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으로 미안했다" 손아섭, 8년 공들인 'KBO 대기록 무산'보다 '내가 없던' 벤치클리어링이 더 마음에 남았다 [투손 현장]

투손(미국)=김동윤 기자 / 입력 : 2025.02.15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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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다이노스 선수단이 15일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에넥스 필드에서 스프링캠프를 진행했다. 손아섭이 훈련을 마치고 스타뉴스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NC 다이노스 외야수 손아섭(37)이 주전으로 올라선 2010년 이후 100경기 이상 뛰어보지 못한 건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커리어 첫 장기 부상으로 본인만이 갖고 있던 KBO 대기록이 중단됐으나, 그가 아쉬워한 건 기록이 아닌 기억이었다.

손아섭은 15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에 위치한 에넥스 필드에서 펼쳐진 2025 NC 스프링캠프 오전 훈련을 마치고 스타뉴스와 만나 "올해로 19년 차가 됐는데 프로 와서 (부상으로) 그렇게 길게 쉰 건 지난해가 처음이었다"고 2024시즌을 돌아봤다.


지난해 7월 4일 손아섭은 창원 SSG 랜더스전 2회 초 1사 후에 고명준의 빗맞은 뜬공 타구를 처리하던 중 2루수 박민우와 충돌했다. 정밀 검진 결과 최소 한 달의 재활이 필요한 왼쪽 무릎 후방십자인대가 손상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손아섭은 "재활하면서 그동안 너무 앞만 보고 달려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자신을 돌아보고 NC 다이노스라는 팀을 밖에서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다쳤을 때는 많이 속상하고 스트레스로 힘들었지만, 그 시간이 내가 야구 선수로서 더 성장하고 선배로서 더 좋은 선배가 될 수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제는 그 부상도 또 하나의 추억이 됐다"고 말했다.

부상으로 자연스레 KBO 최초 9년 연속 150안타 대기록이 무산됐다. 해당 부문 최장 기록은 손아섭 본인이 2016년 롯데 자이언츠 시절부터 2023년까지 달성한 8년 연속 150안타였다. 부상 전까지 79경기 95안타를 기록 중이던 손아섭은 5안타만 더하면 15년 연속 100안타, 55안타를 더하면 KBO 최초 9년 연속 150안타 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복귀 후에도 안타를 추가하지 못하면서 손아섭이 8년간 쌓아 올린 기록이 모래성처럼 사라졌다.

하지만 손아섭은 대기록 중단에도 담담했다. 그보단 팀이 가장 필요로 하는 순간 동료들 곁에 자신이 있지 못했다는 사실이 마음에 남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부상 당한 경기에서 발생한 벤치클리어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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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월 4일 창원 SSG-NC 경기 벤치클리어링 모습. /사진=티빙 중계영상 갈무리


맷 데이비슨의 12회말 끝내기 투런포로 NC가 승리한 2024년 7월 4일 창원 SSG전은 연장 10회까지 0-0 승부가 진행된 팽팽한 혈전이었다. SSG는 이 경기를 잡으려 선발 투수 드류 앤더슨까지 투입하는 초강수를 뒀다. 10회 말 등판한 앤더슨이 선두타자 김성욱을 삼진으로 잡아낸 뒤 무언가를 말하자, 양쪽 벤치가 맞대응하면서 벤치클리어링이 벌어졌다.

손아섭은 "사실 나 하나 있다고 해서 팀 성적이 확 좋아지진 않는다. 야구라는 스포츠가 그렇다. 하지만 내가 있었다면 연패에서 빠져나오는 데 도움이 됐을 수 있다. 또 내가 나가고 벤치클리어링이 있었다. 그때도 내가 있었으면 후배들의 방패막이가 돼줄 수 있었을 것이다. 그게 선배의 역할인데 그 순간 현장에 없었던 것이 진심으로 팀원들에게 미안했다. 힘들 때 함께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아직도 마음에 남는다"고 아쉬워했다.

올 시즌을 끝으로 3번째 FA 자격을 갖추는 손아섭은 144경기 전 경기 출장을 목표로 했다. 손아섭은 "FA를 앞뒀다고 해서 각오가 남다르지 않다. 그보단 지난 시즌 부상이 있었기에 올해 건강하게 144경기 전 경기를 뛰는 게 최대 목표다. 아직 내 선수 생활은 많이 남아 있다고 생각하기에 FA가 사실 크게 와닿진 않는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이어 "다시 시작하고 싶은 기록이 있다면 전 경기 출장이다. 전 경기에 출장한다는 건 건강하고 매일 경기에 나갈 실력이 된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매 시즌 전 경기 출장을 가장 큰 목표로 새 시즌을 준비했고, 올해도 풀타임 출전에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힘줘 말했다.

끝으로 NC 팬들에게는 "많은 팬 여러분이 부상 후 많이 걱정해 주셨다. 그 응원에 정말 감사했고 많은 힘을 얻었다. 또 그런 만큼 건강한 모습으로 야구장에 나와 보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올 시즌도 가을에 팬분들과 호흡할 수 있도록 후배들을 잘 이끌고 나 역시 건강히 잘 준비하겠다. 올 시즌도 야구장에서 팬 여러분을 많이 뵐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재회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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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다이노스 선수단이 15일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에넥스 필드에서 스프링캠프를 진행했다. 손아섭을 비롯한 외야수들이 밝은 표정으로 수비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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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다이노스 선수단이 15일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에넥스 필드에서 스프링캠프를 진행했다. NC 손아섭이 수비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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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스포츠부 김동윤입니다. 초심 잃지 않고 열심히 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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