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배신이었고 범법" 유아인 694일 타임라인..분노와 고심[★FOCUS]

윤상근 기자 / 입력 : 2025.02.18 21:31
  • 글자크기조절
image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프로포폴 상습 투약 혐의로 기소된 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이 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는 유 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공동취재) 2024.9.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마약 상습 투약 혐의로 법정 구속됐던 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이 결국 풀려났다. 첫 경찰 조사를 받은 지 무려 694일 만이다.

서울고등법원 형사5부(부장판사 권순형, 안승훈, 심승우)는 18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등 혐의로 기소된 유아인에게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 벌금 200만원, 사회봉사 80시간, 약물재활교육 프로그램 이수 40시간 명령과 함께 1심 판단을 유지하면서도 형 감경이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의료용 마약류는 그 의존성, 중독성 등으로 엄격히 관리되는데 유아인은 허점을 이용해 범행을 저질러 비난의 여지가 크다"라면서도 "수면 장애를 겪고 제대로 잠잘 수 없어 범행한 것으로 보이고 유아인이 현재 상당 부분 극복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유아인은 지난 2023년 10월 프로포폴 상습 투약, 타인 명의 수면제 불법 처방 매수, 대마 흡연 및 교사, 증거 인멸 교사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유아인은 2020년 9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서울 일대 병원에서 의료용 프로포폴을 181회 상습 투약하고 2021년 5월부터 2022년 8월까지 44회에 걸쳐 다른 사람의 명의로 수면제를 불법 처방받았다.

유아인의 마약 혐의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프로포폴 상습 투약이 의심되는 51명을 경찰에 수사 의뢰하는 과정에서 처음 덜미가 잡히며 충격을 안겼다.

image
마약류 투약 혐의를 받고 있는 배우 유아인이 2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에서 조사를 마친 뒤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3.03.27 /사진=김창현 기자 chmt@



당시 식약처는 유아인이 지난 2021년 1월 4일부터 12월 23일까지 총 73회에 걸쳐 프로포폴을 투약한 정황을 포착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경찰은 이후 지난 2월 5일 지인들과 미국 여행을 다녀온 유아인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신체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고 즉각 마약 검사 간이 키트는 물론, 모발과 소변 검사도 진행했다.

결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정밀 감정 결과 유아인의 모발, 소변 등에서 프로포폴, 대마, 코카인, 케타민 등 마약류 성분이 검출되면서 사건이 급속도로 커져갔다. 조사 결과 유아인은 2021년 초부터 여러 병원을 돌며 프로포폴을 수시로 처방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1년간 무려 73차례, 합계 투약량은 4400ml로 산술적으로는 한 달에 6회꼴로 마약을 투약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2023년 3월 유아인의 실거주지인 한남동 자택에 수사관들을 보내 관련 증거물을 확보한 데 이어 유아인의 주민등록상 주소지인 이태원동 자택 압수수색을 진행했으며 유아인 매니저와 지인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냈고 유아인은 3월 27일 피의자 신분으로 첫 경찰 소환 조사를 받기 시작했다.

image
/사진=유아인


2023년 3월 27일 오전 9시 20분 출석해 12시간 넘게 조사를 받은 유아인은 "불미스러운 일로 이런 자리에 서서 그동안 저를 사랑해주신 많은 분들께 큰 실망을 드리게 된 점 깊이 반성합니다"라며 "수사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이라 내용들을 직접 말씀드리기 조심스럽지만, 개인적으로 저의 일탈 행위들이 누구에게도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자기 합리화 속에서 잘못된 늪에 빠져있던 것 같다. 입장 표명이 늦어진 부분에 대해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그런 저를 보시기 많이 불편하시겠지만 저는 그런 순간들을 통해 그동안 제가 살아보지 못한 더 건강한 순간들을 살 수 있는 기회로 삼고 싶다. 실망드려 정말 죄송하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구속영장 청구까지 이어지며 재판 시작도 하기 전에 구속의 기로에 섰다 겨우 벗어난 유아인은 2024년 9월 길고 길었던 1심 재판에서 결국 구속을 피하지 못했다. 징역 1년의 실형이었다. 1심 재판부는 유아인의 대마 흡연·마약류 상습 투약·타인 명의로 의료용 마약 상습 매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으며 대마 수수·대마 흡연 교사·증거 인멸 교사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징역 4년을 구형했던 검찰이 이를 받아들이지 못했고 유아인도 항소하며 집행유예를 노린 듯한 행보를 보였다. 이에 더해 선처를 거듭 호소하며 반성문도 제출했고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라며 자신 때문에 아버지의 병세가 악화돼 세상을 떠났다는 죄책감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초범이고 평소에 자신의 수익을 사회취약계층에게 기부하는 등 선한 영향력을 펼쳤다고 주장하면서 대중에게 실망감을 안겨줬지만 사회를 위해 다방면으로 긍정적인 활동을 펼쳤으니 잘못된 선택과 별개로 감안해달라고 이야기했다.

