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김연경!" 화성과 작별한 여제, 그런데 왜 "오늘로 마무리했으면" 조심스러워 했나 [화성 현장]

화성=안호근 기자 / 입력 : 2025.02.16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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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김연경이 16일 화성실내체육관에서 열린 IBK기업은행전 승리 후 진행된 은퇴 관련 이벤트에서 관중들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화성에서의 커리어 마지막 경기. 김연경(37·인천 흥국생명)은 쿨했다. 아직 남은 경기가 많기에 애써 감정적으로 동요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이제 '선수 김연경'에게 화성 경기는 사라졌다.

김연경은 16일 오후 경기도 화성실내체육관에서 열린 IBK기업은행과 도드람 2024~2025 V리그 방문경기에서 5라운드 원정경기에서 14득점, 공격 성공률 56%로 맹활약하며 팀의 세트스코어 3-0(25-23, 25-12, 25-20)으로 완승을 견인했다.


9연승을 달린 흥국생명은 24승 5패를 기록, 승점 70에 선착했다. 2위 수원 현대건설(승점 56)로부터 더 달아났다. 올 시즌 5차례 맞대결에서 전승을 거뒀다. 그보다 더 관심을 끈 건 경기 후 열린 김연경을 위한 특별한 자리였다.

앞서 지난 13일 김연경은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GS칼텍스전 승리 후 은퇴 의사를 밝혔다. 이후 처음 열린 경기에 많은 관중이 찾았다. 올 시즌 IBK기업은행의 2번째 매진 경기로 3245석의 판매 좌석이 모두 팔려나갔다.

화성실내체육관에서 치르는 마지막 경기이기도 했다. 경기 후 IBK기업은행에선 IBK기업은행 유니폼에 김연경의 이름과 등번호 10번을 새기고 친필사인을 담은 유니폼 액자를 선물했다. 김호철 감독이 직접 김연경에게 전달했고 도열해 있는 선수단과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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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위)이 이소영의 블로킹 벽 위로 공격을 펼치고 있다. /사진=KOVO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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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왼쪽에서 4번째)이 득점 후 동료들을 독려하고 있다. /사진=KOVO 제공
이후 김연경이 준비한 사인볼 3개와 사인 유니폼을 추첨을 통해 팬들에게 전달했다. 김연경의 친필 사인 유니폼의 새 주인이 된 팬은 함께 기념 촬영을 하며 특별히 추억할 수 있는 시간을 선물 받았다.

이어 직접 마이크를 잡았다. "이렇게 많이 오실 줄 알았다(웃음). 많은 경기가 남아 있으니 응원해주시면 좋겠다"며 "IBK기업은행 관계자분들과 선수들, 팬들께 감사드린다. 시즌 남아 있기에 큰 부상 없이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다. 우리도 정규 시즌이 얼마 안 남았다. 우리 경기도 많이 와서 봐달라. 끝까지 응원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현장에선 홈과 원정 팬들 할 것 없이 일어나 김연경의 이름을 연호했다.

화성실내체육관에서 커리어 마지막 경기임에도 오랫동안 마음에 품고 준비했기 때문일까. 김연경은 담담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김연경은 "다른 경기와 마찬가지로 생각하려고 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아무렇지 않았다. 감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다"며 은퇴를 발표한 직후에도 "너무 잘 잤다. 나만 준비가 돼 있었던 것 같다. 일부러 감정적이 되지 않으려고 드라마도 봤다. 그런 식으로 생각을 안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팀, 국가대표를 위해 자신을 아끼지 않았던 김연경이다. 앞서 은퇴를 결정하게 된 이유 중 하나로 "관절도 좋지 않고 다른 것을 해보고 싶었다"고 밝힌 김연경이다.

경기 전 김호철 감독은 김연경의 은퇴를 아쉬워하면서도 "김연경이 있는 팀과 없는 팀은 상당히 차이가 크다. 농담 삼아 흥국생명은 외국인 선수가 3명 있는 팀이라고 한다"며 "그만큼 무게감 있는 선수이고 팀을 이끄는 능력이나 카리스마 등 모든 게 합쳐지면서 흥국이 건재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앞으로는 그런 부분에서 많이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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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철 IBK기업은행 감독(왼쪽)으로부터 선수단이 준비한 사인 유니폼 액자를 받고 있는 김연경.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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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왼쪽에서 6번째)이 IBK기업은행 선수들로부터 기념 유니폼을 받고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럼에도 김연경은 이번 결정에서만큼은 팀을 후순위로 놨다. "은퇴 결심할 땐 팀에 대한 생각은 안했다. 나만 생각하려고 했다"며 "내가 없으면 흥국의 미래가 어둡다고 하는데 어린 선수들도 많고 FA 시장도 있기에 잘 될 것이다. 정윤주도 있고 계속 성장하는 선수도 많다. 내년에도 계속 기대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날 경기 후 이벤트는 양 팀 관계자들 사이의 대화에서 시작됐다. 자연스레 김연경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왔고 IBK기업은행 측에서 흔쾌히 이벤트를 마련했다. 공식 은퇴 투어는 계획돼 있지 않지만 앞으로 남은 구단별 원정경기 때마다 비슷한 장면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연경은 매우 조심스러웠다. 아직 정규리그 종료까지 많은 경기가 남은 상황에서 자칫 분위기가 흐트러지거나 동료들을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는 염려 때문이다. 그는 "혹시나 시즌 중에 (은퇴) 얘기를 하다 보니 은퇴 관련 이야기는 오늘로서 마무리하고 싶다"며 "은퇴보다는 리그나 경기에 대해서 얘기를 나눴으면 좋겠다는 게 바람"이라고 당부했다.

지켜보는 단짝이자 캡틴인 김수지 또한 "언제 이야기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걸 잘 알고 있었고 말하고 나서 오히려 마음이 가벼워진 것 같아서 다행"이라며 "은퇴 얘기가 많이 나오니 조금 경기에도 혼란스러울 것 같다. 다만 팬분들이 많이 오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런 얘기를 했기에 선수들도 더 좋은 경기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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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마치고 미소를 짓고 있는 김연경(왼쪽)과 김수지. /사진=안호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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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근 |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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