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이정후 '클린업 배치' 승부수 왜?→결코 도박이 아닌 이유, 사령탑 신뢰가 이 정도라니...

김우종 기자 / 입력 : 2025.02.15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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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가 2025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스프링캠프에서 훈련에 임하고 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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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가 2025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스프링캠프에서 훈련에 임하고 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제공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향한 사령탑의 신뢰가 대단하다. "정말 그리웠다"는 말까지 하면서 올 시즌 타순 변동을 예고했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공식 홈페이지 MLB.com과 머큐리 뉴스 등에 따르면 14일(한국 시각) 밥 멜빈(64) 감독은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 꾸려진 샌프란시스코 캠프 현장에서 "이정후가 이번 시즌에는 3번 타자로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멜빈 감독은 "아직 이정후와 이야기를 나눈 것은 아니다"라면서 "(올 시즌 타순이) 리드오프 자리가 아닐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멜빈 감독은 이정후를 향해 "우리는 정말 그를 그리워했다. 메이저리그에서 이정후와 함께한 기록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는 여전히 그의 한계가 더욱 높은 수준에 있다고 믿는다. 그는 아직 젊다. 올해 복귀해 좋은 경기를 하고 싶은 동기 부여도 매우 강하다"며 신뢰를 보냈다.

이정후의 클린업 트리오 배치는 분명 샌프란시스코의 과감한 승부수라 할 만하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뒤 이정후는 대부분 1번 타자로 활약했기 때문이다.


이정후는 지난 2023년 12월 샌프란시스코와 1억 1300만 달러(한화 약 1666억 5000만원)에 계약한 뒤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다. 이후 이정후는 메이저리그에 연착륙하며 많은 이목을 끌었다. 시범경기부터 꾸준하게 리드오프 겸 중견수로 출전하며 주전으로 완벽하게 자리매김했다.

다만 부상으로 시즌을 일찌감치 마친 게 너무나 아쉬웠다. 지난해 5월 13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신시내티 레즈와 홈 경기에서 1회초 펜스를 향해 몸을 아끼지 않고 날리는 수비를 펼치다가 어깨가 탈구되는 부상을 입었다. 결국 이정후는 왼쪽 어깨 관절와순 봉합 수술을 받으며 시즌 아웃됐고, 재활에만 전념했다.

그렇게 이정후는 2024시즌 37경기에 출장해 타율 0.262(145타수 38안타) 2홈런, 2루타 4개, 3루타 0개, 8타점 15득점 10볼넷 13삼진 2도루(3실패) 출루율 0.310 장타율 0.331 OPS(출루율+장타율) 0.641의 성적을 올렸다.

그럼 타순별 성적은 어땠을까. 이정후는 1번 타자로 31경기에 출장, 135타석에서 124타수 32안타(타율 0.258) 2홈런 8타점 8볼넷 13득점의 성적을 냈다. 3번 타자로 출장한 경기도 5차례 있었다. 비록 표본은 적지만, 3번 타자로 타율 0.300(20타수 6안타) 2득점 1볼넷 4삼진 출루율 0.333 장타율 0.300 OPS 0.633의 성적을 마크했다.

KBO 리그 성적을 참고할 만하다. 이정후는 오히려 KBO 리그에서 1번 타자로 더 많이 뛰었다. 1번 타자로 1468타석에 들어서 타율 0.328(1304타수 428안타) 11홈런, 2루타 82개, 3루타 16개, 139타점 130볼넷 14몸에 맞는 볼 145삼진 출루율 0.391 장타율 0.441의 성적을 냈다.

3번 타자로는 더 많은 2017타석에 들어서 타율 0.344(1768타수 609안타) 51홈런, 2루타 131개, 3루타 23개, 309타점 206볼넷 19몸에 맞는 볼 116삼진 출루율 0.414 장타율 0.531의 성적을 기록했다.

KBO 리그 기록만 놓고 보면, 1번 타자로 나설 때보다 3번 타자로 출전했을 때 장타율이 월등히 높았다. 홈런 역시 눈에 띄게 증가했다. 사실 환경이 그럴 수밖에 없다. 아무래도 리드오프는 홈런 한 방을 노리는 것보다는 출루에 집중해야 한다. 반면 3번 타자는 다르다. 테이블 세터진이 앞에서 찬스를 만들어 줄 가능성이 크다. 여기서 3번 타자가 해결사로 나서 타점을 올려줘야 한다. 당연히 홈런도 포함된다. 이정후가 출루 부담을 줄인 채 마음껏 파워 스윙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정후의 3번 타순 조정이 결코 도박이라 볼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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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가 2025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스프링캠프에서 훈련에 임하고 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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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가 2025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스프링캠프에서 훈련에 임하고 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제공
만약 이정후가 3번 타순으로 향할 경우,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의 리드오프 자리를 채워줄 적임자를 찾아야 한다. 이에 대한 구상도 사령탑은 이미 마친 것으로 보인다. 멜빈 감독은 "라몬테 웨이드 주니어(31)의 출루율이 높다. 또 누군가는 3번을 쳐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CBS 스포츠는 "이정후가 지난 시즌 건강할 때는 샌프란시스코의 주전 리드오프였다"면서 "지난해 상대 팀 선발 투수가 좌완일 때 5차례 3번 타순으로 내려갔다. 라몬테 웨이드 주니어가 1번 타순에 배치될 경우, 이정후는 3번 타순에 자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이어 "이렇게 타순이 정해진다면, 이정후의 득점 기대치는 내려가겠지만, 타점을 올릴 수 있는 가능성은 커질 것"이라 분석했다.

머큐리 뉴스는 "이정후가 짧게 활약한 첫 시즌 동안 콘택트 능력을 보여줬다"면서 "지난 시즌 이정후의 콘택트율(배트에 공을 맞히는 비율)은 91.5%였다. 만약 이정후가 시즌을 완주했다면, 루이스 아라에즈(94.2%), 스티븐 콴(92.8%)에 이어 이 부문 메이저리그 전체 3위에 올랐을 것이다. 또 이정후의 삼진율은 8.2%였다. 이 역시 계속 이정후가 뛰었다면, 아라에즈(4.3%)에 이어 2위에 자리했을 것"이라 주장했다. 매체는 "이정후는 라인업에서 어느 방향이든지 안타를 치는 것에 대해 거리낌이 없다"고 치켜세웠다.

이정후는 "어느 타순에서 치든지 상관없다. 8번과 9번 타순에 들어갈 수도 있다. 밥 멜빈 감독이 라인업에 저를 포함시킨다면, 저는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이어 "현재로서 개인적인 목표는 없다. 경기장에서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면서 자신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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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가운데)가 2025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스프링캠프에서 훈련에 임하고 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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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감독.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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