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없으면 해볼만" 여제 은퇴는 기회? '20% 관중 몰고왔는데' 여자배구 시험대에 오른다

안호근 기자 / 입력 : 2025.02.19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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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이 지난 16일 IBK기업은행과 원정경기 종료 후 은퇴 기념 행사에서 관중들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연경이가 없으면 모든 팀들이 이젠 해볼 수 있지 않겠나 생각 들 것이다."

'배구 여제' 김연경(37·인천 흥국생명)이 정든 코트를 떠난다. 김연경의 은퇴는 흥국생명을 제외한 모든 팀들에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김호철 화성 IBK기업은행 감독의 말이다. 그러나 단순하게만 바라볼 수는 없다. 배구계에 크나 큰 영향을 미쳤던 '김연경 효과'가 사라진다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디ㅏ.


김연경은 지난 13일 서울 GS칼텍스와 홈경기 종료 후 은퇴를 선언했다. 이후 16일 화성 IBK기업은행전 종료 후 IBK기업은행 측에서 은퇴 기념 행사를 마련했다. IBK기업은행은 선수들의 친필 사인이 담긴 김연경의 이름과 등번호가 새겨진 IBK기업은행의 유니폼을 액자에 담아 선물했고 김연경은 간단한 소감과 자신이 직접 준비한 선물을 팬들에게 선사하며 마지막 화성실내체육관에서 경기를 의미 있게 마쳤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17일 단장 간담회를 열고 김연경의 아름다운 이별을 위해 남은 정규리그 경기에서 은퇴 기념 행사를 개최하기로 구단들과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IBK기업은행이 준비했던 것처럼 각 구단의 홈경기에서 김연경에게 구단 기념품을 전달한 후 단체 사진 촬영 및 김연경의 친필 사인볼(경기구)과 유니폼을 추첨을 통해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게 선물할 예정이다. 올 시즌 흥국생명과 홈경기가 이미 마무리된 김천 한국도로공사는 다음달 15일 흥국생명 원정경기에서 이러한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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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왼쪽에서 6번째)이 IBK기업은행 선수들로부터 사인 유니폼을 받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연경의 은퇴는 배구계에 크나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은퇴 투어를 한다는 것 자체가 배구계에선 생소한 일이다. 배구 역사를 통틀어도 최고의 선수 중 하나로 꼽히는 김연경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지난 16일 IBK기업은행과 원정경기를 앞두고 김호철 IBK기업은행 감독은 취재진과 만나 "계속 여자 배구를 위해서 체육관에 남아주면 그것보다 더 좋은 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본인이 힘이 드는 모양"이라며 "결정을 했으니 지금껏 한국배구를 위해 고생해준 것에 대해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배구계를 떠날지는 모르지만 이후에 할 일도 잘 됐으면 좋겠다"고 축복을 빌었다.

김연경과 튀르키예 페네르바체에서 영광의 시간을 함께 한 뒤 국내에서도 인연을 이어갔던 마르첼로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 또한 "2년 전부터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미 결정된 부분이었다고 생각한다"며 "배구판에서 이런 선수를 잃는 건 큰 슬픔이다. 인생 2막을 어떻게 할지 모르겠지만 솔직히는 배구와 관련된 것이었으면 좋겠다. 갖고 있는 게 배구판에 잘 녹아들었으면 좋겠다. 이 대단한 스포츠를 더 많이 키워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한 발 더 나아가 김호철 감독은 아쉬움을 나타내면서도 다음 시즌부터 다른 팀들에겐 분명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김 감독은 김연경이 떠날 다음 시즌에 대해 "상당히 크게 느껴진다. 농담 삼아 흥국생명은 외국인 선수가 3명 있는 팀이라고 한다. 그만큼 무게감이 있는 선수다. 그 선수가 팀을 이끌어가는 부분이나 카리스마나 모든 게 합쳐지면서 흥국생명이 건재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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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철(왼쪽) IBK기업은행 감독이 김연경에게 기념 유니폼을 건네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어 "흥국생명으로선 그런 부분을 많이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연경이가 없으면 모든 팀들이 이젠 해볼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은 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김연경은 2005~2006시즌 V리그 전체 1순위로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은 뒤 곧바로 주전으로 도약했고 신인선수상과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를 동시에 거머쥐는 진기록을 남겼다. 팀 성적으로도 직결됐다. V리그 역대 최다인 6번의 정규리그 MVP를 차지한 그는 7시즌 모두 팀을 챔피언결정전으로 올려놓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팀 성적만을 생각할 순 없다. 김연경이 국내로 돌아온 이후와 이전의 시즌 흥행 성적을 비교해보면 손쉽게 김연경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대부분의 매진 경기가 흥국생명과 연관이 있었다는 것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김연경이 얼마나 흥행카드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왔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IBK기업은행전만 하더라도 김연경의 은퇴 선언 직후 열린 경기였는데 3945석 판매 좌석이 모두 팔려나가는 열기가 나타나기도 했다.

코로나로 제한적으로 관중 입장이 허용됐던 2019~2020, 2020~2021, 2021~2022시즌을 제외한 상황에서 김연경 복귀 후 최근 3시즌엔 평균 관중수가 2473명에 달했다. 반면 2016~2017시즌부터 3시즌 평균 관중수는 2059명이었다. 20%나 관중이 증가했다.

가뜩이나 과거 올림픽 스타들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김연경마저 은퇴한다면 배구판의 흥행 열기가 얼마나 위축될지 배구계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실정이다. 흥국생명에 막혀 번번이 고전했던 팀이라고 할지라도 김연경의 은퇴를 전적으로 반길 수만은 없는 이유다. 김연경의 은퇴 후에 어떠한 스타를 배출해낼지, 다양한 마케팅 등을 통해 단순히 '김연경의 팬'이 아닌 배구팬으로 안착시킬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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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득 들어찬 흥국생명 안방 삼산체육관 전경. /사진=KOVO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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