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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K 안혜지(왼쪽)와 박정은 감독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WKBL 제공 |
박정은(48) 부산 BNK 썸 감독은 시즌 중 이같은 말을 하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눈에 띄는 플레이를 하는 선수들에게 스포트라이트가 가면서 궃은 일을 하는 플레이어가 상대적으로 덜 주목 받는 것에 대한 걱정이었다.
BNK에서 여기에 맞는 선수는 가드 안혜지(28)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미 국가대표인데다가 5번의 어시스트상을 수상했고, FA(프리에이전트) 계약으로 3억 원이 넘는 연봉을 받고 있는 선수이기에 주목받지 못한다는 말은 맞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타이틀에 비해서는 조명을 덜 받는 것도 사실이다.
올 시즌 BNK는 마지막 6라운드까지 아산 우리은행과 선두 다툼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최하위 팀의 대선전 속에 올 시즌 영입된 박혜진(35)과 김소니아(32), 이이지마 사키(33)의 역할이 컸다는 건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묵묵히 팀을 지킨 안혜지와 이소희(25)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안혜지의 경우 부상 없이 수년간 꾸준히 뛰고 있다는 점에서 그 역할이 크다고 할 수 있다. KDB생명 시절인 2017~18시즌 쇄골 부상으로 시즌아웃된 후 이듬해부터 안혜지는 7시즌 동안 결장 없이 209경기(13일 기준)를 연속해서 출전하고 있다. 몸 상태가 완벽한 것도 아니지만,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극복해내고 있다. 박 감독도 "감독은 바뀌어도 안혜지는 빠지지 않고 나온다"고 농담을 던질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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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지가 슛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WKBL 제공 |
아시아쿼터의 도입으로 토종 가드들이 밀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안혜지는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장점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지난달 26일 신한은행과 경기에서는 2점 차로 뒤지던 4쿼터 종료 4.5초 상황에서 단 2초 만에 상대 수비를 모두 뚫고 코트를 넘어갔고, 결국 김소니아에게 볼 운반을 성공해 자유투 3개를 따내게 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러한 공헌에 비해 안혜지가 저평가받는 이유는 결국 슛 때문이다. 현대 농구에서는 가드들도 좋은 슛을 장착해야 하는데, 안혜지는 외곽슛에서 약점을 보여 상대가 새깅 수비를 할 정도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그는 비시즌 스킬팩토리를 찾아 슈팅 메커니즘을 바꾸는 등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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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K 안혜지가 10일 KB스타즈전 패배 후 코트를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WKBL 제공 |
이것이 마음에 걸려서였을까, BNK에 따르면 안혜지는 14일 삼성생명전을 하루 앞두고 진행한 훈련이 끝나고도 자유투 연습을 이어갔다고 한다. 그날의 실수가 못내 마음에 걸렸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시즌 전 안혜지는 2년 전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을 언급하며 "이제는 문턱을 넘어야 한다. 부산에서 우승을 해보는 것이 내 농구인생의 목표다"고 말했다. 과연 그의 투혼이 BNK를 창단 첫 우승으로 이끌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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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지. /사진=WKBL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