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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히어로즈 선수단이 14일 미국 애리조나주 메사 애슬레틱 그라운드에서 스프링캠프를 진행했다. 자체 청백전에서 백팀 선발로 나서 1이닝 투구를 마친 로젠버그가 벤치에 엎드려 경기를 관전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
로젠버그는 키움이 지난 시즌 종료 무렵부터 2025년 외국인 선수 구성을 타자 2명, 투수 1명으로 결정했을 때 이미 에이스로 점찍은 투수였다. 키움은 잠재력은 높지만 어린 투수진을 이끌고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굳건한 에이스를 원했고, 로젠버그는 그에 정확히 부합했다.
로젠버그는 최근 미국 애리조나주 메사에 위치한 애슬레틱 그라운드에서 열린 2025 키움 스프링캠프에서 "몇 년 전부터 지속해서 KBO 리그 팀들에게 오퍼를 받았다. 난 이번 오프시즌에 나를 항상 1선발로 기용해주고 믿음과 기대를 걸어줄 팀에서 뛰고 싶다고 생각했다. 내가 원하는 바를 원소속팀인 에인절스 구단에도 전달한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때마침 키움에서 내게 '1선발로서 케니를 원한다'고 말해 합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키움 구단은 지난 시즌 종료 후 로젠버그를 총액 80만 달러(연봉 70만 달러, 옵션 10만 달러)에 데려오면서 "시속 148㎞ 직구와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을 던진다. 좋은 투구 밸런스와 변화구 구질이 뛰어나다"고 소개했다. 지난 14일 열리는 첫 청백전은 그 기대를 알 수 있는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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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히어로즈 선수단이 14일 미국 애리조나주 메사 애슬레틱 그라운드에서 스프링캠프를 진행했다. 자체 청백전에서 백팀 선발 로젠버그가 역투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
청백전에서 비주전팀인 백팀의 선발로 등판한 그는 1이닝 동안 안타 없이 모든 아웃 카운트를 삼진으로 솎아내는 탈삼진 쇼로 첫 실전을 훌륭히 마쳤다. 상대한 타자도 푸이그, 송성문(29), 루벤 카디네스(28), 최주환(37)으로 주전 선수들이었으나, 카디네스에게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줬을 뿐 다른 세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잡아냈다. 경기 후 포수 김건희에 따르면 최고 시속 145㎞도 나오지 않는 직구 위주의 피칭으로 커브와 체인지업을 섞어 던지며 타자들을 요리했다.
더욱 충격적인 건 이조차 일부러 힘을 빼고 던진 피칭이라는 점이었다. 같은 팀 타자들을 무시한 것이 아닌 친구 윌 크로우(31)의 조언을 충실히 따른 것이었다. 크로우는 지난해 KIA 타이거즈에서 1선발로 야심 차게 영입했으나, 정규시즌 8경기 만에 팔꿈치 수술을 받고 한국을 떠났다. 한국을 떠난 뒤에도 꾸준히 한국말을 익히고 KIA의 우승을 응원하며 애정을 드러내 팬들의 사랑을 받은 선수이기도 하다.
로젠버그는 "KBO 리그에서 뛰었던 많은 친구가 조언해줬는데 그 중 크로우는 내게 KBO 구단의 스프링 트레이닝은 그 기간이 길다는 것이었다. 긴 호흡을 가지고 천천히 끌어올리는 식으로 진행되니까 처음부터 좋은 인상을 심어줘야 한다는 부담감을 전혀 가질 필요가 없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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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시절 윌 크로우.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
이어 "그 조언대로 하는 중이다. 더욱이 청백전 전에 두 번의 라이브 피칭이 있었는데 그 텀이 조금 짧았다. 자신을 누르고 부담감을 떨쳐내 잘 보여야겠다는 생각을 버렸다. 그래서 최대한 힘을 빼지 않고 던졌다"며 "하지만 우리 타자들은 훌륭했다. 4명 모두 라이브 배팅 때 만나봤는데 투수가 어떤 공을 던지든 강한 타구를 날릴 수 있는 타자들로 자랑할 만한 선수들이다. 나도 좋은 인상을 받았다. 한 가지 아쉬운 건 루벤(카디네스)에게 스트라이크를 하나도 못 집어넣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히려 구속을 급하게 끌어올리지 않은 상황이라 로젠버그의 매력을 더 느낄 수 있는 피칭이기도 했다. 타자들에게 까다로운 디셉션(숨김 동작)과 특유의 무브먼트를 가진 체인지업의 조합은 빠르지 않은 직구를 매력적으로 만들었다. 로젠버그는 "내 주무기가 체인지업인 게 맞다. 나는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가 아니라 무브먼트를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분이 정말 좋다. 불펜 피칭이나 라이브 피칭보단 확실히 오늘처럼 실제 경기 분위기를 느끼는 것이 좋다. 실제 게임에서 하는 것처럼 볼 배합을 해 타자와 대결할 수 있는 점이 좋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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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히어로즈 선수단이 14일 미국 애리조나주 메사 애슬레틱 그라운드에서 스프링캠프를 진행했다. 자체 청백전에서 백팀 선발 로젠버그가 역투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