image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 최하늘 작가가 24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된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호송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2023.05.24 /사진=김창현 기자 chmt@


결과적으로 이 전략(?)은 석방이라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유아인은 2024년 12월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구치소에서 자필로 직접 작성한 최종 변론서를 떨리는 목소리로 읽으며 "우선 이 자리를 빌어 그동안 나로 인해 상처받고 실망하신 분들께 사과 말씀드린다. 난 세상에서 나를 내어준 부모님에게 씻지 못할 상처를 줬다. 무한한 신뢰 보내준 동료들에게도 큰 실망을 줬고 과분한 사랑으로 날 아껴주신 분들을 아프게 했다. 배신이었다. 범법이었다. 나의 모든 잘못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 죄송하다"라고 밝혔다. 이어 "해당 사건이 불거진 후 2년의 시간은 내가 18세에 배우가 된 후로 20년 만에 처음으로 오롯이 나 자신을 찾아가는 시간이었다. 엄중한 사법 절차에 임하면서 망가진 나를 구해내고 스스로 대면하는 일이 무척 낯설고 어렵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의 잘못으로 인해 빚어진 해당 사건과 더불어 현재 구치소 수감 생활에 이르기까지 삶 전체를 총체적으로 세세하게 반성할 수 있었다"라며 "아직도 수치심과 죄책감을 감당하기 어렵지만 전에 가져본 적 없던 반성의 이 기회를 감히 감사히 여기며 교정과 회복을 위해 노력을 다하고 있다"는 유아인은 "난 지금 미궁에서 빠져나와 크게 한발 물러서서 삶의 도처에 도사리고 있는 유혹을 분별하고 그것들로부터 분리하고 떨쳐내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나는 지금 내가 아닌 것이 되기 위해, 새로운 사람으로, 나 자신으로 거듭나기 위해 몸과 마음을 가다듬고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끝으로 유아인은 "이곳에 계신 분들과 함께 나의 발언을 지켜보고 계실 대중 앞에서 굳은 의지로 다짐한다. 그리고 신성한 법정에 맹세한다. 언제 어디에 있든 법의 엄중함을 잊지 않고 어리석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 양심을 져버리지 않겠다. 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품위를 절대 스스로 파괴하지 않겠다. 이 사건으로 많은 걸 잃기도 했지만 얻은 것도 매우 크고 소중하다. 그 배움과 새로운 삶에 대한 내 굳은 의지를 사회에서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조심스럽고 정성스럽게 그리고 확실하게 증명해내곘다. 나는 어떠한 어려움과 유혹이 찾아와도 절대 무너지지 않겠다. 지금의 반성을 지속적이고 절대적인 성찰로 끊임없이 삶속에서 이어나가겠다. 더 성숙하고 건강하게 다시 세상과 마주하겠다"라고 전했다.

유아인이 석방되며 그의 컴백 작품에도 관심이 더욱 쏠리게 됐다. 유아인은 마약 적발로 당시 자신이 촬영을 마쳤거나 앞뒀던 여러 작품들로 하여금 캐스팅 변경과 무기한 공개 연기 등의 영향을 끼치며 여론의 공분을 샀다. 하지만 유아인이 결국 2심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아낸 만큼 공개가 연기됐던 작품들로선 일단 한숨을 돌린 듯한 모습이다.

즉각 이병헌과의 투톱 연기 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승부'가 3월 26일 극장 개봉을 확정했다. '승부'는 스승과 제자이자, 라이벌이었던 한국 바둑의 두 전설 조훈현(이병헌 분)과 이창호(유아인 분)의 피할 수 없는 승부를 담은 영화로, 실화와 실존 인물을 기반으로 한다. 당초 '승부'는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가 투자배급한 작품으로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었지만 유아인의 마약 투약 여파로 공개가 무기한 연기됐고 배급권도 바이포엠스튜디오가 갖게 됐다. 바이포엠스튜디오는 유아인이 구치소에 수감 중인 가운데 개봉일을 일단 확정했다.

또 다른 작품인 '하이파이브'는 여전히 고심 중이다. '하이파이브'는 우연히 초능력을 얻게 된 초짜 히어로 다섯 명이 그들의 초능력을 탐하는 자들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며 유아인, 이재인, 안재홍, 라미란, 김희원 등이 출연한다.
기자 프로필
윤상근 | sgyoon@mt.co.kr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가요 담당 윤상근 기자입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