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역대 최대 순손실 영풍, 황산처리 문제까지 올해도 첩첩산중

김혜림 기자 / 입력 : 2025.02.17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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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포제련소
석포제련소
영풍이 지난해 순손실 2,600억 원으로 역대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올해도 밝은 비전이 안보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당장 이달 말부터 58일간의 조업정지를 실시해야 할 뿐만 아니라 이후에는 제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필수 부산물인 황산을 더 이상 고려아연에 넘겨 처리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자칫 올해 생산 차질 뿐 아니라 심각한 실적 부진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업계 안팎에서는 영풍이 지난해부터 무리하게 강행하고 있는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에 몰두할 게 아니라 경영 정상화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풍 주주들 역시 불만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영풍이 지난해 순손실 2,600억 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 수준의 적자를 봤다. 주력인 제련과 인쇄회로기판(PCB) 부문 실적이 악화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주력 사업장인 석포제련소 가동 중단까지 임박하면서 주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연결 기준 영풍의 2024년 실적은 매출 2조 7,857억 원, 영업적자 1622억 원, 당기순손실 2,633억 원으로 집계됐다. 영풍이 한 해에 2,600억 원이 넘는 순손실을 기록한 건 지난해가 처음이다.

중대재해와 환경오염 등으로 석포제련소의 가동률이 50%대(2024년 3분기말 기준)로 떨어지고, PCB 자회사인 코리아써키트 역시 역대 최악의 실적을 낸 영향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더 큰 우려는 영풍의 경영 부진이 올해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사실상 공장 가동에 지속적인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분석이다. 영풍 석포제련소는 당장 오는 26일부터 4월 5일까지 물환경보전법 위반으로 받은 58일 간의 조업정지를 실시해야 한다. 제련 업계에서는 재가동 준비 기간까지 포함하면 약 4개월간 정상적인 생산이 어려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더해 영풍 석포제련소는 조업정지 이후에는 제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필수 부산물이자 위험물질인 황산을 처리하기 어려워질 가능성도 크다. 그동안 영풍은 황산을 고려아연을 통해 처리해 왔는데, 최근 환경당국의 규제로 더 이상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에 넘겨 처리할 수가 없게 됐다.

앞서 환경 당국은 지난해 말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에 황산을 제3자로부터반입 및 저장하지 말라는 개선 명령을 내린 바 있다. 이에 고려아연은 영풍에 공문을 통해 지난달 11일부터 황산 반입을 중단한다고 통보했다.

영풍 석포제련소가 신속하게 황산 처리 방안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를 넘어 국내 산업계에 일부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면서 고려아연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고려아연측은 "전세계적인 관세전쟁과 보복이 이어지는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영풍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함께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에만 몰두할 경우 영풍이 심각한 경영적 타격을 입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며 "자칫 회복 불능 상황에까지 놓을 수 있어 이제는 경영 정상화에 힘을 쏟아야 할 때이다"라고 강조했다.

영풍 주주들 역시 최근 목소리를 내면서 경영 정상화를 촉구하고 있다. 사업경쟁력 강화와 수익성 개선이 최우선 순위가 돼야 하는데,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M&A에만 몰두하고 있어 경영 정상화와 주주가치 제고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국내 행동주의 펀드인 머스트자산운용은 두 차례 공개서한을 통해 영풍에 자사주 소각과 액면분할, 사외이사 후보 추천 등을 제안한 바 있다. 영풍 주주인 영풍정밀 역시 집중투표제 도입과 현물배당 도입,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후보 추천 등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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