진행한 훈련이 끝나고도 자유투 연습을 이어갔다고 한다. 그날의 실수가 못내 마음에 걸렸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시즌 전 안혜지는 2년 전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을 언급하며 "이제는 문턱을 넘어야 한다. 부산에서 우승을 해보는 것이 내 농구인생의 목표다"고 말했다. 과연 그의 투혼이 BNK를 창단 첫 우승으로 이끌 수 있을까.

안혜지. /사진=WKBL 제공
안혜지. /사진=W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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