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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박종훈이 미국 플로리다주 베로비치 스프링캠프에서 불펜 투구를 하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제공 |
2021시즌을 마친 뒤 비FA 5년 총액 65억원에 다년 계약을 맺었다. 보장액만 무려 56억원. 이해할 수 없는 계약은 아니었다. 두 자릿수 승리가 보장되는 투수였기 때문이다.
땅을 스칠 것 같은 낮은 릴리스포인트에서 뿌리는 정통 잠수함 투수로서 시속 150㎞에 달하는 포심 패스트볼을 뿌렸고 땅볼 유도에 특화된 투심 패스트볼, 떠오르는 업슛성 커브, 가라앉는 체인지업 등으로 리그 최고 잠수함 투수로 활약했다.
문제는 부상이었다. 2021시즌 9경기 54⅓이닝 소화에 그친 뒤 오른쪽 팔꿈치를 다쳤고 이후 인대 접합 수술을 받으며 시즌아웃됐다. 그럼에도 SSG는 박종훈에게 큰 금액을 안겼다. 다음 시즌이면 제 기량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그러나 이후 박종훈은 3시즌 동안 39경기 163이닝을 소화하는데 그쳤고 6승 15패, 평균자책점(ERA)은 6.29에 달했다.
부상 이후 눈에 띄게 릴리스포인트가 높아졌고 지난해 도입된 ABS(Automatic Ball-Strike System·자동투구판정 시스템)이 낮은 공을 던지는 투수에게 불리했던 것도 박종훈에겐 악재였다.
김광현과 두 명의 외국인 투수에 지난해 불펜에서 맹활약한 문승원까지 선발로 복귀할 예정인 가운데 박종훈은 남은 선발 한 자리를 두고 까마득히 어린 후배들과 경쟁에 나설 예정이다. 팀이 '리모델링'을 선언한 상황이기에 비슷한 상황이면 영건들에게 기회가 돌아갈 확률이 높은 상태다. 그렇기에 박종훈으로선 더욱 각오가 남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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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펜 투구를 하는 박종훈(왼쪽). /사진=SSG 랜더스 제공 |
이유는 분명했다. 붙박이 선발로 시즌에 맞춰 몸 상태를 천천히 끌어올려도 되는 과거와는 달랐다. 우선은 팀 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해야하기 때문이다.
박종훈은 "작년에 2군에서 머문 기간이 길었다. 그 기간을 되돌아봤을 때 내 자신에게 창피하지 않게 운동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후회가 남지 않도록 계속해서 연습을 하고 있다"며 "5선발 경쟁은 해야 하는 상황이고 나도 후회되지 않게 연습을 해서 올 시즌 선발 역할을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의 시행착오에서 답을 찾고 있다. "작년 초반에는 몸무게를 많이 감량하고, 변화된 몸 상태로 캠프부터 시즌 초까지 체력적으로 힘든 영향이 있기도 한 것 같다"는 박종훈은 "그러나 차차 내 몸에 맞아지면서 5월, 6월달부터는 편했다. 2군에서 성적이 좋았다. 1군에서 그 성적을 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보다는 차라리 그 시간이 있어서 나한테는 더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2군에서 (조)형우, (신)범수 등 포수와 정말 많은 대화를 했고 그러면서도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전했다.
이번 캠프에서 가장 신경 쓰는 건 단연 제구다. 궁극적으로는 ERA를 낮춰야한다는 목표 때문이다. 김광현의 조언이 큰 영향을 미쳤다. 박종훈은 "예전에 (김)광현이형이 나에게 해준 말이 있다. '방어율은 1점씩 줄일 수 있다. 세트를 잘하면 방어율이 1점 낮아지고, 컨트롤이 좋으면 방어율이 또 1점이 낮아진다. 투수가 수비를 잘하면 방어율이 또 1점이 줄어든다. 그렇게 하나씩 모이면 시즌 방어율을 전체적으로 낮출 수 있다'고 했다"며 "이 부분을 많이 생각하고 있다. 계속 컨트롤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반복적인 연습을 하고 있고 퀵모션을 빨리 하기 위해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또 수비 부분도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당연히 과거와는 목표도 달라졌다. 그는 "기록적인 수치보다 우선 풀타임으로 시즌을 보내는 게 목표"라며 "부끄럽지 않게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고 싶고, 나에게 후회되지 않는 시즌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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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훈. /사진=SSG 랜더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