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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히어로즈 선수단이 14일 미국 애리조나주 메사 애슬레틱 그라운드에서 스프링캠프를 진행했다. 자체 청백전에서 백팀 선발 로젠버그가 스타뉴스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
KBO 리그 팀들이 수년간 탐냈던 케니 로젠버그(30)이 지난해 꼴찌팀 키움 히어로즈로 향했다. 지난해 23승을 합작한 외국인 원투펀치의 공백을 홀로 메워야 하는 악조건이 로젠버그에겐 오히려 매력적인 조건이었다.
로젠버그는 지난 14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메사에 위치한 애슬레틱 그라운드에서 열린 2025 키움 스프링캠프에서 스타뉴스와 만나 KBO 리그와 키움행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키움은 지난 시즌 종료 후 2025시즌 외국인 선수 구성을 타자 2명, 투수 1명으로 결정했다. 지난해 OPS(출루율+장타율) 꼴찌에서 보이듯 타격에서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것이 이유였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23승을 합작한 외국인 원투펀치 아리엘 후라도(27)와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27)를 아무런 조건 없이 풀어줘야 했다.
후라도와 헤이수스는 리그 최악의 득점 지원에도 23승을 합작한 리그 에이스였고, 삼성 라이온즈와 KT 위즈가 각각 그들을 품는 행운을 누렸다. 반대로 그들이 떠난 빈자리를 메울 새로운 외국인 투수는 부담감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뒤를 받쳐줄 2선발이 데뷔 11년 만에 처음으로 100이닝 이상을 소화한 투수(하영민)일 정도로 로테이션이 불안한 상황에서 리빌딩 팀의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는 중압감이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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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히어로즈 선수단이 14일 미국 애리조나주 메사 애슬레틱 그라운드에서 스프링캠프를 진행했다. 자체 청백전에서 백팀 선발 로젠버그가 역투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
하지만 로젠버그는 키움의 제안을 받고 흔쾌히 총액 80만 달러(연봉 70만 달러, 옵션 10만 달러)의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그 이유로 로젠버그는 "미국에는 압박감은 특권이라는 말이 있다. 난 오히려 그런 압박감을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키움은 내게 단순히 에이스로서 기회뿐 아니라 내가 젊은 선수들의 멘토가 돼 모범적으로 이끌 기회를 줬다. 그래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로젠버그는 2016년 신인드래프트에서 탬파베이 레이스에 8라운드에 지명된 뒤 마이너리그에서만 163경기를 치른 베테랑이다. 2022년 LA 에인절스에서 빅리그에 데뷔해 통산 17경기 평균자책점 4.66으로 경쟁력을 보여줬다. 최고 시속 148㎞ 직구와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을 던지며, 좋은 투구 밸런스와 변화구 구질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그의 디셉션(숨김 동작)과 특유의 무브먼트가 곁들어진 체인지업은 KBO 구단들이 수년간 로젠버그를 영입 후보 명단에 꾸준히 올린 이유가 됐다.
그는 "몇 년 전부터 지속해서 KBO 리그 팀들에게 오퍼를 받았다. 난 이번 오프시즌에 나를 항상 1선발로 기용해주고 믿음과 기대를 걸어줄 팀에서 뛰고 싶다고 생각했고, 이를 원소속팀인 에인절스 구단에도 전달한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때마침 키움에서 내게 '1선발로서 케니를 원한다'고 말해 합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꾸준히 KBO 리그 팀들이 관심을 보인 만큼 로젠버그도 자연스레 한국에 대해 알게 됐다. 디트릭 엔스, 애덤 플럿코(전 LG), 로건 앨런(현 NC), 윌 크로우(전 KIA) 등 친분 있는 선수들이 KBO 리그를 경험하고 그에게 한국에 대한 소식을 알렸다. 가족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그에게 한국의 환경은 더할 나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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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히어로즈 선수단이 14일 미국 애리조나주 메사 애슬레틱 그라운드에서 스프링캠프를 진행했다. 자체 청백전에서 백팀 선발로 나선 로젠버그가 역투를 한 후 가족의 환영을 받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
로젠버그는 "한국을 알아보는 과정에서 내 결혼식에 올 정도로 친한 친구가 서울로 여행을 가 두산 베어스 경기를 봤다. 그리고 내게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놀라운 경험 중 하나였다고 말했고, 나도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며 "KBO에서 뛰었던 선수들에게 들었던 가장 인상적인 이야기는 아이들이 살기 좋은 환경이라는 점이었다. 내겐 와이프와 아이 둘이 있는데 한국에 대해 정말 많은 얘기를 들었다. 또 한국 야구팬들의 열정이 어마어마해 자신의 퍼포먼스에 따른 열기를 잘 느낄 수 있는 리그라고 들었다"고 활짝 웃었다.
스프링캠프 합류 후 지금까지 로젠버그의 모습은 기대했던 그대로였다. 동갑내기 하영민과는 이미 절친이 됐고, 손현기(20), 김동규(20) 같은 선수들은 양아들로 불릴 정도다. 뛰어난 친화력에도 로젠버그는 오히려 선수들에게 고마워했다.
로젠버그는 "내가 메이저리그에서 활동했고 그들에게 많은 걸 가르쳐줄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먼저 그들에게 신뢰받고 관계를 정립해야 한다. 어린 선수들이 내게 조언을 구하지 않으면 나도 해줄 말이 별로 없다. 그런데 손현기, 김동규, 이강준 등 많은 선수가 내게 많은 질문을 하고 있다. 그들이 나를 신뢰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느껴져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고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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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히어로즈 선수단이 14일 미국 애리조나주 메사 애슬레틱 그라운드에서 스프링캠프를 진행했다. 자체 청백전에서 백팀 선발 로젠버그가 역투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
단순히 멘토를 넘어 에이스로서 역할에도 욕심을 드러냈다. 특히 앤디 밴 헤켄부터 이어지는 히어로즈의 좌완 외국인 선수 에이스 계보를 잇고 싶어 했다. 로젠버그는 "내가 달고 있는 등번호 22번이 과거 밴 헤켄의 번호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그 좌완 에이스 계보에 들어가 팬들에게 좋은 기억을 남기고 싶고, 내게도 굉장히 자랑스러운 경험이 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과거 키움에서 뛰었던 선수들과 나를 지나치게 비교하진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충실하려 한다"고 말했다.
훈련과 인터뷰 내내 미소를 잃지 않은 그는 미소 속에 강한 승부욕을 지닌 것이 로젠버그라는 투수라고 강조했다. 로젠버그는 "마운드 위에 오르면 지금 보여지는 모습과 180도 다를 것이다. 그 정도로 승부욕이 강하다. 마운드에 올라간 순간 한 구, 한 구에 몰입하는 내 모습을 팬들도 곧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15승, 100개가 넘는 탈삼진, 3점 이하의 평균자책점 등은 동기부여를 위해 충분히 좋은 목표지만, 이것들은 나 혼자 힘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기록이 아니다.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상황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어떤 경기 결과가 나오든 항상 긍정적인 자세를 갖고 팀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항상 최선을 다해 종합적인 목표를 향해 나아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