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유빈이는요..." 전지희가 떠났다, 새로운 과제 '신유빈 파트너를 찾아라'

청계천로=안호근 기자 / 입력 : 2025.02.15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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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빈(왼쪽)과 전지희가 14일 KTTA AWARDS 2025에서 함께 무대에 올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나란히 검정색 의상을 입고 나왔다.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신유빈(21·대한항공)과 전지희(33)는 마지막까지도 찰떡궁합을 보였다. 그러나 이젠 신유빈에게 새로운 파트너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

전지희는 14일 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JW메리어트 동대문스퀘어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KTTA AWARDS 2025'에서 은퇴식을 가졌다.


최우수선수(MVP)와 인기상까지 수상한 신유빈이 직접 무대에 올라 최고의 단짝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신유빈과 전지희는 한국 탁구 역사에서 손꼽히는 여자 복식 파트너였다. 전지희는 2011년 중국에서 귀화해 국가대표로 맹활약하고 있었는데 탁구 천재로 빠르게 성장하던 신유빈과 손을 잡고 2020 도쿄올림픽부터 세계 무대에서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2023년 5월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여자복식에서 36년 만에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그해 8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21년 만에 여자복식 금메달을 수확했다. 지난해 8월 2024 파리 올림픽에서는 여자 단체전 동메달을 합작하면서 중국도 넘어설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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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빈이 최우수선수상을 수상하고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러나 영원할 수는 없었다. 전지희는 은퇴를 선언했고 지난 3일 월드테이블테니스(WTT) 싱가포르 스매시 2025를 끝으로 옷을 벗었다.

당시 64강에서 공교롭게도 둘은 맞대결을 벌였고 신유빈의 승리로 끝이 났지만 결과를 떠나 가장 인상 깊었던 엔딩이었다. 신유빈은 경기 후 반갑게 전지희와 인사를 나눴고 마지막을 기억하려는 듯 다시금 찐한 포옹을 했다.

공식적인 이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둘은 애틋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전지희는 "한국에 안 왔으면 전지희라는 탁구 선수가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쉬움은 하나도 없었다"며 "유빈이와 너무 잘 맞았다"고 돌아봤다.

신유빈 또한 "세계선수권이나 아시안게임이 좋은 성적을 줬지만 첫 대표팀에 들어갔을 때부터 전지희라는 선수와 한 체육관에 있다는 게, 함께 연습하는 게, 복식에서 호흡을 맞춘 게 모두 너무 신기했다"며 "마지막까지 복식을 하면서 좋은 성적을 내서 모든 순간이 감사했고 기분 좋은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친동생 같이 살뜰히 챙겼던 신유빈을 두고 떠나는 마음이 편할 수 없다. 전지희는 "유빈이를 보면 국민 스타인데 같이 있어서 너무 자랑스러웠다. 유빈이 나이에 주목을 많이 받았다는 건 좋지만 자기 감정을 많이 숨기는 것 같다고 느꼈다"며 "운동 선수는 계속 그럴 수 없는데 계속 참고 큰 대회에서도 스트레스를 이겨내야 한다는 것에 어느 순간엔 마음이 많이 아팠다. 주목 받는 만큼 스트레스도 커지기 때문이다. 유빈이가 아프지 않게 탁구를 계속 행복하게 쳤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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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희(왼쪽)와 신유빈. /사진=뉴시스
신유빈과 대한탁구협회로선 새로운 여자 복식조를 꾸려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최근 월드테이블테니스(WTT) 싱가포르 스매시 대회에선 파리올림픽에서 여자 단체전 동메달의 영광을 함께 한 이은혜(30·대한항공)와 임시로 복식조를 이뤘으나 1회전(32강)에서 세르비아에 1-3으로 패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제대로 호흡을 맞출 시간이 부족했다고는 하지만 전지희와는 초반부터 몇 년은 호흡을 맞춘 것처럼 잘 맞았다는 점에선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둘 모두 오른손 잡이여서 왼손잡이인 전지희와 있을 때와 같은 시너지가 적었던 것도 사실이다.

통상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의 조합이 동선이 겹치지 않아 더 넓은 구역을 커버할 수 있다는 점, 공격의 다양한 패턴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이점이 있다. 지난달 국가대표로 선발된 선수 중 김성진(삼성생명)과 유한나(포스코인터내셔널)가 왼손잡이라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실력적으로 부족함이 큰 상황이다.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전지희는 신유빈의 파트너가 될 선수를 향해 "누가 유빈이와 함께 할지 모르겠지만 유빈이는 큰 심장이 있고 큰 대회에서 믿을 수 있는 파트너였다. 파트너가 불안해 할 때에도 말을 잘 해준다. 잘 맞추고 유빈이만 믿으면 큰 대회에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전했다.

신유빈도 전지희를 붙잡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현실에 집중하기로 했다. "솔직히 말하면 언니와 더 오래 같이 하고 싶은데 그런 말을 하면 언니가 편하게 못 지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껏 좋은 성적을 내줘서 감사하고 언니의 행복을 바란다고 했다"며 새 파트너에 대해선 "주어진 조건에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당장 6월 카타르 세계선수권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지난해 10월 카자흐스탄 아시아선수권에서 전지희와 함께 8강에 오르며 티켓을 따놓은 상태. 호흡을 맞춰나갈 시간까지 고려하면 하루 빨리 새 짝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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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전 인터뷰에 나선 전지희(왼쪽)과 신유빈이 함께 하트를 그리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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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근 |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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