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로 집 다 탔어도 '박찬호 명강의' 17년째 계속됐다... '절친' 감독 감동 "본인도 힘들 텐데, 정말 고맙죠" [메사 현장]

메사(미국)=김동윤 기자 / 입력 : 2025.02.14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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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미국 스프링캠프 당시 박찬호(왼쪽)와 홍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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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히어로즈 선수단이 14일 미국 애리조나주 메사 애슬레틱 그라운드에서 스프링캠프를 진행했다. 홍원기 감독이 깊은 상념에 잠긴 채 청백전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제육볶음을 두 그릇이나 먹던데 한 번 더 사줘야겠어요."

어려운 시기임에도 한달음에 애리조나까지 달려온 '절친' 박찬호(52)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특별 고문에 홍원기(52) 키움 히어로즈 감독이 고마움을 나타냈다.


홍원기 감독은 14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메사의 애슬레틱 그라운드에서 열린 '2025 키움 스프링캠프'에서 "어린 선수들이 1군 무대를 겪으면서 '이렇게 하면 내가 안 되겠구나'를 깨달을 때가 분명히 올 것이다. 예를 들어 박찬호 선수도 처음 메이저리그에서 부딪혀 봤기 때문에 마이너리그에서 다시 올라가기 위해 죽기 살기로 매달렸다"라고 말했다.

최근 키움은 2년 연속 3라운드 이내에 지명권 6장 이상을 가져가면서 화제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투수 유망주의 강세가 두드러지는 가운데 모처럼 김광현, 양현종의 뒤를 이을 좌완이라 평가받는 정현우(19)를 비롯해 이닝이터 기질을 보여준 김윤하(20) 등 톱급 고교 선수들을 쓸어 담았다.

하지만 1군 무대에 자리 잡은 투수 신인은 그리 많지 않았다. 김윤하 정도만이 지난해 4번의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로 가능성을 보여줬을 뿐, 다른 투수들은 퓨처스 무대에서 혹독한 시간을 겪었다.


그런 투수들의 멘탈과 성장에 도움을 준 것이 '코리안 특급' 박찬호 고문이었다. 박찬호 고문은 1994년 미국 메이저리그(ML)로 진출해 숱한 역경을 견뎌내고 476경기 124승 98패, 1993이닝 1715탈삼진이란 굵직한 기록을 남겼다. 홍원기 감독과는 공주중동초-공주중-공주고를 함께 졸업한 죽마고우이기도 하다.

이 인연으로 박찬호 고문은 홍 감독이 히어로즈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2009년부터 매년 꾸준히 키움 스프링캠프를 방문해 벌써 17년째 투수들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네고 있다. 매년 최소 한 시간에서, 많게는 4~5시간에 걸쳐 식사 혹은 티타임을 가지면서 투수들로부터 질문을 받고 답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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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미국 스프링캠프 당시 박찬호(왼쪽)와 홍원기.
지난해 데뷔 11년 만에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낸 하영민(30)은 코리안 특급 명강의의 대표적인 수혜자다. 하영민은 2014년 KBO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4순위로 넥센(현 키움)에 입단해 데뷔 10년간 한 시즌 70이닝도 넘기지 못한 평범한 투수였다. 그러나 2024시즌 28경기 9승 8패 평균자책점 4.37, 150⅓이닝 101탈삼진으로 국내 1선발로 거듭났다.

14일 훈련 후 만난 하영민은 "지난해 스프링캠프 때 박찬호 선배님이 오셔서 내게 '마운드에서 혼잣말을 많이 해봐'라고 하셨다. 경기가 어수선하거나 내가 집중을 못해 볼을 던질 때 정신 차리려고 하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선발로 나가 마운드에서 혼잣말하거나 내 자신에게 욕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런 부분이 정말 많은 도움이 됐다"고 수강 후기를 전했다.

하영민에 따르면 올해 강의는 약 1시간에 걸친 티타임이었다. 홍 감독은 "옆에서 박찬호 선수와 투수들의 대화를 지켜봤는데 주승우 선수와 김동규 선수가 특히 열의를 보였다. 수많은 질문 속에서 매우 많은 피드백을 받았다. 예를 들어 김동규 선수는 본인 입으로 야구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할 정도"라고 웃었다.

올해는 다소 참석이 어려워 보였다. 지난달 로스앤젤레스 전역을 덮친 산불로 박 고문은 거주 중인 미국 서부 베벌리 힐스 자택이 전소되는 아픔을 겪었다. 그런 아픔에도 멈추지 않은 절친의 발걸음은 홍 감독에게 감동 그 자체였다.

홍 감독은 "2009년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선수 생활을 할 때도 (당시 히어로즈 스프링캠프지였던) 플로리다까지 왔었다. 아무래도 친구인 내가 있어서 그런 것 같다"고 웃은 뒤 "올해는 LA 산불 때문에 집이 전부 불타서 가족들과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도 여기까지 와서 선수들에게 말이라도 한 마디 더 해주려는 게 감독으로서 친구로서 고마울 수밖에 없다. 어린 선수들에게는 정말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경험이 될 것"이라고 진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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